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토마스 불핀치 지음,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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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하여 떠올릴 때면 엄청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활약을 하는 모습들을 연상하곤 한다. 그런데 정작 그리스 로마 신화에 포함된 이야기 중에서는 해피 엔딩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장 훌륭한 업적을 세웠던 영웅들조차 신들의 눈밖에 나서 비참한 마지막을 살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영웅들의 마지막에서 가장 흔한 죽음은 주변 사람들, 특히 믿었던 사람들에 의한 배신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영웅들은 정말 짧고 굵게 살다가 마무리를 엉망으로 지으면서 끝내는 셈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있는 비극들은 애절해서 보는 사람들이 다 눈물이 나는 비극과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무한 비극들이 있다.


케익스와 할키오네의 이야기는 전자의 예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몇 안 되게 이야기의 주체들이 무지막지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닌 이야기이며, 의외로 신들이 그나마 온화하게 인간을 대하는 이야기이다. 다른 이야기에서 신들이 인간을 벌하거나 상을 주는 딱딱한 역할을 하였다면, 이 이야기에서는 할키오네를 위해 자비를 베푸는 등 여러모로 다른 이야기들에서의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케익스는 테살리아의 왕이었으며, 할키오네는 그의 아내였다. 케익스는 여러 괴상한 일들이 일어나자 이오니아 지방에 있는 카를로스로 건너가 아폴론의 신탁을 받으려 하였다. 그러나 할키오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에 이를 극구 만류하였다. 케익스는 이에 고심하였으나, 결국 안전히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떠난 뱃길에서 케익스는 악천후로 인해 타고 있는 배가 난파되면서 죽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할키오네는 매일같이 신들에게 분향하며 케익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였다. 이러한 할키오네의 불쌍한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헤라는 이리스를 시켜 꿈을 통해 케익스의 사정을 할키오네에게 전하도록 하였다.

소식을 전해 들은 할키오네는 낙담하며 케익스를 따라 죽으려 하였다. 케익스를 배웅한 장소를 찾아간 할키오네는 파도에 떠내려온 케익스의 시신을 보게 되었고, 슬퍼하며 제방 위로 뛰어올랐는데, 새로 변하게 되었다. 새로 변한 할키오네는 케익스의 시신을 감싸 안았고, 그들을 불쌍하게 여긴 신들은 둘을 새로 변하게 하여 함께 살게 하였다.



니오베와 열네 명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짧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있는 비극들이 어떠한 맥락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니오베는 테베의 왕 암피온의 왕비로, 딸 일곱과 아들 일곱이 있었다. 니오베는 자신이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모친인 레토보다 낫다고 하며 레토에 대한 숭배를 중단시켰다. 이에 노한 레토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니오베를 벌하게 하였다.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은 니오베의 자식들을 화살로 쏘아 차례대로 죽였고, 이에 충격을 먹은 암피온은 자살하였으며, 니오베는 울면서 돌이 되어버렸고, 그 바위에서는 아직까지도 니오베의 슬픔을 드러내는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다른 책들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 설명이 내용의 큰 맥락을 담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으로 전했던 시인들이 써놓은 것처럼 유려한 문장들로 흐름이 매끄러우면서도 이야기에 대한 디테일들이 살아있어 여태껏 몰랐던 섬세한 부분들까지 알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든 상관없이 꼭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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