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시오이군의 시시오이 파출소 소속 나가하라 순경은 약 4개월 전 근무를 마치고 장비를 반납하러 시시오이 경찰서로 향하던 중 모든 장비를 그대로 가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그가 들고 있던 무전기만 시시강 하류에서 발견되었을 뿐 나가하라 본인과 경찰수첩, 권총 어느 것 하나 발견된 것이 없었다.

모든 면에서 우수했던 나가하라가 잠적할 만한 동기를 찾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가 모종의 이유로 자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 학교의 같은 아쓰미 교장 동기로서 나가하라의 성품과 성격을 잘 아는 사와노보리 요지 순경은 절대 그 소문을 믿지 않았고, 그의 실종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 병간호를 핑계로 요지는 고향 시시오이초의 시시오이 파출소로 근무지 이동을 신청했다. 그는 나가하라 실종의 진실을 꼭 밝혀내리라 결심했다.


시시오이 파출소의 순경들은 시골 마을의 순경들답게 정감 있고 친절한 듯했다. 그러나 요지가 자연스럽게 실종된 나가하라의 이름을 꺼내면 이내 그들은 얼굴을 굳히고 분위기가 싸늘해지며 화제를 전환했다. 심지어 파출소의 이인자 아키미쓰는 나가하라를 근성 없는 놈이라고 폄하하며 조롱하는 말까지 했다.

대체 나가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부임한 시시오이는 살인도 강도 사건도 거의 없고, 교통사고가 중대 사건일 정도로 한적하고 평화로운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일은 수월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였다.

시시오이로 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요지가 후배 순경 요코오와 낮 순찰을 마치고 파출소로 돌아가니 얼굴에 멍이 든 채 울부짖는 노파 모리 세쓰코를 고스게가 달래고 있었다. 고스게는 파출소로 들어오는 두 사람에게 여동생 집에 가려는 세쓰코를 바래다 주겠다며 파출소를 나섰다.

그날 저녁 요코오와 다시 순찰을 나간 요지는 세쓰코의 집 근처를 지나며 그 집에 들르려고 했으나 요코오의 반대로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파출소로 모리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요코오와 현장에 도착한 요지는 불길이 이미 모리의 집을 집어삼키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 아키미쓰가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이 소설은 두 번째로 읽는 오승호 작가님의 작품이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전작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과 비슷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에서 간혹 보여줬던 위트는 쏙 빼고 진지함만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처음부터 전소되는 한 가옥의 모습을 묘사하며 긴장감의 끈을 바짝 조이며 시작한다.


큰 사건 없이 평화롭기만 하던 시골 마을 시시오이에서 발생한 순경 나가하라의 실종이라는 평화의 작은 균열.

그의 실종과 관련 있어 보이는 자들은 그 균열을 들키지 않으려고 그런 것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넘기려 하지만, 주인공 요지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점점 넓혀가 결국은 평화로 위장한 모습 속에 감춰진 추악함과 위선이 전부 흘러나와 세상에 드러나게 한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도 알만큼 좁고 친밀한 시골 마을에서, 권력자들은 대의라는 가면 아래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쓰레기 같은 규범과 체계로 사람들을 옥죄며 왕좌를 지켜나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서는 경찰도 조폭도 그저 권력자를 위한 똑같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 왕좌를 뛰어넘어 진정한 대의와 평화를 쟁취하여 시시오이가 진정한 자신이 되는 곳이 되기를 바라며 자신을 버리고 몸을 낮추고 웅크려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 또한 존재했다.

그런 곳에서 나가하라는 무엇을 생각을 하고, 무엇을 기대하며 살았을까.


고등학교 시절 고시엔에서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생 내리막을, 아니 자신이 죽는 것을 경험한 요지는 나가하라의 실종을 확실히 매듭짓는 것으로 고시엔 마운드에서 잃어버린 자신이 살아갈 의미를 되찾으려고 했다.

그런 요지가 부임해 온 뒤로 조용한 시골 마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 사건이 발생한다. 과연 그들은 무엇 때문에 죽임을 당했으며 그들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모두가 의심되는 상황 속에서 밝혀지는 소름 끼치는 범인의 정체……, 그리고 나가하라는…….

과연 요지는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단지 몇 줄의 감상평만으로 이 소설의 매력과 재미를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이 소설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서사와 그것이 서로 정교하게 얽히면서 어떤 이해관계를 낳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보고 제대로 파악했다고 자신했던 모습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 참된 진실이 가져오는 짜릿함과 흥분을 배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덮고 난 지금 할 말이 많은 동시에 할 말은 하나밖에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