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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 : 야 1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평점 :

황혼의 황야.
그곳에 각자의 스승의 명을 받들어 천하를 돌아다니고 있는 눈부신 젊은이 세 명이 작은 나무 아래 모여 수십 장 떨어져 있는 땅 위에 선명히 드러난 검은색 골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여태껏 명왕은 전설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그들 앞에 홀연 나타나 그 범위를 넓히며 천지를 뒤덮기 시작한 어둠.
그들은 전설에 의해 인간 세상에 내려왔을지도 모를 명왕의 자녀 중 하나를 찾아 각자의 길을 다시 떠난다.
대당 천계 원년.
장안성 내 선위 장군 임광원의 집에서는 일족과 사용인들의 피가 대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임광원은 무슨 연유에선지 대장군 하후의 미움을 산 뒤 적국과 내통한다는 혐의를 받고 가차없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
멸문지화.
우림군들은 끝끝내 네다섯 살 된 아이까지 모조리 죽이고서야 살육을 멈췄다.
대당 천계 13년.
초원 만족 금장 부족 선우가 급사하며 3년 전 그에게 시집갔던 대당 공주 이어가 신임 선우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으며 장안으로 향하던 중 제국의 서북쪽 끝에 위치한 변경 위성 군영에 들러 길잡이를 청했다. 이에 장군 마사양은 군영에서 제일 어린 군졸 녕결을 길잡이로 추천한다.
하지만 공주의 시녀는 대낮부터 군영에서 술을 마시며 더럽고 음탕한 말을 내뱉으며 내기를 하고, 작고 어린 시녀에게 모든 힘든 일을 떠맡긴 채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녕결을 탐탁지 않게 본다.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녕결의 글씨에 마음이 움직였고, 마사양으로부터 녕결이 시체 더미에서 상상이란 어린 여자아이를 구해내 시녀로 삼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뿐만 아니라 일을 잘하며 똑똑하여 서원 시험에 응시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그리하여 녕결은 길잡이로 상상과 함께 공주의 행렬을 이끌게 된다.
그런데 녕결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개인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하후에 의해 억울하게 멸문지화 당했던 임광원의 가솔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고,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후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하후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점인데….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중국 소설 중 하나인 『경여년』의 작가 묘니의 작품으로 『경여년』처럼 평범하지 않은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그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 프롤로그 부분의 어둠이 찾아오는 부분은 몇 번을 읽어도 왜 그 이야기가 소설에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 부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와 이해가 되니 처음엔 그냥 넘겨도 상관없을 것 같다.
주인공 녕결은 열여섯의 변방의 어린 군졸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흉악하고 잔인하게 초원의 마적들을 죽이며 소벽호 장작꾼으로 악명(?)을 떨치며 어린 시녀 상상을 데리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비록 용맹한 장군의 살아남은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네댓 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었는데 어떻게 따로 스승 없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만큼 글씨도 잘 쓰고 하후의 정예 암살조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무예도 뛰어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주인공에게도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수행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사전에 좌절이란 없다. 수행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뿐. 황제가 되지 못한다면 서예 대가가 될 것이고, 장군이 되지 못한다면 대학사가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인생에 한 우물만 파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간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아니, 진피피가 돕는다고 해야 하나? 녕결의 걸림돌이었던 막힌 기해설산혈에 변화가 생기는 중대한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과연 녕결은 자신의 복수를 하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수행자가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권까지 빠르게 진행됐지만 여전히 궁금하고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책을 읽는 내내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하기에 비중이 크고, 시녀인데 시녀 같지 않은 상상의 존재가 무척 궁금했다. 아직까지 상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서사가 없어 앞으로 진행될 상상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녕결을 생각해 주는 진피피와의 이야기도.
『장야』는 판타지적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친근한 동양적인 배경에 거침없고 기발한 전개가 어느새 소설 속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뛰어난 가독성을 기본으로 신선한 재미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인물들의 성장을 통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무협 판타지 오락 소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녕결의 목표를 향한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며 3권이 빨리 나오길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