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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소설은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라는 닉네임을 가진 남자들이 쓰미무라라는 남자의 집에 침입해 그를 묶고 위해를 가하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5년 전 '고양이 도살자'가 SNS를 통해 고양이들을 학대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려 신고됐지만 유능한 변호사를 써서 형량을 줄여 집행유예를 받았던 일을 이야기한다. 이에 죽은 고양이들의 주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원통해하던 중, 그들 중 한 명이 10억 엔의 복권에 당첨되며 '고양이 도살자'와 그를 후원했던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줄여서 '고지모' 회원들을 찾아내 복수하는데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를 고용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쓰미무라는 그들에게 자비를 구하지만 아메쇼는 5년 전 쓰미무라가 '고양이 도살자'의 방송에 달았던 댓글을 언급하며, 쓰미무라도 고양이처럼 난도질당한 곳을 열심히 핥으라고 이야기한다.
쓰미무라의 일을 마친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는 다음 타깃인 바쓰모리 바쓰타로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차별적이고 파렴치한 콘텐츠의 인터넷방송으로 돈을 번 뒤 가상화폐로 순식간에 엄청난 자산가가 된 사람이었다.
아메쇼는 바쓰모리의 가사도우미를 매수해 저택의 현관문 인증 패턴과 평면도를 미리 얻어내 저택에 침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가사도우미에게 들은 대로 거침없이 거실로 들어서며 바쓰모리를 찾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량의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가사도우미였다.
소설은 장면이 바뀌며 중학교 교사인 단 지사토가 자신의 반 학생 후토 마리코에게 노트를 돌려주며 그녀가 쓴 소설에 대한 감상을 말해준다. 후토 마리코는 고양이의 복수나 고지모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국어교사인 단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이것은 앞서 나왔던 러시안블루와 아메쇼의 이야기가 후토 마리코의 소설 속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단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또 다른 학생 사토미 다이치는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져오면 안 된다는 교칙을 어겨 단에게 주의를 받던 중 얼굴을 돌릴 새도 없이 단의 얼굴을 향해 재채기를 했다. 그것은 단의 집안에서 이어지는 특이한 능력인 '선공개 영상'을 보게 하는 비말 감염을 충족시켰고, 그날 밤 단은 사토미가 다음 날 겪게 될 미래를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토미가 신칸센 열차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었고, 이에 단은 고민을 하다 사토미에게 넌지시 경고를 하며 사토미가 사고를 피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내각부'의 테러 대책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토미의 아버지는 신칸센 열차 사고를 예견한 단을 향해 의심의 시선을 던지는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페퍼스 고스트'는 연극 무대나 영상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조명과 유리를 사용해 다른 곳에 있는 물체를 관객 앞에 보여주는 수법이라고 한다.
소설은 전혀 상관없는 두 개의 이야기, 즉 현실의 이야기와 그 현실 속 인물이 쓴 소설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현실의 단 선생이 소설 속 인물들을 만나게 되며 소설 속 인물들이 원래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들인지 혹은 그들이 소설 밖으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단 선생이 소설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며 두 이야기는 하나로 합쳐진다.
거기다 닉네임이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라는 고지모 사냥꾼들이 정말 닉네임만 고양이 품종에서 가져왔을까를 의심하게 하는 모호함을 더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니체의 '초인'과 '영원회귀' 사상을 이야기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작은 조언을 던진다.
인간의 삶은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할 뿐이라며 자칫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영원회귀라는 반복을 통해 같은 삶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여 그것을 기회 삼아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인생에서 추구할 만한 가치로 기쁨과 행복을 말하고 있다.
소설은 비말감염을 통한 '선공개 영상' 즉 '미래시'라는 초능력을 소재로 사용하여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내용이 픽션임을 환기시키며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만의 유머는 소설에 활력을 더하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전개와 짧은 호흡은 최고의 가독성을 더했다.
과연 작가 스스로가 자신 있어 할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극도의 재미를 선사하는 『페퍼스 고스트』,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