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 좋아하는 일, 꾸준히 오래 하면, 생기는 일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아워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태도냐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베짱이보다 개미가 더 나은 태도라고 말할 것이다. 베짱이처럼 살면 너무 불안정한 삶 아니냐고, 너무 앞날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열에 아홉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열 중 하나, 혹은 백, 천, 만 중 하나 정도는 베짱이의 삶에서 로망을 찾고, 여유를 찾고는 한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불안불안하기만 해 앞날을 차마 예측하기 어려워 보이기만 할지라도, 베짱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 모두 하며 사는 것.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해 나가듯,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의 저자 페리테일은 자신의 베짱이와도 같지만 남들은 찾기조차 힘든 행복을 찾아낸 삶에 대해 말하며 독자들에게 부러움과 용기를 동시에 가지게 한다.



저자의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담임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예체능 지망 학생들에게는 쌀쌀맞고 인간 취급도 안 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대학 원서를 쓸 때 사건이 터졌다.

어차피 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것으로 원서를 쓰면 되는 것인데, 담임은 기어코 부모님을 모셔와 상담을 하게 했다. 저자의 어머니는 출근 때문에 오전 일찍 학교에 들렀다가 갈 생각이었으나 담임은 예체능이라는 이유로 상담을 마지막 순서까지 미루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상담에서 들은 말은 "쟤는 그냥 알아서 가라고 하세요"였다고 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그러한 맥락의 말 몇 마디를 듣기 위해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저자의 마음속에 분노의 불씨로서 자리 잡았다. 그날부터 저자는 남은 기간 동안 필사적으로 실기에 열중하였고, 졸업식날 마주하게 된 담임이 예체능 학생들은 아무도 합격 못했다며 꼽을 줄 때, 자신의 합격 소식을 밝히며 담임의 얼이 빠지게 만들었다.


저자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그 분노가 자신이 성적으로는 부족한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분노와 감정은 자칫하면 자신에게도 해가 될 수 있지만,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크나큰 힘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님, 책 어떻게 파실 건데요? 아무도 작가님 몰라요." 언뜻 차갑게 들릴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저자의 상황에도 맞는 말이고, 저자 또한 그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딱 당시의 상황에 맞는 말이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수차례의 원고 거절 끝에 가지게 된 첫 기회에 들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채 성급한 마음에 천천히 자신을 알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출간하기를 희망하였었다. 그러나 담당자의 한 마디로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 더 겸손한 자세로 접근하여 결국에는 20년에 달하는 커리어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쓴소리는 듣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쓴소리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해내기 위해서는 쓴소리도 적절하게 들어가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다 보면 악의가 없더라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 상황, 감정 등에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대처 방식이 있고,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어떠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길보다는 그저 자신만의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그리고 매우 귀여운 캐릭터들로 장식된 이미지들을 곁들여 풀어내고 있다. 그 이야기의 무게와 캐릭터들이 덜어내 주는 무게감의 조화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와 이로 인해 하게 된 생각에 쉽게 다가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 심지어는 어느 날 내린 커피의 쓴맛조차도 소재로 삼아 자신이 깨달은 바, 생각한 바를 진솔하면서도 간결하게 전달하는데,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공감을 이끌어내고, 때로는 부러움 불러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유발하게 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전하는 것은, 주변의 시선과 평가에 너무 연연하여 자신의 선택을 지나치게 번복하거나 자신감을 잃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며 무럭무럭 샘솟는 부러움과 함께 삶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