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카이 유이치는 대학 졸업 후 통신시스템 전문 기업인 인쇄회사의 자회사 '도아인쇄'에 들어갔다. 입사 6년 후 업계 분류는 통신업계나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 IT업계로 바뀌었고, 회사는 'J프로토콜'이라고 사명을 바꾸고 업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입사 11년째 과장으로 승진하여 신임 과장 연수에 참가한 나카이는 R&D 부문 연구센터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친구 반 고스케를 만난다. 석사를 졸업 후 입사한 반은 아직 주임이었다.

과장 승진을 하며 경영기획부로 옮겼던 나카이는 서른다섯에 원래의 사업부로 돌아갔고, 그 사이 반은 R&D 부문에서 사업부로 이동하며 둘은 해외 영업 부서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른여덟 살인 현재, 나카이와 반은 방콕에서의 큰 계약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던 중 중간 경유지인 홍콩에서 문제가 생겨 착륙하지 못하고 마카오로 회항하게 된다. 이에 예약했던 홍콩의 호텔을 취소하고 그들이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소설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에 나왔던 마카오의 호텔에 예약하고 묵게 된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두 사람은 잠깐의 여흥을 즐기기로 하고 호텔 내 카지노에 들어갔다. 반과 달리 도박에 재능이 없던 나카이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다이사이 테이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우연히 테이블에 앉아 있던 지저분하지는 않지만 누더기를 입은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그 할머니는 딜러 옆에 게임 결과가 표시되는 디지털 보드가 있음에도 종이쪼가리에 게임 결과를 기록했고,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나카이는 디지털 보드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오작동 후 베팅한 할머니가 어김없이 게임에서 이긴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이에 나카이는 반에게서 돈을 빌린 뒤 할머니의 시선을 따라 거액을 베팅했고, 그 게임만으로 440만 엔 정도를 벌게 된다.


그렇게 기분 좋게 카지노를 나서는데 성매매 여성 세 명이 그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비행으로 피곤했던 나카이와 반은 완곡하게 그녀들을 거절하며 대신 식사를 사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성매매 여성 중 한 명이 나카이에게 식사에 대한 답례라며 미래를 알려주겠다며 묘한 말을 했다.

"당신은 왕이 돼서 여행을 떠날 거야."


그리고 다음날 나카이는 총무부에 근무하는 연인 유키코로부터 자신이 J프로토콜 홍콩 대표이사로 부임하게 될 거라는 전화를 받게 되는데….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표지가 표현하고 있듯 홍콩의 밤거리를 연상시키는 화려함을 지닌 외로운 어두움이었다.

주인공 나카이는 타의와 음모에 의해 화려해 보이는 정점에 올라 결코 빛나거나 행복하지 않은 우울함과 무거운 왕관의 무게만을 감당해야 했다.

왕이 되어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었을까. 아니면 마녀들의 예언대로 왕이 된 맥베스의 운명을 알기에 자신은 그것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맥베스가 된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나카이를 보며 가슴을 졸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음모의 소용돌이 중앙에 들어서버린 나카이가 J프로토콜의 기업 비밀을 둘러싼 목숨을 건 싸움에서 물러설 곳은 없었다. J프로토콜의 실권을 쥐든가 무너뜨리든가 둘 중 하나밖에.

그런 암투 속에서 아군이라 믿었던 사람까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누구를 어디까지 믿고 또한 누구를 어디까지 의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우울함과 쓸쓸함을 더했다.

그리고 반격을 가하는 나카이의 선택의 결과는….


사건과 음모와 반전의 연속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나카이의 상황에 몰입하며 소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맥베스가 되었지만 그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고자 한 나카이의 행복한 결말만을 바랐다.


어쩌면….


소설을 덮으며 먹먹함과 허탈함을 달랠 길이 없어 긴 한숨만 나왔다.

이 책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이 소설을 통해 한편의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재미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