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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평점 :
라이프 코칭 사업을 하는 시오반 켈리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 사업가의 표본이 되어 '임파워러'라는 직책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지만, 그녀를 버리고 떠난 전 남친 킬리언이 남긴 트라우마 때문에 사랑이라는 깊은 관계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해 육체적인 관계뿐이라고 선을 긋고 이성과의 만남을 가졌다.
조지프 카터는 첫 만남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있고 잘생기고 반짝이는 완벽한 남자였고, 이에 시오반은 그의 모든 추종자를 떼어내고 육체적 관계가 전부라고 못박아두고 그와 잠자리를 했다. 그런 만남 속에서 조지프는 시오반에게 밤늦은 호텔방 데이트 대신 밸런타인데이 아침 식사 데이트를 신청했지만 정작 본인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오반은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고, 그길로 그의 번호를 차단하고 그를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출장 중에 그녀가 묵고 있던 호텔방에 나타나 사과를 하며 자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속삭였다. 이에 시오반은 그녀의 이성이 경고하는 것과는 다르게 홀린 듯 그를 다시 받아들인다.
수목 관리 전문가인 미란다 로소는 5개월 전 그녀의 전 직장 동료 레그를 통해 조지프 카터와 만났다. 레그와 술집에 갔던 미란다는 마침 그 술집에 술 마시러 들어온 레그가 속한 축구단원들을 보았고, 그 속에 있던 조지프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미란다는 레그에게 소개를 부탁했고 그렇게 둘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첫 번째 작업을 마친 뒤 그녀는 조지프와의 밸런타인데이 점심 데이트를 위해 약속 장소인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하지만 조지프는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고도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 답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녀의 밸런타인데이는 악몽으로 끝났다.
그런데 다음날 조지프는 그녀가 일하는 장소에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 사과를 했다. 미란다는 그에게 화가 났었지만 그를 본 순간 마음이 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밸런타인데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그는 설명하기 어려워했고, 대신 주말에 자신의 집에서 같이 있으면서 이유를 설명하겠다고 하는데….
한때 런던에 있는 한 회사의 비서로 일했으나 어떤 일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윈체스터의 자선 상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제인 밀러는 조지프 카터에게 자신의 자선 상점 동료의 약혼 파티에 가짜 남자 친구로 같이 참석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지프는 제인이 윈체스터로 이사 온 뒤 유일하게 누리는 사치 중 하나인 혹스턴 빵집에서 처음 만났다. 제인이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어디서 본 듯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 빤히 쳐다보았고,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낀 조지프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음으로써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었다. 그 후 계속 빵집에서 스쳐가는 만남이 계속되던 중 조지프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 만남이 시작되었다. 어느 순간 둘은 2인 독서 모임을 결성하여 책에 관해 이야기하며 순수하게 친구로서 만남을 이어나갔다.
처음 제인이 가짜 남자 친구 행세를 부탁했을 때 조지프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정작 밸런타인데이 저녁의 직장 동료 약혼 파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써 제인은 직장 동료들에게 줄곧 해온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거짓말이 들통날 위기에 처했지만 뜻밖에도 다음날 아침 모두가 보란 듯이 매력적인 조지프가 자선 상점에 나타나 진짜 남자친구처럼 행동하고 사과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는데….
이 소설은 시오반과 미란다, 제인, 세 여성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딱히 언제라는 구체적인 날짜는 나오지 않고 그저 밸런타인데이라는 날을 기점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 여성들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조지프 카터라는 남성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처음엔 세 여성과 한 남성의 로맨스라고 해서 바람둥이 남성의 속고 속이는 연애 이야기라고 예상을 했으나, 각 여성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는 조지프라는 남성의 이미지가 바람둥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서 의아했다. 조지프의 모습은 바람둥이라기보다는 많은 여성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자 친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여성들에게 조지프가 먼저 작업을 건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먼저 그에게 첫눈에 반해 대시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제인의 경우도 대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그에게 먼저 시선을 보냈고,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진짜 순수하게 친구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교차로 나오는 각 여성들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고는 소설 『전망탑의 라푼젤』의 구성이 떠올랐다. 조지프의 심성으로 봐서 이럴 리는 없는데 혹시 이것도…? 그렇게 읽어 가던 이야기가 확실시되던 순간,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반, 미란다, 제인, 조지프는 시련과 트라우마의 극복을 통해 그들의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다. 그렇게 시련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에 이르지만, 그들 중 몇몇은 범죄인 줄 모르는 다른 누군가의 이기심에 의해 사랑이 좌절되고 삶의 의지가 꺾여 삶 자체가 악몽으로 변해 버린다.
그 악몽을 극복하고 부서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처절한 몸부림과 다시 사랑을 찾아 삶의 희망을 피워 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련하고 절절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 가슴을 울리며 빠져드는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