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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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괴담』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 모음집이다.


<은거의 집>

주인공 '나'는 어릴 적 일곱 살 생일을 맞이하기 직전, 어머니가 입혀준 깔끔한 외출복 차림으로 아버지를 따라 집을 나섰다. 아버지와 열차를 몇 번이나 갈아탄 후에 민가가 드문드문 있고 주위에 논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한적한 시골에 내리게 되었다. 그 시골마을에서도 한참을 걸어들어가 작은 산에 도착한 아버지와 나는 그 산을 올라 목적지인 그 산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에 가는 대나무 울타리에 빙 둘러싸인 집 한 채가 있었다. 그 집에서 기모노 차림의 한 할머니가 나타나 나만 울타리 너머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곧바로 목욕을 한 뒤 준비되어 있던 옷으로 갈아입었고, 내가 입고 있던 속옷을 포함한 옷과 신발은 보자기에 감싸 울타리밖에 있던 아버지에게 건넸다. 그렇게 아버지는 되돌아갔고, 그날부터 일곱 밤이 지나 내가 일곱 살이 되는 당일까지의 '은거'가 시작되는데….


<예고화>

초등학교 신임교사인 구보타 나오토는 관례와는 다르게 1학년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나오토는 반 아이들을 차별 없이 대하려고 항상 주의하며 노력하였다. 그런 그에게 아메미야 다쓰토라는 아이는 신경이 쓰이는 존재였다. 다쓰토는 공부는 잘했지만 자기가 먼저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얌전한 아이였고, 쉬는 시간에도 언제나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의 조짐이 가정방문 시기 이후에 보이기 시작했다.

가정방문 당시, 나오토는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통학로를 꼼꼼히 체크했었는데, 다쓰토가 지나다니는 길에 길 가는 사람들을 향해 심하게 짖는 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체크해 두었다.

얼마 후, 나오토는 미술 시간에 아이들에게 '통학로'를 테마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 다쓰토와 같은 길을 지나다니는 고코로는 마구 짖어대는 개의 그림을 그렸지만, 다쓰토의 그림에는 개는 없고 쇠사슬과 개 목걸이만 있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나오토는 이 그림에 대해 그냥 넘어가고 잊었다.

그러나 며칠 뒤 고코로로부터 그 무서운 개가 개 목걸이와 쇠사슬만 남겨둔 채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쓰토의 그림을 떠올리는데….


<모 시설의 야간 경비>

모 문예지의 신인상 단편 부분에 응모해 수상한 센바 아츠오는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곧바로 작가 일로만 먹고 살 수는 없었던지라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비원에 지원하게 되었고 경비업체에 채용되었다. 나흘간의 경비원 연수가 끝난 뒤 현장 업무에 배정받게 된 아츠오는 경비업무에 적응해가며 집필 작업에도 진척을 보였다.

경비원이 된지 반년 정도 후, 아츠오는 '광배회'라고 하는 신흥 종교 단체의 야간 경비업무에 배정을 받게 되었고, 그곳에서 건물이 아닌 '십계원'이라는 이름의 기묘한 설치 공간의 순찰업무를 맡게 되는데….


<부르러 오는 것>

대학생이었던 아이다 나나오는 오봉 연휴에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했다가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고 여행을 포기하고 본가에 갔다. 그런 나나오에게 할머니는 오봉 당일 오랜 지인의 집에서 열리는 법사에 가 불단에 향전을 바치고 오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그곳까지 가는 방법과 법사에서의 예의를 포함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데….


<우중괴담>

어느 날 작가에게 30여 년 전에 같이 작업을 했던 적이 있다는 마쓰오라는 장정가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름이 기억에 없던 작가에게 마쓰오는 같이 작업했던 책 제목들을 보내왔고, 그것을 보고는 작가는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라 마쓰오에게 연락했다. 마쓰오는 작가가 연재한 괴기 단편들을 잘 봤다는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의 작품에 관해 꼭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에 작가는 마쓰오의 디자인 사무소로 직접 찾아갔다. 간단하게 옛 추억을 이야기한 뒤 마쓰오는 30여 년 전에 체험했던 경험을 작가에게 이야기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각각 '나'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 뒤 '나'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각색하거나 혹은 그대로 적는다고 밝히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나'가 이야기하는 커리어 부분의 이야기가 실제 작가의 이야기와 일치했기에 그 외의 '나'가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포함한 이야기들이 실제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는 <예고화>, <모 시설의 야간 경비>, <우중괴담>이다.

<부르러 오는 것>은 읽는 도중 혈압이 상승해서 죽는 줄 알았다. 무서운 이야기가 주인공의 답답한 행동으로 덮여버리는 기분이었다.

세 명의 어른들이 향전을 바치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는 충고를 했는데, 왜 대학생이나 되는 여자가 그것을 못 떠올리는지 뒷목 잡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창고까지 꾸역꾸역 찾아가서 신발 벗고 들어가 친절히 부르는 모습에는 진짜 멱살 잡고 끌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은 아까워서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는 남편에게 사정을 말해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자신을 키워준 부모에게는 아버지는 안 믿어주고 어머니는 너무 믿을까 봐 말을 안 했다는 게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다.


이야기들은 공포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음으로써 더 찝찝함을 남기면서 무섭고 섬뜩했다.

여기서 말하는 괴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특이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도중에 맞닥뜨릴 수 있지만 설명 불가한 기괴한 이야기들로, 그렇기에 그것으로 인한 정체불명의 공포는 그 어떤 것보다 심장을 바짝 조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호하게 끝나는 이야기들은 궁금증을 자아내며, 그 일들은 단순히 있었던 일들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발생 가능한 공포를 의심하게 했다. 그렇지만 그런 공포는 결국 인간의 의지로 극복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서히 스며들어 끝없는 의심으로 인해 헤어 나올 수 없는, 끈질기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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