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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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는 20세기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더불어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 인조인간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R. U. R. : 로숨 유니버설 로봇』과 곤충의 세계를 빌어 현대 생활의 물질주의를 풍자하는 『곤충의 생활』은 형 요세프와 함께 쓴 작품들로 그것들을 통해 사회적 병폐를 비판하고 경고하고 있다.

『R. U. R. : 로숨 유니버설 로봇』에서는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고 있는데 이 단어는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를 변형시킨 단어이다. 이 책에서 로봇은 어떤 존재로 나올까?



RUR의 로봇 공장을 보기 위해 섬에 찾아온 유력자나 유력자의 추천을 받고 온 사람 중에 글로리 회장의 딸 헬레나 글로리오바가 있었다. 헬레나는 자신의 아버지 명함을 들고 RUR의 사장 도민을 찾아왔다. 그녀는 무언가 께름직한 태도를 보였지만 도민은 헬레나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그녀의 이상한 태도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호감을 사려는 듯 그녀에게만 예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는 공장 내부를 보여준다.

공장 내부를 보여주며 도민은 헬레나에게 로봇이 만들어진 역사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일부이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은 돈 주고 실은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1920년 늙은 로숨은 해양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 섬으로 왔다. 동시에 로숨 박사는 화학적 합성을 통해 원형질이라고 하는 물질을 복제하려고 시도했다. 아주 오랜 연구를 거쳐 그는 전혀 다른 화학적 구조를 가졌지만 생명체를 만드는 물질을 발견했고, 계속 연구하여 생명체를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늙은 로숨은 진짜 인간을 만들고 싶었기에 맹장, 편도선, 배꼽, 생식샘까지 모두 갖춘 인조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자그마치 10년에 걸쳐 완성한 인조인간은 오래 살지 못했다.

그때 늙은 로숨의 조카인 엔지니어 로숨이 찾아와 인간과 꼭 닮은 비효율적인 인조인간이 아닌, 쓸데없는 감정이나 신체 중 불필요한 부위를 빼고 필요한 기능만을 탑재해 생산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하여 실용적인 로봇을 만들어냈다.

로봇은 창의적 사고는 할 수 없지만 놀라운 지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잔연의 산물인 인간보다 더 완벽하게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도민은 헬레나에게 로봇에 관해 이해시키기 위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헬레나는 도민의 말에 수긍하지 못했다. 그때 남자 다섯 명이 사무실로 들어왔고, 도민이 그들을 소개하자 헬레나는 그들을 로봇으로 착각하고 그들에게서 인간으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하고 있지는 않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인권연맹을 대표해서 왔고, 그들이 로봇을 지지하고 도움을 제안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직원이 아닌 회사의 임원들로 전부 인간들이었다.


자신이 로봇들을 선동하러 왔다는 것을 들킨 헬레나는 섬에서 쫓겨날 것을 예상했으나 헬레나에게 반한 도민은 그녀를 계속 섬에 머물게 하며 그녀에게 청혼을 하는데…….



『R. U. R. : 로숨 유니버설 로봇』은 원래 서막과 본극 3막으로 된 희곡이다.

우리가 아는 로봇이란 인간이 입력한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자동화된 기계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로봇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계장치 로봇이 아닌 인간과 꼭 닮은 인조인간이지만 생식기능이 없어 공장에서 만들어내야만 하는 존재이다.


작품 속 로봇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게 로봇이 만들어져 인간을 대신해 노동함으로써 인간은 다른 인간을 위해 봉사를 하거나 물질의 노예로 사는 삶을 끝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 살며 굶주림과 피로함, 창피스러움 같은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울 거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로봇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낙원이 도래하자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기 시작하며 생존을 위협받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들이 낙원이 아닌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간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일까?


이 작품은 생명과 노동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다.

100여 년 전, 작가는 극단적 기계화가 인간을 도리어 멸망 시킬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기계화와 발전을 거부하고 인간의 노동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노동을 기피하고 쉬운 일만 찾아서 하려 하고, 적게 일하고 많은 보수를 바란다. 그런 현실에서 오히려 인간의 노동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물론 모든 것을 로봇이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인간 생활에 있어 로봇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로봇으로 대체될 경우의 득과 실을 따져 인간이 무너지지 않는 선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로봇이 아니라 노동에 임하는 인간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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