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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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죽은 이들이 최후의 문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며 마지막으로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은 곳 '작별의 건너편.'

그곳에 머물며 그곳을 찾아온 망자에게 누구를 만날지 스스로 선택하여 소중한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게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안내인.


이것은 그곳을 거쳐간 보통 사람들의 특별하고 애틋한 이야기이다.


<히어로스>

중학교 과학교사인 아야코는 퇴근길 저녁거리를 사서 집으로 가던 중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데리고 있던 강아지가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가 날 뻔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구하고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안내인은 용감한 히어로 같았다고 말했지만 아야코 자신은 무모하고 한심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선택으로 사랑하는 네 살 된 아들 유타와 사랑하는 남편 히로타카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24시간 동안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는 안내인의 말에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작별의 건너편'으로 강제소환된다는 사실을 앎에도 주저 없이 남편과 아이를 만나러 갈 것을 결정하는데….


<방탕한 아들>

독신에다 번듯한 직장도 없이 방황하며 술에 절어 간경변으로 죽은 55세의 히로카즈는 작별의 건너편에 와서 현세의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를 얻지만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도 현세에 대한 미련도 없다. 하지만 기약도 없이 막연하게 최후의 문을 통과할 때까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시간을 아무것도 없는 순백색의 공간에서 안내인과 단둘이 보낼 생각을 하니 차라리 아무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드디어 만날 사람을 정하는데….


<제멋대로인 당신>

전날 먹었던 음식보다 메뉴가 당기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집을 나갔다가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죽은 열아홉 살 고타로는 작별의 건너편에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같이 살고 있는 사야카를 보러 가겠다고 결정한다. 고타로가 죽은 지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야카가 아직 자신의 죽음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설령 알아도 사야카 이외의 다른 사람은 선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결심하고 현세로 돌아오지만 막상 돌아오고 보니 사야카를 만나러 가기 주저되는데….



인생에서 24시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 작별 인사만을 건네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작별 인사만을 위한 순간이 아닌 24시간이 작별의 시간으로 주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주어진 24시간이 단순히 작별을 위한 시간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준비된 죽음이든 불현듯 찾아온 죽음이든 간에 누구에게나 나름의 사연이 있고 해결되지 않은 미련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작별의 건너편에서 주어지는 재회의 24시간은 최후의 문을 건너면 다시는 살아낼 수 없는 한 생명의 삶을 후회와 미련 없이 마무리하고 행복한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주어지는, 마지막인 동시에 새 출발을 알리는 시간과 공간인 것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의 삶에서 시시하며 의미 없이 무채색이었던 순간들과 나와 닿았던 사소한 인연들이 하나하나의 의미를 가지며 저마다의 색을 입고 떠올랐다.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옆에 있고 친밀하고 가깝기에 무신경하게 대했던 가족들의 소중함도 다시금 되돌아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의 마지막에는 작별의 건너편이란 공간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눈물샘을 자극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소설을 통해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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