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4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는 총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도>

비를 피하다 우연히 스님 우생을 만나게 된 선노미는 우생의 권유로 그의 암자에 잠시 머물게 된다. 그곳에는 산에서 다리를 다치고 산길을 헤매다 잠시 머물고 있는 춘식과 영달이라는 남자들 또한 있었다.

우생은 머무는 동안 본당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그런데 얼마 뒤 암자에 머물던 춘식과 영달이 차례로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벌어지는데….


<외줄 타는 남자>

하룻밤 잘 곳을 찾아 헤매던 선노미는 우연히 사당패 무리와 만나 그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사당패 중엔 선노미 또래의 덕임이라는 남장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녀는 선노미에게 줄광대였던 오빠 길상의 짧지만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데….


<보름달 마귀>

사당패와 헤어져 길을 떠난 선노미가 어느 마을 어귀에 들어섰을 때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지나치게 된다. 그런데 어이없이 살인범으로 의심받으며 꼼짝없이 체포될 찰나, 오작인 병오의 도움으로 오해를 풀게 된다. 그리고 살인을 한 진짜 범인인 보름달 마귀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호리병을 든 남자>

다시 길을 떠난 선노미는 우연히 반월댁이라는 주모가 하는 주막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때 자신을 '필요 없는 것들을 사는' 장사꾼이라고 소개하는 무용이 주막의 손님으로 묵게 된다. 자신에게는 딱히 쓸모없는 재주를 산다는 무용의 말이 허황되게 느껴진 주막의 손님들은 그를 비웃었고, 그를 비웃던 손님 중 한 명인 만기가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자신의 능력을 무용에게 팔게 되는데….


<지지 않는 꽃>

주막을 떠난 선노미는 우연히 기방에 신세를 지게 되고, 거기서 예전에 만났던 사당패를 다시 만난다. 선노미가 기거하게 된 기방은 인근에서 유명한 기방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이름 높은 기녀인 열일곱 살의 연홍은 덕임과 선노미를 살뜰히 챙겨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홍과 노기(老妓) 홍매가 같이 산책을 나갔다가 강도를 만나 홍매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낙서하는 아이>

사당패와 다시 헤어지고 길을 나선 선노미는 어떤 마을에 도착했고, 그 마을 서당에서 혼자 나뭇가지로 마당에 글자를 적고 있는 깡마르고 작고 지저분한 소년 차돌을 만난다. 선노미가 말을 걸자 차돌은 도망갔고, 그 소리에 나온 훈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선노미는 훈장이 다름 아닌 자신에게 언문을 가르쳐 줬던 춘추관 사관 종훈임을 알고 놀란다.

그런데 얼마 뒤 마당에서 서당 수업을 몰래 듣던 차돌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삼개주막 기담회』의 오윤희 작가는 일간지 기자 출신의 작가로 픽션과 논픽션의 세계를 넘나들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지 막연하게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들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비록 옛날을 배경으로 한 기이한 이야기들의 모음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현실의 문제들이 반영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삼개주막 기담회를 통해 연암을 알게 된 선노미가 그 인연으로 연암을 따라 청나라에 갔다가 그곳에서 자신과 연암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뒤 죄책감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조선을 떠돌아다니며 겪는 이야기의 모음으로 되어 있다.

그 방황을 통해 선노미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이 세상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나간다.


다른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세 번째 <보름달 마귀>와 여섯 번째 <낙서하는 아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간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음험한 욕망과 충동을 숨기지 않고 드러나 보이게 하는 저주 받은 가면에 관련된 이야기인 <보름달 마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저주받은 가면은 마치 현대 사회의 인터넷이 가진 익명성이라는 가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살인이라는 더러운 욕망을 푼 보름달 마귀, 주태처럼 현대의 사람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소설 속의 주태처럼 자신과 관련 없는 타인을 먹잇감 삼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음험하고 더러운 욕망을 분출하고 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마치 자신들이 정의의 사도가 된 것처럼 자신들의 먹잇감이 된 상대를 향해 무자비하고 잔인한 칼날을 휘두르며 난도질하고 무참히 짓밟아 버리며 희열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고 있을 현실 속의 보름달 마귀들에게 이 이야기 속 보름달 마귀가 너희들의 모습이라며 보여주고 싶다.


<낙서하는 아이> 속 학대받는 차돌의 이야기를 읽으며, 힘없는 아이들은 결코 어른들의 감정의 쓰레기통이나 분풀이 대상이 아님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보다 힘없고 약한 아이들이 짓밟아도 되는 존재가 아닌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존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대는 대물림된다는 것을 명심하여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충고를 통해 선노미는 죄책감을 떨쳐버리려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죄책감을 짊어지고 속죄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그렇게 과거에 얽매여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면서 미래를 향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기로 결심한다.

과연 선노미가 선택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선노미가 모든 방황을 마치고 삼개주막으로 돌아가 펼쳐질 또 다른 이야기 세상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