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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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과도 같이, 역사가 아무리 객관성을 주장하여도 그 이면에는 승자의 영향력이 펼쳐져 있음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승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의 일면만을 진실의 전체라고 알고 넘어가고는 한다. 그렇기에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더 눈길을 끄는 것 같기도 하다. 책 소개만 읽어도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 속에 담긴 거짓을 알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마구 솟아올랐다.


로마 시대 역사를 읽다 보면 지나칠 수 없이 꼭 한 번은 마주치게 되는 이름이 몇 있는데, 대표적으로 카이사르, 키케로, 네로와 같이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들이다.

카이사르 같은 경우에는 역사서에서 호평과 악평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네로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이라고 불리는데 이 또한 모함이라는 이야기도 있어 애초에 본질을 파악하기 힘든 인물들이다. 그러나 키케로의 경우에는, '웅변가'라는 단어를 들으면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그의 이름이 튀어나올 정도이지만, 그 밖의 것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키케로가 『필리피카이』라는 연설 모음집을 통해 안토니우스라는 인물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보통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안토니우스의 이미지는 방탕한 지배자의 모습인데, 이러한 점들이 키케로에 의해 날조된 것이며, 키케로 본인이 어떠한 정당화나 입증 시도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터무니없는 모함, 소위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사실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황제'라는 단어와 연결 짓는다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인물들은 몇 되지 않는다. 서양에서 찾는다면 앞서 언급했던 네로부터 독일제국의 초대 황제인 빌헬름 1세와 같은 인물들이 떠오르고, 동양에서 찾는다면 황제라는 단어를 쓴 첫 인물인 고대 중국의 통일 황제 진시황, 초한지의 인물로 친숙한 한 고조 유방, 그리고 황제는 아니었지만 서초패왕 항우, 삼국지의 조조, 유비, 손권, 그리고 당나라 시기로 들어오면 영화 《안시성》에 등장하는 당 태종 등이 있다.

또한 당나라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로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였던 측천무후가 있다. 측천무후는 황후와 황태후로서 영향력을 미쳐온 시기까지 고려한다면 50여 년이나 되는 기간을 집권하였다 할 수 있으며, 그 시기 동안 다른 황제들과 비교하였을 때 결코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대부분의 황제들에 비해 뛰어나다 할 수 있는 수준의 통치 능력을 발휘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측천무후에 대한 평가는 처참하기만 하다. 그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생각만 할 뿐 더 깊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에서는 이에 대해 더 분석을 해 나갔는데, 측천무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의 원인으로 당나라 멸망 이후 수십 년 간의 혼란 끝에 패자로 군림하게 된 수나라가 정통성과 유교 문화의 고취를 위해 당시의 유교적 이념에 맞지 않는 측천무후의 통치를 어떻게든 축소시키고 숨기며 그게 불가능한 부분은 사소한 의혹조차 확정적이면서 크나큰 죄로 탈바꿈시켜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낙인을 찍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 실상이 어떠했는지는 이제로서는 알기 어렵겠지만, 역사서에 남겨진,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측천무후의 업적들을 읽고 있노라 하면 무수한 비난과 악평들의 확고한 근간을 찾기 어렵고, 자연스레 이러한 분석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만 같다.



고대에는 안토니우스와 측천무후 등이 타인에 의해 다소 날조된 정보로 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는가 하면, 근대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방탕한 왕족의 대표적 인물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날조된 정보의 피해를 입은 인물 중 하나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라는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몰상식한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발언으로 회자되고는 한다. 이 말 또한 사람들 사이에 와전된 것으로, 이 책에서는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본래의 발언이 평민들이 굶는다는 말에 연민을 가지고 먹을 것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왕족이었기에 아는 음식이 별로 없어 자신에게는 쉬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에서는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죽음을 불러오는 불씨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되는 목걸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소유했다고 '알려진' 목걸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사실과 결합하여 저주받은 목걸이라는 이야기까지 전해질 정도로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른 것이, 마리 앙투아네트는 목걸이의 실물을 본 게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거나 보지도 못했을 것이며, 보았더라도도 구매를 권유하는 것을 거절할 때 본 것이 전부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억울하고 어이없는 일일까. 졸작 중의 졸작인 망작 소설도 이런 플롯을 가지고는 감히 출간할 생각도 하지 못할 텐데, 이게 실화라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요약하자면, 원래 논란의 그 목걸이는 루이 15세가 죽기 전 자신의 정부를 위해 주문 제작한 것으로, 루이 15세가 죽자 구매할 사람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고가이고 사치스러운 목걸이였다는 것이다. 이에 이 목걸이를 완성한 보석상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구매를 권유하였으나, 마리 앙투아네트는 분명히 거절하였다고 한다.

여기까지였다면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몰락한 귀족과 사기꾼들이 합심해서 추기경 하나를 속여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선물한다는 명분으로 그 목걸이를 구매하게 한 후 추기경에게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전달했다고 속인 채 자신들이 목걸이를 분해해 암시장에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각은 금세 발각되었으나, 이를 두고 정치 가십 팸플릿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심지어 탈옥한 사기꾼은 자서전을 내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근거 없는 모함을 펼쳤고, 결국 이 불씨들이 모여서 군중들의 분노 속에 처형을 당하는 결말을 불러온 것이다.

당시의 빈곤하고 열악한 평민들의 삶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처형의 명분이었던 '무분별하고 방탕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은 억울한 모함인 셈이다.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만도 같아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에 대한 충격적이고도 흥미진진한 반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임진왜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보통은 역사적 인물들을 언급할 때 구미권 저자들은 서양의 인물들 위주로 업적을 칭송하고는 하는데, 순간 저자가 한국인인가 하고 표지를 확인하게 될 정도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호평이 짧지만 확실하게 담겨 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깜짝 놀랄만한 충격적인 진실에 기존에 알고 있던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면서, 왜곡으로 인해 비틀어진 역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며 처음부터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 일본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잘못된 역사의 전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딱 요점만 알기 쉽게 짚어져 있어 전범위의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한 것 같다. 숨겨지고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의 진실을 알아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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