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도쿄에 있는 하나부사 미술 대학에 입학하며 도쿄에 오게 된 데라와키 도모치카는 어머니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을 거절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급여 받는 날이 꼬이게 되어 생활비가 빠듯해지면서 결국 식사를 굶는 날이 생기게 되었다.

고민 끝에 편의점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할 음식을 달라고 부탁해 봤지만 눈총만 받고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럴 때 도모치카에게 한 끼 식사를 만들어주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필요한 생활비를 빌려준 사람이 바로 같은 기숙사에 살고 있는 같은 대학교 같은 과 4학년 선배인 유기 와카나였다.


와카나는 신입생 합숙에서 무심한 듯 후배들을 배려하고 잘 챙기며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딱 그 정도까지라는 선을 그어놓고 있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도모치카는 와카나가 추천한 대학교 근처 카페 '레몬의 집'에 점심을 먹으러 들렀고, 거기서 크림소다를 마시고 있는 와카나를 만나 합석하게 된다.


그날 오후, 학교에서 누드 데생 실습을 마치고 나서는 도모치카 앞을 생전 처음 보는 소녀가 막아섰다. 소녀는 자신을 근처 시라츠키 가쿠엔 대학교 1학년인 신도 교코라고 소개하며 할 이야기가 있으니 무조건 자신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강요했다. 그렇게 그녀를 따라간 곳은 도모치카가 낮에 갔었던 '레몬의 집'이었다.

교코는 와카나와 도모치카가 그곳을 함께 나오는 모습을 봤다며 와카나와 친해 보이니 그의 현재 생활이나 평소 모습을 자신에게 알려달라며 도모치카에게 협조를 구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와카나에게서 눈을 절대 떼지 말고 잘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는데….



처음엔 단순히 『안녕, 크림소다』라는 제목만 보고 상큼하고 밝고 청량한 학원 청춘물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간간이 위트가 보이는 작가의 문체는 그리 무겁지 않아 소설은 쉽게 읽혀졌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 반대였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와카나의 사랑은 사랑 때문에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가 다시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을 철저히 놓아버리려는 공허한 아픔을 보여준다. 오로지 그 사랑의 상실로 인해 세상에 혼자 내버려졌다는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신을 꽁꽁 숨김으로써 그를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와카나가 요시키를 만나지 않았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맨얼굴을 가감 없이 드러내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어차피 사람들은 살면서 한두 개의 가면은 쓰고 살아가는 법이다. 그것이 주변과의 관계나 본인을 위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닌데 그것을 굳이 위선적이라고 꼬집어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와카나가 가족과 멀어지게 한 요시키는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였다.

내가 와카나의 엄마나 동생이었다면 막장 드라마 중의 단골 장면을 연출했을지도 모르는 분노를 느끼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오빠를 너무 속박하지 말라고 말하는 교코에게 자신은 곧 죽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요시키…, 남을 사람이 어떻게 될지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요시키의 말에 울컥 울화가 치밀었다.


또한 작가는 소설의 큰 축을 이루는 도모치카와 와카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전통적 정의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정의를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국 가장 힘들고 지칠 때 돌아가서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의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하더라도 기본적인 가족이라는 형태가 공격받고 해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가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쉽사리 마지막을 덮을 수 없는 책이었다.


과연 도모치카와 와카나, 아니 소설에 등장하는 우리의 청춘들은 아픔을 이겨내고 방황을 극복하여 한층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가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쉽사리 마지막을 덮을 수 없는 책이었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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