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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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72년 9월,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요노고등학교 2학년 학생 17세 시바모토 미유키는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부모는 쉬쉬하며 미유키에게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했다. 수술은 아무 문제 없었고 미유키도 마취에서 무사히 깨어났다. 그러나 미유키의 심신이 그 부담을 견디지 못해 미유키는 사망하고 만다.

미유키는 그렇게 죽어가며 '아르키메데스'라는 단어를 말했다.

10월 3일 시바모토의 자택에서 미유키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아버지 시바모토 겐지로는 조문객들 앞에서 미유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고 조문객들 중 미유키의 학교 친구들 사이에 불온한 의구심이 가득한 공기가 흘렀고, 미유키의 어머니 쇼코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슬픔과 분노를 삼켜야만 했다.

'너희 중에 있잖아! 미유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


의식이 끝나고 유족이 화장장으로 떠난 뒤 도요노고교 학생들은 후련하다는 표정마저 보인 채 밝은 분위기로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 중 한 명인 야규 다카야스는 조금은 미유키를 추모하는 마음이 있는 듯한 나이토 기쿠오에게 야비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 미유키가 임신중절 실패로 죽었으며 미유키는 상대 남자를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들 사이의 이런 수런거림을 들은 장의사 협력 업체 직원 중 한 명이 가십거리로 동료 요시노 고로쿠에게 그 이야기를 전한다. 이에 요시노는 귀가 중이던 학생 중 한 명을 불러 세워 그 소문에 대해 캐묻는다.


딸의 죽음이 억울했던 시바모토 부부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 딸의 복수를 하고자 결심했고, 장례식 후 학교를 찾아가 미유키의 담임 후지타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자신들이 비밀로 함구하고 있던 미유키의 임신 사실이 이미 그들과 미유키 본인이 알기 전부터 학교에 소문으로 떠돌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상대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 판단하고 그를 알아내 폭로하고 싶다는 말을 후지타에게 전한다.

그러고는 후지타에게 미유키와 관계가 깊었던 학생들과 미유키가 마지막으로 같이 여행을 갔던 여학생 세 명을 미유키의 삼우제에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아이들과 대면한 겐지로는 아이들에게 정보를 얻어 미유키를 임신시킨 남학생을 찾으려 했으나, 역으로 자신의 건설 사업에 대한 아이들의 조롱과 경멸의 이야기 듣는다. 이에 겐지로는 자제심을 잃고 시바모토공무점의 건설 사업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자신을 증오하고 미유키를 얕잡아 이야기하던 나이토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순간 아내 쇼코로부터 학교에서 후지타를 찾는 급한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전화를 받은 후지타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었다.

"나이토, 네 도시락에 독이 들어 있었단다. 야규가 먹고 쓰러졌대."


야규는 젊은 데다 독을 미량만 먹어 회복이 순조로웠다. 이번에 일이 일어나자 당황한 어머니 이쿠요와 누나 미사코를 대신해 누나의 연애 상대인 가메이가 믿음직스럽게 모든 일처리를 해주었다. 그러나 야규는 그를 혐오했다. 이유는 그가 아내와 자식이 있는 유부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야규가 퇴원한 얼마 후 야규는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린다. 바로 누나 미사코의 불륜 상대 가메이가 야규의 집 마루 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일본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를 작가의 길로 인도한 전설의 청춘 미스터리라고 해서 읽기 전 엄청난 기대를 가졌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내가 생각했던 청춘 미스터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여기에 나오는 학생들은 청춘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것처럼 순수하지도 상큼하지도 않은 그저 자아도취가 심하고 본인들만이 옳음의 척도이고 본인들 생각과 다르면 전부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소위 중2병 말기에 해당하는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었다. 심지어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인간들이었다.


법을 지키기만 하면 태양을 돈으로 사는 양심 없는 사람이라며 겐지로를 몰아세워놓고는, 정작 본인들은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를 지어 놓고도 법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니 전혀 미안해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거나 하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하는 뻔뻔한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했을 때 틀렸다고 생각되면 자신들의 기준으로 다른 이를 단죄하는 것을 마치 큰 영웅적 행위라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것이 자신들이 합법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올바르지 못한 방법을 통한 것이더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는 아이들을 보니 가증스럽고 역겹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그들은 착각이었든 진실이든 본인들이 상처를 받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앙갚음을 하고는 착각이었다면 그냥 그걸로 끝인 그뿐인 이기적인 인간들일 뿐.

후회나 반성, 참회 따위는 없다.


삶을 고뇌하는 아름다운 청춘을 기대했건만.

끝까지 자신들을 옹호하는 궤변만 늘어놓는 너네들은 왜 죄를 지어놓고도 벌을 받지 않고 마음까지 평온한 거지?

소설책을 덮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가 치미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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