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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임팩트 -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 4개의 축이 뒤흔드는 지금부터의 세계
박종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세계는 1990년대 냉전 종결 이후 2010년대까지 전례 없는 호황을 겪어왔다. 중간중간 위기들이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들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서 대량의 달러를 시장에 풀어 이를 극복하는 듯해 보였다. 심지어 무분별하다 싶을 정도로 달러를 찍어내는데도 불구하고 화폐 가치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는커녕, 오히려 몇몇 선진국에서는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나올 정도였기에 연준의 이러한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30년간의 호황이 무색하게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휘청거리기 시작한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게 되었다. 이에 더불어 지난 30년간 급격한 성장의 기반이 되어주었던 초저금리도 연준을 비롯한 각국이 행한 잇따른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해 옛말이 되어버렸다.
『자이언트 임팩트』의 저자 박종훈은 이와 같은 국제적 변화를 45억 년 전 지구와 다른 행성의 충돌로 인해 달이 생겨나며 지구의 역사가 바뀌었다는 가설인 '자이언트 임팩트(Giant Impact)'에 비유하며, 이러한 변동을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변동의 첫 번째 축은 인플레이션이다.
냉전 이후 국제 사회의 패권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잡게 되었고, 기존에 확립되었던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과 더불어 국제적인 경제 국면에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절대적이게 만들었다.
연준이 정하는 기준 금리는 각국의 금리 결정의 이정표와도 같은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미국의 경제가 휘청이게 될 때면 어김없이 막대한 양의 통화를 시장에 풀어 경기 침체를 막아왔다. 보통은 이렇게 시중 통화량이 증가할 경우 경기 침체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가의 상승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수차례의 통화 방출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국가가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통화량 증가에도 인플레이션을 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의 노동 공급이 있다. 중국의 시장 개방 당시 유휴 노동의 양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도시화 정도 또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중국의 유휴 노동을 활용한 것이 바로 선진국들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앞다퉈 중국에 생산 설비를 이전하였고, 압도적인 중국의 노동 공급이 있었기에 통화량 증가에도 생산비가 증가하지 않아 낮은 수준의 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 중국의 도시화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되었고, 중국의 무한한 듯했던 값싼 노동 공급의 감소와 함께 코로나19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통망의 마비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또 다른 변동의 축에는 금리가 있다.
금리 또한 연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앞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연준이 발표하는 기준 금리는 세계 각국의 금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태껏 연준은 많은 양의 통화를 시장에 방출하는 것 이외에도, 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낮은 금리를 고수해왔다. 그렇기에 인플레이션이 손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이를 서둘러 잡기 위해 '빅 스텝'이라고 불리는 기준 금리 0.5% 인상과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불리는 기준 금리 0.75% 인상을 잇달아 수차례 진행하였고, 이러한 기준 금리 상승은 세계 여러 국가들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아베 전 총리의 집권 당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막대한 양의 통화를 찍어냈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정책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정책에는 시차가 존재하는 것이고, 이러한 시차를 고려하지 못했던 일본은 최근 발생한 사태들 속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떨쳐내고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자 일본의 자본은 해외로 유출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 또한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 경우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자금을 위해 발행했던 국채의 이자를 갚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지므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은 개발도상국들의 부도 원인이 되는 등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변동의 원인에는 앞서 기술한 바 외에도 전쟁 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패권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불확실성, 휘발유 가격의 폭등 및 신재생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막대한 지출 등과 같은 에너지 축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말이 길어질 것이기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앞선 두 축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면, 후자인 두 축은 사회적, 정치적인 면과 깊게 연관되어 있어,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경제와의 긴밀한 연결점들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활발하게 이용되기 전에는 정보가 부족하여 문제였다면, SNS와 인터넷 기사들이 난무하는 현재에는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기에 이를 취합하는 것이 어려워 사회적인 상황들에 대한 파악이 힘들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비롯하여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등과 같은 내용들은 하루에도 최소 열몇 개씩은 쏟아져 나오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들을 다 취합하기란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런데 『자이언트 임팩트』는 현재 상황을 있게 한 원인을 지난 30여 년간의 상황들을 기반으로 하여 분석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현재에 이르게 된 이유와, 뉴스에서 그토록 자주 다루는 주제들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고 싶다면 『자이언트 임팩트』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