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지만 해치지 않아요 1
우유양 지음 / 블라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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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명무실해진 귀족 제도지만 그래도 주인공 루시의 집안은 꽤 괜찮은 가문으로 사자 특성을 가진 정치가 가문 '레오파르디'이다. 그런데 루시는 외형상 머리에 호른 모양의 뿔을 가지고 태어난 양이었다.

루시가 태어났을 때 내정되어 있던 정략혼은 파투 나고, 신문에서는 돌연변이라느니 불륜의 결과물이라느니 하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연일 실렸다. 하지만 비록 정략혼이었지만 서로를 사랑했던 루시의 부모님은 배우자를 의심하기 전에 서로의 집안 가계도를 조사했고, 8대조 할머니가 양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게 부모님은 루시가 부모님과 외견이 다른 것을 이해시키며 루시를 사랑으로 감싸 안았지만 4년 후 사자 특성을 가진 남동생 루이가 태어나면서 루시는 본인이 철저히 이방인이라 느끼며 사랑하는 가족들 사이에 있어도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성장했기 때문일까. 열다섯 살이 된 루시는 학교에서도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철저하게 혼자였고, 가족들 사이에서도 겉으로는 착한 딸, 착한 누나였지만 속으로는 남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외로움을 삼켰다. 심지어는 가족이랑 무인도에 떨어지면 자신이 가장 먼저 잡아먹힐 거라는 생각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사교 모임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연회장 발코니 구석진 곳에서 혼자 종이접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루시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세모꼴의 개의 귀 모양을 한 은발머리의 귀공자 같은 얼굴의 소년이었다. 그 소년은 루시를 보고 기분 좋은 듯이 계속 꼬리를 흔들어 댔다.

혼자 있고 싶었던 루시는 그 소년을 모질게 대했지만 소년은 전혀 기분 상해하지 않으며 자신을 로만이라 소개하며 루시에게 호감을 나타낸다. 둘 사이에 약간의 오해는 있었지만 금방 오해를 풀며 둘은 사이좋게 종이접기를 한다.

"로만, 넌 개지?"

그렇게 루시는 로만을 개라고 생각하고 생애 첫 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 후 둘은 사교 모임마다 만나 종이접기를 하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사교 모임이 일주일에 한 번씩 큰 규모로 열리면서 루시와 로만의 만남은 잦아졌다.

어느 날 그렇게 늦여름에 만나 거의 연말이 되도록 빠짐없이 만났던 로만이 사교 모임에서 보이지 않았다. 로만을 찾아 연회장을 헤매던 루시에게 로만과 비슷하게 생긴 어른이 다가와 자신을 로만의 형 해롤드 바스커빌이라고 소개했다. 루시는 자신의 가문과 적대적인 '바스커빌' 가문이라는 말에 경악했다.

해롤드는 로만이 홍역에 걸려 참석하지 못했으니 루시에게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으면 로만의 병문안을 와 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루시는 바스커빌이 늑대 가문이라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로만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에 떨며 해롤드와 함께 바스커빌 저택으로 향하는데….



『늑대지만 해치지 않아요』는 등장인물들이 수인인 로맨스 판타지 소설로, 우리가 흔히 로맨스 판타지라고 하면 떠올리는 중세 배경이 아닌 핸드폰과 자동차, 비행기 같은 문물이 등장하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첫만남부터 루시가 좋았던 로만은 루시와 만남을 이어가며 마음을 키워가고 그것을 루시에게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다정하고 귀여운 직진남 로만은 일단 로맨스물 남주로 합격!!

그런데 루시는 로만과의 만남을 거듭하며 로만을 좋아하게 되지만 굳이 그것을 우정이라고 정의 내리며 누가 봐도 루시에게 호감을 표하는 로만을 모른척하고 오해를 거듭하다 어긋나게 된다. 그런 루시를 계속 보다 보니 처음엔 조금 안타깝다가 나중에는 답답함에 삶은 고구마를 꾸역꾸역 먹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루시의 오해는 로만과의 첫만남부터였다. 루시는 로만과의 첫만남에서 로만이 자기소개를 하기도 전에 로만의 외형을 보고 혼자서 개라고 판단하고는 "로만, 넌 개지?"라고 확신에 차 말했으면서, 나중에 로만이 늑대라는 것이 밝혀지자 혼자 배신감에 치를 떤다. 왜? 로만이 딱히 자신이 개라고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 왜 루시는 로만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로만이 자신을 바스커빌이라고 밝히지 않은 것처럼 루시 역시 자신이 레오파르디라고 밝히지 않았으면서.


루시가 어릴 때부터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남들과 교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혼자서 생각을 거듭하니 사고가 자기중심적에다가 방어적이고 자기 합리화가 심한 것 같다.



소설은 루시의 시점뿐만 아니라 로만의 시점에서도 서술되어 있어 같은 상황을 두 사람이 각각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홀로 고립되고 음울한 루시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할 것 같은 로만이 연애 문제에 있어서는 병적인 독점욕을 보이는 바스커빌로서 본성을 자각하는 것이 나와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다.


귀엽고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둘 사이는 자꾸 한 박자씩 템포가 어긋나며 연인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권의 끝부분에서 루시가 로만에 대한 사랑을 깨달으며 질투심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로만 못지않은 집착녀가 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늑대 로만과 양 루시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오해와 집착과 계략 속에서 이야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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