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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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덴쇼 6년 1578년 11월, 전쟁의 혼돈이 일상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일향종 신도들은 오사카에 대가람을 세워 혼간지라 칭하며 서쪽의 모리 가문과 결탁하여 동쪽의 오다 가문에 맞서 싸웠다.

오다는 오사카 혼간지를 공략하기 위해 오사카를 포위하는 수많은 요새와 성을 새로 짓거나 원래 있던 성을 보강했다. 그중 하나였던 아리오카성은 오사카 북쪽의 이타미성을 보강한 성으로, 해자와 울타리로 마을을 빈틈없이 에워싸 당시의 성과는 다르게 이타미 지역 자체를 성안에 품은 난공불락의 대 성채로 재탄생하였다. 이 성의 성주가 바로 아라키 셋쓰노카미 무라시게로, 오다 가문이 셋쓰 지방의 지배를 일임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하급 가신이 주군을 추방한 뒤 권력을 장악하거나, 섬기는 가문을 멸한 상대의 밑으로 들어가는 일 등의 배신과 모략, 죽고 죽이는 전쟁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무라시게는 오다를 배신하고 모리와 손을 잡으며 모반을 일으켰다. 이에 역시 오다를 떠나 모리에 붙은 가문인 고데라 가문의 가신 구로다 간베에가 자신의 아들을 인질로 데리고 있는 오다의 하시바 가문의 하시바 지쿠젠의 명으로 무라시게에게 모반을 포기할 것을 설득하러 찾아왔다. 간베에는 모리 가문의 당주가 믿을만한 인물이 아님을 강조하며 이 모반이 승산이 없으니 멈출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무라시게는 그럴 수 없다며 당시의 사자를 대하는 규칙을 벗어나, 간베에를 죽이지도 돌려보내지도 않으며 지하 감옥에 가두어버린다. 이에 간베에는 자신을 죽이라며, 세상 이치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 반드시 인과가 돌아올 거라 외쳐댔다.


아리오카성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무라시게에게 모반을 열심히 권했던 장수 나카가와 세베에가 오다 군대가 들이닥치자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아리오카성 동쪽의 이바라키성을 내주며 배신을 했다. 그에 앞서 다카야마 우콘 또한 다카쓰키성을 내어주며 오다 군을 막기 위한 두 방패가 사라졌다.

그 후 열성적 일향종 신도였던 아베 형제의 오와다성이 함락되자 아리오카성의 장수들은 분개하며, 난세의 규칙대로 아리오카성에 인질로 있는 배신자 아베 니에몬의 열한 살 된 아들 아베 지넨의 처형을 말하지만 무라시게는 죽이지 않고 살려두며 감옥에 가두겠다고 말했다.

지넨은 아비의 배신을 알고 죽음을 청했으나 무라시게의 처분대로 새로운 감옥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저택의 창고 방에 감금당한다. 그렇게 지넨은 저택 안쪽 작은 창고 방에 감금되어 아라키 호위대 오본창의 경호를 받지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지넨의 가슴에는 화살에 의한 상처가 있지만 목격자도 살해도구인 화살도 발견되지 않는데….



이 소설은 일본 소설계 최초로 일본 4대 미스터리 랭킹 1위를 석권하고, 나오키상 등 9관왕을 달성한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많은 한국 독자들의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소설은 아라키 무라시게가 오다 가문에 대항해 모반을 일으키는 사건을 큰 틀로 해서 보이지 않는 화살에 의한 인질의 죽음, 야습으로 베어 온 적군 장수의 평온했던 얼굴이 갑자기 흉상으로 바뀌어버린 사건, 무라시게로부터 밀서 전달의 임무를 맡은 사자가 살해당한 사건 등, 농성 중에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명한 오다 노부나가를 제외하고 허구인 줄 알았던 주인공 무라시게나 감옥에 갇혔던 간베에가 실존 인물인 점에 새삼 흥미를 느끼고 이 소설에 나온 인물들을 찾아봤다. 그런데 실제 찾아본 무라시게에 대한 설명은 소설에서 그려지는 인물과는 완전히 달랐다. 역시 소설은 소설로만 봐야 될 듯.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악인도 선인도 없었다. 그들은 단지 그들의 신념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그들의 신념은 누구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단지 그 전쟁의 결과에 따라 판단되었을 뿐이다.

전쟁 상황에서 배반과 모략은 일상이었고, 모든 것이 의심되는 무라시게 주변인들의 모습에 긴장을 놓칠 수가 없었다. 전쟁만으로도 힘든데 무라시게를 더 힘들게 하는 사건과 음모의 세력은 누구일까? 과연 무라시게의 모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간베에가 외치던 인과는 돌아올까?

읽는 내내 무라시게의 편에서 그의 수하들이 전쟁 후의 평화를 맞이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 등장하는 인물들의 뒷이야기는 씁쓸함을 자아냈다.


소설을 읽고 난 뒤 내가 일본 역사 관련 소설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나는 일본 장르소설은 좋아하지만 일본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 특히 전국시대는 워낙 혼란스러워 좋아하지 않는다. 배경도 복잡한데 같은 사람의 이름이 자꾸 바뀌기도 하고, 지명이나 지위 명칭도 생소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장면이 한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책장이 다른 어떤 소설보다도 쉽게 넘어갔다. 또한 전혀 몰랐던 일본 전국시대 당시 모습이나 정서 등을 엿볼 수 있어 어렵다기보다는 참신하고 흥미진진했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 속에 녹아 있는 미스터리와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갈등, 배반…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가슴 벅찬 웅장함과 비장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꼭 『흑뢰성』을 읽어보고 왜 몰입해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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