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작별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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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다케시는 비가 내리는 어둠이 가라앉은 도쿄로 향하는 밤의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그는 숨이 끊어질 듯한 한계를 느끼면서도 페달을 굴리는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옆에서 형 가이토는 그만 멈추고 휴식할 것을 권했지만 다케시는 고집스럽게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가이토는 다케시의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았고, 갑작스럽게 자전거에 제동이 걸려버린 다케시는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다케시는 가이토에게 화를 냈지만 가이토는 다케시의 행동이 그저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어 현실을 잊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며 냉정하기만 했다.

"네가 뭘 알아!"

- 알지. 내가 너니까.


다케시는 쌍둥이로 어릴 때부터 같이 어울렸던 소꿉친구 소녀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소녀와 자신의 형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해 형과 이야기하려고 가이토를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우고 산 정상을 향하다 사고를 낸다.

정신을 차렸을 때 가이토는 절벽에서 떨어지려는 상황이었고 그런 가이토를 다케시가 왼손으로 잡고 있었다. 둘 다 심한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때 가이토는 웃으며 다케시의 손을 뿌리쳤다.


그 이후 가이토를 잡았던 왼손은 사고 난 오토바이에서 옮겨붙은 불로 인한 화상 자국과 가이토의 영혼이 깃들게 된다.

하지만 의사는 다케시에게 정신질환으로 한쪽 팔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는 병명을 진단했고, 설상가상 죽은 가이토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다케시의 말에 '해리성 장애에 의한 환청'까지 진단했다.

그런 그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권했고, 이에 격분해 의사를 때린 다케시를 강제 입원시키기로 한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쳐 도쿄에 몸을 숨기기로 했다.


도쿄 도심으로 가기 전에 강제적으로 휴식을 취하게 된 다케시는 다리 밑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 그날 밤 악몽에 시달리는 다케시를 깨운 가이토는 텐트 바깥에서 남자의 신음 소리가 들렸음을 알려줬고, 이에 바깥을 둘러보던 다케시는 한 중년 남자가 맞은편 잡초 속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가이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며 건드린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주검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패닉에 빠진 다케시는 살인 용의자로 오해받을까 봐 가이토의 충고에 따라 정신없이 사건 현장을 벗어나는데….



치넨 미키토의 작품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전공을 살린 이전 작 『구원자의 손길』처럼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주인공이 되어 벌어지는 사건이 아닌 의사와 의료 전문지식은 나오지만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본격적인 범죄조직과 맞서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내리는 모든 상황에서의 판단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숙하여, 끝내 가슴이 아플 정도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저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다케시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어리고 미성숙한 영혼을 한계로 몰아넣으며 고통을 줘야만 했는지 작가가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진짜 형의 영혼이 왼손에 깃든 것일까, 아니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일까.

그 모호한 진실의 경계를 오가며 마약조직의 범죄에 연루된 다케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소설은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충격적인 전개 방식을 보여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주인공의 선택에 너무 마음이 아파 소설을 끝내고도 손에서 책을 쉽게 내려놓지 못할 만큼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왜 아직도 주인공의 성장과 구원의 대가가 여전히 가슴 아픈 것일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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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9 15: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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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0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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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2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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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1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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