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1996년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느긋하고 자유로운 산가이(아파트 외부) 아이들과는 달리 기노하라 아파트의 아이들은 사립 중학교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느라 여름방학조차 포기해야 했다. 이에 다섯 명의 기노하라 아파트 4학년 아이들 중 리더인 사이토 하야토는 자신들의 손으로 여름방학을 되찾고 덤으로 자신들에 관해 이상한 소문을 내며 멋대로 떠들어대는 산가이 아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단순 가출을 했던 도모코의 일에서 힌트를 얻어 동네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사건을 일으키자는 묘책을 내놓았고, 아이들은 그들의 즐거운 여름방학을 위해 하야토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한다.


잡지 <월간 우라가와>의 신입 편집자 사루와타리 마모루는 편집장의 명령으로 프리랜서 기자 사사키의 취재에 동행하게 된다.

사사키가 관심을 가진 사건은 잡지사에서 독자로부터 제공받은 정보인 기노하라 아파트 초등학생 연쇄 실종 사건이었다. 익명의 정보 제공자는 기노하라 아파트의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실종되었다가 이틀 후 무사 귀가했던 일이 발생한 이후 또다시 같은 반 남자아이가 실종되어 아직까지 행방불명임을 알려왔다.


기노하라 아파트는 서쪽을 꼭짓점으로 한 길쭉한 이등변삼각형의 형태의 부지 위에 지어진 단지로, 동쪽은 남북으로 철도 노선이, 나머지 양쪽은 가사가와강과 가사가와 소수로 둘러싸여 있는 특수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넓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출입은 자유롭지 못하고, 동쪽 철도 노선을 가로지르는 건널목과 단지 북부 가사가와 소수에 걸린 짧은 다리, 총 두 곳의 출입구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파트에서 4학년 사토자키 겐이 다리를 건너 바깥으로 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행방불명된 것이다. 겐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린 것은 겐의 아버지가 귀가한 후 발견한 범행 성명문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범행 성명문은 명백히 겐의 글씨인데다가 거기에 적힌 범인의 이름도 '괴도 다윗 스타라이트'라는 유치한 이름이었기에 지역 주민들은 아이들의 장난으로 여겨 걱정은 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미흡했다.


그러나 취재를 해나가면서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닌 상당한 정성을 들인 사건임을 인지한 사사키는 아이들의 연쇄 실종을 조사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아이들의 실종 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재미있는 기사가 될 것 같다"는 의미 모를 말을 내뱉으며 사루와타리를 의아하게 했다.

그리고 4일간의 실종 후 겐은 귀가했지만 그다음 주 월요일 기노하라 아파트의 아이인 나카이 미사키가 학교 수업 도중 교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책의 앞부분에서는 마음껏 놀지 못했는데 끝나가는 여름방학의 마지막 유희를 위해 아이들이 납치나 실종 같은 민감한 사항을 단순한 놀이 소재로 여겨 사건을 일으켰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을 느꼈다. 실종 아동의 부모가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피가 마르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듯 반성조차 하지 않고 또 다른 사건들을 계속해서 계획하는 아이들의 이기적인 모습에는 분노하기까지 했다. 어리다고는 해도 너무 생각이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어른들을 골탕 먹일 정도로 영악한 주제에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 순진한 척 반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철없는 장난이자 놀이라고 생각되었던 행위들 뒤로 어떠한 진지한 목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는 급선회한다. 그렇게 점점 아이들의 의도와 지혜, 그들이 말하는 즐거운 여름방학을 되찾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접근해 가면서 아이들을 보는 시선과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또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장난 같던 실종을 취재하러 온 사사키가 정작 실종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하거나, 미사키의 실종 당시 아이들이 겐의 집에 모여 작전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미사키가 없는데도 다섯 명이 모여 있는 등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가면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에 불씨를 지펴갔다.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사건의 진실….


에필로그에서는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의 모습들과 사건 관련 인물들의 훗날 모습들을 보여주며 무언가 확실히 끝을 맺었다는 시원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일상의 해프닝을 이야기하듯 가벼우면서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요소들이 가미되어 전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마니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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