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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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니쿠코의 원래 이름은 기쿠코이지만 뚱뚱하다고 해서 니쿠코라고 불린다. 그녀는 간사이 지방 소도시 출신으로 어렸을 때 집을 나와 오사카의 스낵바에서 일했다.

매사 쾌활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니쿠코지만 남자 보는 눈은 지지리도 없어 그녀를 거쳐간 남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거지 같고 한심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벌레 더듬이처럼 뿅 말리는 앞머리는 마치 그런 나쁜 남자를 찾아내는 레이더 같다.

결국 나쁜 남자들에게 속아 너덜너덜해지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마지막으로 딸 기쿠린을 데리고 도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이 호쿠리쿠의 작은 항구 마을이다.


항구 마을에서 니쿠코는 '우오가시'라는 고깃집에서 일했다. 가게 주인 사스케 씨의 배려로 가게 뒤편 사스케 씨 소유의 작은 단층집에 세 들어 살았다. 사스케 씨는 아내를 잃은 후의 고독함에 고깃집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때마침 니쿠코가 마을에 나타났고, 니쿠코를 점원으로 고용한 후 가게는 더욱 번창했다.

니쿠코는 '우오가시'에서 일하며 두 명의 남자와 더 사귀게 되는데 역시 나쁜 남자들이었다.


기쿠린은 엄마 니쿠코와는 전혀 닮지 않은 비쩍 마른 체형에 귀여운 외모를 가진 소녀이다. 원래 이름은 한자는 다르지만 엄마처럼 기쿠코이다. 엄마와 딸의 이름이 같다니 이상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귀여운 외모 덕분에 지금까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았어도 괴롭힘을 당한 적도 없고, 니쿠코가 사귀었던 나쁜 남자의 아내로부터 '우오가시'에서 공개적으로 욕을 먹고 두들겨 맞은 것이 소문나 '항구 마을의 그 니쿠코의 딸'이란 소리를 들었어도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다.


기쿠린은 니쿠코와는 달리 심플한 옷을 좋아했는데 기쿠린과 같이 다니는 마리아는 나풀나풀한 공주님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마리아와 하교할 때면 남자아이 세 명이서 쫓아왔는데 마리아는 자신을 쫓아오는 것처럼 싫다며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쫓아오는 남자아이들 중 니노미야라는 남자아이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학교 점심시간에 마주친 니노미야는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얼굴을 자꾸만 이상하게 만들었는데….



보통이 제일이라고 말하는 니쿠코 모녀의 보통의 삶을 들여다보며 울고 웃으며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소설은 기쿠린의 시점에서 자신을 둘러싼 일상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거기에는 하루의 일과뿐만이 아니라 엄마 니쿠코와 자신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포함된다.


평범하지 않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서일까. 아직 어리광 부릴 어린 나이임에도 항상 혼자서 뭔가 척척해내고 뭔가를 조심하고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배려하는 게 몸에 배는 등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쿠린의 모습에 보는 내내 대견함보다도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인지 일상적인 여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기쿠린이 어느 정도 나이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고 보여져 나에게는 반가운 대목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갈등을 스스로 현명하고 의젓하게 해결하는 기쿠린의 모습에 뿌듯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또한 기쿠린은 장애를 가진 친구를 이해하고 서로 알아감으로써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휘몰아치는 극적 이야기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제야 기쿠린이 남들 보기에 부끄럽게 여겨질지도 모르는 니쿠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다 읽고 난 후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에는 미소를 지은 채 책을 덮었다. 잔잔한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결코 잔잔하지 않은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모두 소설을 읽고 내가 느낀 감동과 힐링을 같이 나누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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