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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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물려받기를 원하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자신의 꿈은 접어두고 부모님의 가게에서 일하며 살아가던 22살의 프랭크는 1962년 4월 어느 일요일, 삼촌 댁에서 집으로 가는 88번 버스 안에서 운명의 그녀를 만난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림 그리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과 절연하면서까지 미대에 갔다는 그녀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프랭크의 얼굴을 멋지게 그려준다. 그러고는 프랭크에게 딱 한 번뿐인 인생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용기 내어 도전해 보라고 한다.


당당한 그녀에게 반한 프랭크는 그녀가 내리기 전 용기 내어 데이트 신청을 했고, 이에 그녀는 자신의 버스 티켓 뒷면에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꼭 전화하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 들떴기 때문일까. 집에 와서야 그녀가 준 버스 티켓을 잃어버렸음을 알게 된 프랭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찾아보지만 헛수고였다. 그다음 일요일이 되어 그녀가 탔던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맞으며 온종일 그녀를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고, 그 후로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봤지만 끝내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


2022년 4월, 프러포즈 할 거라 예상했던 8년 사귄 남자친구 사이먼은 근사한 분위기에서 리비에게 헤어지자 말했고, 이에 충격받은 리비는 잠시 떨어져 지내기 위해 언니 레베카의 집에 가기 위해 88번 버스에 오른다.

버스 2층에 올라가 앉은 리비는 자신을 누군가와 착각한 프랭크와 이야기하게 되었고, 원래 미대에 가고 싶어 했었다는 리비의 말을 들은 프랭크는 예전 버스에서 만났던 그녀의 이야기를 하며 그녀처럼 버스에서 스케치 연습을 해 볼 것을 권한다.


언니 집에서 조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내던 리비는 주말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나와 정처 없이 떠돌다 버스에 올랐고, 그 안에서 펑크족 스타일의 강렬한 인상의 남자를 보게 된다. 문득 프랭크가 했던 말이 생각나 그 남자의 얼굴을 스케치했지만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았고, 설상가상 모델이 된 남자에게는 그를 구경거리 취급했다는 오해를 남긴 채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그 후 우연히 다시 프랭크와 만난 리비는 프랭크가 88번 버스를 타는 이유에 대해 듣고는 '88번 버스의 그녀'를 찾는 것을 돕기로 한다. 또한 프랭크의 집으로 가던 중 버스에서 재회하게 된 펑크족 스타일 딜런이 프랭크의 요양 보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서로에 대한 오해를 푼다.

그럼에도 리비와 딜런은 여전히 서로를 불편해했지만, 프랭크는 딜런에게 자신을 위해 '88번 버스의 그녀'를 찾는 리비를 도와 달라고 하는데….



소설 속의 88번 버스는 모르는 사람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만, 사람이 머물다 가는 곳이기에 만남과 인연이 형성되고 그 인연이 선연이든 악연이든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도 하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 중의 한 명인 프랭크는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 방향으로 바꾸어 놓은 버스 속에서의 단 한순간의 만남인 그녀를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을 평생 버리지 않는다. 상대가 런던을 떠났을지도, 아니면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르는데 무엇이 그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을까? 사랑? 감사? 칠칠치 못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보상심리? 후회?

그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이 세상에서 없어질 때까지 그녀와의 만남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한다.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긍정적인 인연의 기운을 실의에 빠진 또 다른 주인공 리비에게 전하며 새로운 사랑과 희망이 생겨나게 한다. 사랑과 희망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로 인해 사랑만이 아닌 다소 이상하고 엉뚱한 듯 보이지만 진실한 우정도 생겨난다.


소설은 마치 《이프 온리》나 《러브 액츄얼리》같은 한 편의 로맨틱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게 하며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응원을 자아내고 있다. 그리하여 등장인물들은 결코 흔하지 않은, 배신과 좌절 뒤에 신뢰와 믿음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찐사랑을 보여준다.

또한 소설은 뜻하지 않은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며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병들어가지만 유쾌함을 잃지 않는 프랭크의 따뜻한 사랑 바이러스에 전염되기를 원하는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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