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와 그림자 스토리잉크 3
진저 리 지음, 몰리 박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다리던 <웅진주니어>의 그래픽 노블 시리즈 '스토리잉크'에서 드디어 새 이야기 『수이와 그림자』가 나왔어요. '스토리잉크' 라인은 초등학생용으로 나왔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가 결코 단순하지 않아 어른인 저도 무척 좋아하는 시리즈에요.


이번에 출간된 『수이와 그림자』는 한국 그래픽 노블인데 미국 시장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작품이랍니다. 아마존 평점 4.7점으로 미국의 북리스트와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커스 리뷰의 추천을 받았어요.

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미국 독자들이 열광했는지 궁금해서 얼른 책을 펼쳐봤어요.



이야기는 아주 옛날 어떤 남자가 깊은 산속에 도자기를 버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백 년 후, 한 초등학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오래된 유물들이 발견되며 공사가 중단되고 문화재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는데요. 발굴되는 것이라고는 성한 게 하나 없고 온통 깨진 도자기 조각뿐이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새것처럼 깨진 데 없고 깨끗한 도자기가 발굴됩니다.



그로부터 6년 후, 주인공 수이가 아빠의 직장 때문에 변두리 초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릴 때부터 아빠랑 둘이 살았던 수이는 모든 것을 혼자 척척해냈는데요. 그래서인지 또래보다 많이 어른스럽고 똑 부러지지만 자신과 관계없다고 판단되는 일에는 선을 그어버리고 관심을 꺼버리는 냉소적이고 차가운 성격이었어요.



전학 온 첫날 선생님과의 면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수이는 학교 전시실 앞을 지나던 중 자신을 부르는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는 전시실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목소리를 따라가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맙니다.



다음날 자신이 겪은 것이 모두 꿈이라고 여기고 여느 때와 똑같이 하루를 시작하려던 수이는 자신의 그림자가 살아나 이야기를 걸어와 혼란에 빠집니다. 하지만 학교에 빠질 수 없었던 수이는 그림자에게 조용히 있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학교에 갑니다.

한데 그림자는 약속과 달리 수업 시간 동안 지겨워하며 가만히 있지 않았죠. 그러니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나가야 되는 체육시간이 되자 살아있는 그림자를 들킬 것을 염려한 수이는 아프다는 핑계로 수업에 빠지고 보건실로 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 온 보건실인데 보건 선생님은 수이가 어제 왔었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옆 침대에 누워있던 학생 역시 어제 보건실에서 수이를 만났다고 하네요.

어떻게 된 일이죠? 수이는 보건실에 온 적이 없는데….



한편 학교에서는 교무부장 선생님의 계획하에 방과 후 학교 이른바 '제로 반'이 개설됩니다. 이 제로 반은 학교에서 실시했던 발달 테스트 점수 미달자들이 신청하게 되어 있는데요.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제로'라고 불리는 아이들이었어요.

'제로'는 어눌한 말투에 넋이 나간 듯 눈이 퀭한데 그 모든 것의 원인이 된 것은 아이들의 그림자가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대체 어떻게 그림자가 사라질 수 있는 걸까요?



이에 수이는 제로 반에 들어간 소심한 하은이와 항상 전교 1등이다가 관심을 끌기 위해 백지 시험지를 내 제로 반에 들어간 현우와 함께 '제로 조사단'을 만들어 제로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는데요….



『수이와 그림자』의 검정이 두드러지는 그림은 시선을 집중시키며 묶어 놓는 동시에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공포를 극대화하고 있어요. 그리고 군데군데 사용되는 빨강, 노랑, 파랑의 포인트들은 검정이 주를 이루는 그림이 자칫 우울하고 정적으로만 보이게 하지 않고 감각적이고 생동감 있게 보이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요.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단둘이 살며 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해야 했던 수이는 주변의 모든 것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합니다. 자신에게 소용이 없는 것에는 일절 관심도 두지 않고 시끄러운 일과는 엮이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껏 그렇게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지낼 생각이었죠.

하지만 전학 온 학교에서 하은, 현우와 함께 제로를 조사하면서 자신에게 향하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도움이 필요했던 왕따 당하고 놀림당하던 친구들을 애써 외면하고 무시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수이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혼가정에서 항상 바빠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아빠와 살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단단한 껍질로 감싸고 세상을 대하다 보니 무관심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던 거죠.

이렇게 이 이야기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아이들 스스로는 원치 않았을 그늘과 상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왕따나 놀림, 부모의 이혼 등 어찌 보면 흔한 이야기를 감각적인 그림과 살아있는 그림자라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제로라는 미스터리를 사용해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흥미진진한 재미는 물론 비밀을 풀어가는 짜릿한 즐거움, 이야기가 주는 교훈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제로 조사단' 비밀 아지트를 마련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데요.

금방 다시 수이와 '제로 조사단'을 만나기를 바랄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