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07/pimg_7114282153621820.jpg)
여태껏 출간된 미술작품에 관한 책들은 외국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명화 위주로 소개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책 『미술관 읽는 시간』은 우리가 생활하는 한국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미술관과 거기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으로, 직접 가보기를 원한다면 시간을 내어 언제든지 갈수 있는 곳을 보여주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책의 저자 정우철 도슨트는 미술 관련 지식이 있든 없든 누구나 쉽고도 가볍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음을 밝히고 있다.
일단 책은 요즘 출간되는 일반적인 책 제본 형식과는 다르게 제본 상태가 그대로 밖으로 드러난 바느질 제본이라 신기했다. 일반적인 책들은 책을 쫙 펼치면 본드 접착 부분이 떨어져 책이 갈라지기에 책 보기가 조심스러웠지만, 이 책은 거리낌 없이 책을 펼쳐 볼 수가 있어 너무나 편했다.
책은 국내의 유명 미술관 7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는 내가 가봤던 곳도 있고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가본 곳도 있으며, 처음 듣는 생소한 미술관도 있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07/pimg_7114282153621828.jpg)
우선 처음에 소개하는 '환기미술관'은 예전에 사는 곳과 가깝기도 해서 주말에 자주 가보았던 곳이다. 물론 그때는 자의가 아닌 김환기 화백 그림을 좋아하는 언니에게 끌려갔었다.
저자는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성심>과 위 왼쪽에 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소개하고 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진 작품은 30년 지기 김광섭 시인의 부고를 듣고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점에 담아 그려 완성한 전면 점화이다. 이 작품의 이름은 김광섭의 시<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다.
1956년부터 3년간 파리에서 체류했던 김환기 화백은 한국을 떠나서야 비로소 느끼게 된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그의 50년대 작품에는 백자, 청자, 전통 기물, 산과 달 등 한국의 자연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위 오른쪽에 있는 <매화와 항아리>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이며, 신비로운 푸른색을 의미하는 '환기 블루'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고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07/pimg_7114282153621830.jpg)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전시한 '이중섭미술관'은 제주도에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는 이중섭을 기리어 그가 피난시절 1년 정도 거주했던 집을 복원하고 그 집을 중심으로 미술관과 이중섭 거리를 조성했다.
저자는 그의 작품들 중 꼭 봐야 할 작품으로 <해변의 가족>과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꼽고 있다.
특히 위 사진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한국전쟁 중에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따스한 색으로 표현된 평화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이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중섭 화백은 서귀포에서 지낸 1년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언급했다고 하니 그림을 보면서 생각하는 바가 많아진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07/pimg_7114282153621831.jpg)
나혜석 화백은 적당히 알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치열하고 안타까우며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삶을 살다가 사람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에서 만날 수 있는 나혜석 작품 중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자화상>과 <김우영 초상>을 들고 있다. 두 작품들은 나혜석 화백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기에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이다. 특히 <자화상>은 뚜렷한 서구적 이목구비 때문에 본인의 자화상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깊은 고뇌가 느껴지는 얼굴 표정과 시선에서 작가의 심리와 정서가 잘 드러나는 수작 중의 수작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위 오른쪽 작품<농촌 풍경>은 당시 나혜석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일상 주변의 풍경을 잘 짜인 구도와 원근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밝은 색조와 특유의 붓 터치를 느낄 수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07/pimg_7114282153621833.jpg)
이 외에도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이응노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한편의 에세이처럼 적혀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전히 미술관 관람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술관 티켓팅부터 미술관 관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시간대나 관람을 위한 준비, 도슨트 타임을 이용할 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물론 미술관 관람 에티켓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미술관 관람이라고 하면 왠지 미술에 일가견이 있어야만 될 것 같아 거리끼게 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 정우철 도슨트 역시 국내 화가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기 전까지는 마치 동네 마실 다녀오듯 미술관을 다녀왔다고 한다.
미술 작품을 보고 꼭 대단한 작품 평가를 하고 감동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그저 편안하게 작품을 보고 내가 느끼는 대로 감상을 얻어오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굳이 일부러 시간 내서 가는데 그렇게 가는 것이 시간 낭비일 것 같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 『미술관 읽는 시간』을 들고 갈 것을 추천한다. 언제든지 원할 때에 볼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자신만의 도슨트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