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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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감정사인 미쓰기 롯페이는 혼조 가문의 의뢰를 받고 나흘 전 세상을 떠난 혼조 구라노스케가 남긴 유산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인 사쿠마 마을로 갔다.

신슈 제일의 산림왕인 혼조 가문은 일본의 고도성장기에는 혼조 구라노스케를 주축으로 여러 개의 제재회사와 골프장, 호텔업 등 거대 왕국을 건설하였으나, 1980년 이후 목재 불황으로 인해 사업은 하향세를 걸으며 여러 개의 사업장이 도산하거나 폐쇄되었고, 이제 하나씩 남은 회사와 호텔은 채무초과 상태였다.

그리하여 상속인인 구라노스케의 네 명의 자식 중 셋째 에쓰조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채무초과 회사의 경영권 승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얼마만큼의 현금을 더 받을 수 있느냐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전부 미쓰기와의 첫 만남에서 혼조 가문이 가진 자산의 가치를 부풀려 줄 것을 요구했다.


혼조 가문의 남매들과 인사를 마친 미쓰기는 유산 감정 기간 동안 머물 혼조 저택 안의 방으로 안내받았다. 미쓰기가 혼자 남게 되자 미쓰기의 오른쪽 어깨에 미쓰기 몸에 기생하는 존재인 인 씨가 나타나다.

인 씨는 인면창으로 미쓰기가 어렸을 때 친가에 놀러 갔을 때 산속에서 굴러떨어지며 난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고 크고 작게 갈라진 흉터로 남은 자리에 생겨났다. 어느 날 갑자기 말을 걸어온 입모양의 상처에 깜짝 놀란 미쓰기는 부모님에게 말했지만 상처는 부모님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존재에 겁을 먹었지만 인면창에 대해 찾아보고 알게 된 후, 미쓰기는 인면창에게 '인 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시작했다. 인 씨는 독설로 입은 걸지만 박식했다. 미쓰기는 책을 읽고 금방 잊어버리는 반면 인 씨는 시간이 지나도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다음 날, 상속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을 조사하기 위해 혼조 가문 소유의 산으로 간 미쓰기는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일어나 지층이 훤히 드러난 곳을 발견했다. 미쓰기는 단지 장관이라고 생각하며 단층면을 바라봤지만 인 씨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미쓰기에게 각 지층의 샘플을 채취할 것을 명령했다. 인 씨의 명령대로 흙을 채취해 토양분석 시설로 보낸 미쓰기는 그 시설로부터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희소가치가 높은 자원인 몰리브덴이 검출되었다는 보고서를 받는다.

중간보고이기는 했지만 애물단지였던 산이 보물산이 되며 분위기는 급반전을 이뤘다. 상속인들은 미리 축하하며 작은 연회를 열었고, 거기에서 상속인들은 현금이 아닌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보이며 한순간 유산 분할 협의는 경영권 분쟁의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그날 밤, 혼조 저택 내의 창고에서 불이 났고, 전소된 창고 안에서는 첫째 다케이치로와 그의 아내 기미코의 불탄 사체가 발견되는데…….



역시 믿고 보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새 시리즈 『인면창 탐정』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지만, 사람몸에 기생하며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말까지 하는 인면창이라는 존재 때문에 오컬트 호러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 인면창은 해롭거나 무서운 존재가 아닌, 주인공 미쓰기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였다. 미쓰기는 인면창과 같이 있음으로써 하나의 완벽한 존재가 된다고 할까.


이 소설을 읽을 때 즐거움의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인 씨의 독설이었다. 인 씨가 미쓰기를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릴 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랬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아버렸다. 이게 뭐죠? 😱

구루미가 미쓰기를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지만, 나는 앞에서 읽었던 이야기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재구성되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오싹함을 느꼈다.

대박!!!


소설은 유산 상속을 둘러싼 사건을 보여주며 인간 본연에 자리 잡고 있는 물질에 대한 탐욕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대대로 물려내려져 온 왜곡된 가부장제와 그것으로 인해 뼛속 깊이 자리 잡은 비뚤어진 남성상과 여성상, 미신에 대한 그릇된 믿음, 형제간의 불화 등, 어느 것 하나 불편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소설은 역시나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답게 가독성 좋고 쉴 틈을 주지 않고 거침없이 몰아쳤다.

뒤통수 세게 맞으며 주인공의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다음 편이 기대가 되는 것은 왜일까?

신선한 소재의 미스터리 추리소설 『인면창 탐정』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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