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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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우산은 쓰더라도 젖는다>

법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명씩 차례대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도록 시켰다. 이에 대인기피증이 심한 후지무라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오만가지 생각을 했고, 자기 차례가 되어서는 긴장감에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대충 다 뛰어넘고 뒤죽박죽으로 말하고 만다.

자기소개 후 교수는 학생들끼리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여 친구를 사귀는 시간을 주었는데 이것은 후지무라를 또다시 당황시켰다. 후지무라는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혼자 멍하니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 거기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그러다가 깜빡 졸고 만다.

문득 추위가 느껴져 눈을 떠보니 강의실은 텅 빈 상태였고, 오리엔테이션이 끝난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일어서서 입구로 향하던 후지무라는 강의실 뒤 의자 위에 놓인 검은색 우산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직접 우산 주인을 찾아주고자 마음먹는데….


<니시지바의 프랑스>

후지무라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사토나카를 우연히 같은 학과에서 재회했다. 딱히 친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사토나카는 니시지바 역 근처의 셀렉트숍을 지날 때 들어가 보자며 후지무라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들어가 버렸다. 평소 그런 가게에서의 쇼핑과는 거리가 멀었던 후지무라는 이 기회에 셀렉트숍에서 쇼핑할 것을 내심 기대하며 따라들어갔다.

그러나 후지무라의 기대와는 달리 사토나카는 혼자서 자신의 쇼핑 품목을 가지고 피팅룸에 들어가 버렸고, 후지무라는 점원의 관심과 서비스를 한몸에 받으며 무척 불편해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없었는지 그냥 나가자고 했던 사토나카는 마침 가게에 있던 여자 손님을 보고는 같은 수업을 듣는다며 아는 척을 했다. 그런데 그 여자 손님은 사토나카에게 피팅룸에 관해 묻더니, 그 가게의 피팅룸에 여자 손님이 들어가면 사라진다는 괴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노래방에서 마왕을 부르다>

스페인어 강의시간에 그룹 발표에서 호평을 받은 후지무라 무리는 뒷풀이로 식사 후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노래방에서 후지무라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까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했지만, 미하루는 남의 눈치는 보지도 않고 오페라 가수 같은 비브라토를 구사하며 클래식 곡들을 연이어 불렀다.

그리하여 처음에 노래방에 들어갈 땐 기본 시간보다 연장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던 다른 아이들이 시간이 다 되었을 땐 노래를 더 부르겠다는 열의가 사라져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그때 갑자기 취한 사람처럼 미하루가 옆으로 쓰러졌다. 분명 오렌지주스만 주문했던 테이블 위에는 오렌지주스 외에 술잔이 한잔 놓여 있었다.

이에 후지무라는 미하루에게 술을 먹인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부채 속으로 사라진 사람>

부채를 판매하는 축제를 구경 갔다가 발 디딜 틈 없는 복잡한 인파 속에서 후지무라는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심적 갈등을 겪고 있던 후지무라에게 사토나카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가에가 지갑 도둑맞았대.'

이에 후지무라는 범인의 특징을 물어 인파 속으로 사라진 범인을 찾아 나선다.


<눈을 보고 추리를 말하지 못하는 탐정>

후지무라의 추리능력이 필요하다는 사토나카의 긴급한 메시지에 후지무라는 부리나케 법대 건물 담화실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야마모토와 미하루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한 인물을 의심하는 야마모토와 증거도 없는데 단정하며 그 사람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미하루 사이에 팽팽하게 의견이 대치되며 고성이 오갔다.

담화실에 들어선 후지무라를 발견한 사토나카는 후지무라에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바로 법대 건물 4층의 담배방에 있던 컴퓨터가 도둑맞았는데, 상황을 보면 야마모토 무리가 의심하는 히메다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범행을 못할 것 같았지만, 야마모토 무리들은 집요하게 히메다를 절도범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후지무라는 사토나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는데….



이 소설은 극심한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법학과 신입생 후지무라 미사토가 대학생활 중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추리하며 해결하는 다섯 편의 이야기의 모음이다.

앞의 세 가지 에피소드는 사건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현실감 있게 그대로 보여주며 그 속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소동들을 추리로 풀어내고 있다. 그것은 추리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어디에서나 존재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그렇게 사소한 추리부터 시작하여, 평범한 우리 삶 속에서 인간들의 어두운 심리가 만들어내 발생되는 사건다운 사건과 마주하게 한다. 그 모든 이야기 속에서 후지무라의 빈틈없는 논리와 사소한 것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눈썰미와 기억력이 빛을 발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이끌어 낸다.


대인기피증으로 인한 주인공의 성격은 왕소심과 비관적인 성격의 끝을 달린다. 후지무라는 자신이 할 행동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그렇게 행동하거나 말했을 경우 상대가 보일 반응을 부정적인 입장에서 수십 가지 정도 추측하여 본인의 처지를 지하 깊숙이 끌어내린다. 조금만이라도 긍정력을 가지면 좋으련만….

그러나 소심해서 겉으로는 인사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후지무라지만 머릿속에서는 쉬지도 않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비꼴 줄도 안다. 읽다 보면 '아~, 시끄러워. 후지무라 무지하게 수다스럽군. 제발 좀 그 생각이라는 것 좀 멈춰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후지무라가 대인기피증을 가지게 된 이유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누구든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평범한 일상과 그 일상 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단면을 이야기하는 이 일상 미스터리 소설의 범인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인물들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일상의 이웃들을 믿으면서도 의심하게 된다.

일상 미스터리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무겁지 않은 가벼운 미스터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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