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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ㅣ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주인공 장페이야는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버지가 살인마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남동생과 각자 다른 친척 집에 맡겨진 상태였다. 남아선호사상을 가진 큰고모는 페이야의 남동생만 데려갔고, 페이야는 어쩔 수 없이 둘째 고모 집에 맡겨졌다.
그렇게 둘째 고모에게 맡겨진 페이야는 원치 않는 전학을 해야 했고, 급하게 전학 간 새 학교에서는 문제아 반에 배치되고 말았다.
예쁜 데다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해서 예전 학교에서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페이야였지만, 새 학교에서는 문제아 반에 배치된 페이야에게 관심을 두는 선생님은 없을뿐더러, 반에서는 공부에 전념하는 페이야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소위 잘나가는 여학생 구이메이와 그 일당들이 학교 폭력을 행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집에 사는 고모는 신경증을 가지고 있어 조그마한 소리나 사소한 일에 툭하면 불같이 화를 냈고, 고모부는 페이야를 향해 오싹하고 탐욕스러운 불순한 시선을 보내고 역겨운 신체적 접촉을 해왔다.
페이야가 마음을 둘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들른 집 근처 편의점에서 자신에게 따뜻한 걱정의 말을 건네는 예의 바르고 성실해 보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촨한을 알게 되면서,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배려와 도움에 페이야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와 같이 있는 순간이나 그와 주고받는 메시지는 페이야가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그렇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촨한이 일하는 편의점에 자주 들르는 손님 중 한 명이 실종되면서 그녀를 찾아 나선 양아치 구이거가 예전에 자신의 동료였던 촨한을 알아보고는 그를 돈벌이에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음지의 세계에서 나온 촨한은 그의 제안을 모른 척 무시했다.
이에 그를 이용하고 싶었던 음험하고 악독한 구이거는 촨한이 아끼는 페이야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구이메이의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구이메이를 이용해 페이야의 나체사진을 찍어 촨한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는데….

이 책은 쿤룬 삼부곡의 2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1편을 읽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에 큰 지장은 없었던 것 같다.
미친듯한 가독성과 흡입력 있고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절없이 소설 속에 빠져들게 했다.
이야기는 단순히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것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인 마약, 인신매매, 폭력 등과 연결되어 있는 악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환락 살인이라는 이야기까지 더해져 이야기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단순히 학교 폭력에 대한 복수의 이야기로 알고 그것을 통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했던 나에게 소설은 복수의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끔찍하고 잔학한 살인을 저지르는 어린 주인공을 보여주며 형용할 수 없는 당혹감과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아니, 정신적으로 페이야를 길들여 살인자의 길로 교묘하게 종용하며 그녀의 살인을 즐겁게 관망한 흑막에 대한 분노가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복수가 지나치게 비위가 상할 정도로 무자비하여 윤리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어 공감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피해자의 절망에 공감하지 못하고 가해자를 우선시하여 그들의 보호와 갱생의 기회를 주장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는 가해자에게 우호적이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단다'라는 소설 속 말에 공감한다.
현재 우리의 법은 가해자의 이익과 권리는 보호하려 애쓰지만, 피해자에게는 그저 용서와 선처만 강요할 뿐 그 흔한 위로조차 제대로 건네지 않고 있다. 그런 신물나는 현실에 절망하기에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서나마 다소 과격하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처절한 응징을 내리는 것에 환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갈 곳 잃고 방황하는 페이야의 영혼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그저 3편에서는 상처받은 페이야와 촨한이 서로의 구원이 되어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설을 다 읽었지만 쉽사리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