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본 다른 일본 - 미디어 인류학자가 읽어주는 일본의 속사정
김경화 지음, 김일영 그림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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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2019년 12월부터 한국일보와 웹사이트에 격주로 게재하고 있는 칼럼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칼럼을 실제 게재했던 날짜와는 무관하게 내용에 따라 분류하여 목차를 구성했고, 일부는 실제 실렸던 칼럼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였다고 한다.


여태껏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일본 문화 관련 책들은 주로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과는 다른 일본을 부각하는 내용을 다룬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인터넷의 발달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활발한 정보 교환과 이전보다 폭 넓어진 인적 교류를 예로 들며, 이전의 단순한 일본관은 더 이상 적용될 수 없음을 직시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고정된 일본 문화의 이미지를 타파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 도쿄에서 실제로 15년 넘게 살면서 인류학의 참여 관찰자 방법으로 연구하고 분석한 실제 일본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일본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 하나가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현재 일본 젊은이들은 과거와 달리 소비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동차나 고가의 명품을 사지도 않고,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않으며, 해외여행에도 무관심한 편이고, 무절제한 음주 문화에도 비판적이라고 한다.

이것은 내가 매체로 접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상당히 다른 점인 것 같다.

이렇게 버블 시대의 과시적 소비는 줄었지만 오히려 과도한 소비 활동 위축에 기성세대들은 '바나레' 현상을 자주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위축된 소비활동의 원인을 장기적인 불황으로 축소된 구직 시장으로 인해 가벼워진 젊은이들의 지갑 사정과 비관적 미래를 대비한 저축 심리 증대라는 두 가지로 들고 있다.



2부에서 다루는 11가지 키워드로 알아보는 일본 문화 중에서는, 소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에서도 언급되었던 도쿄와 오사카의 다른 문화들 이야기가 나온다.

도쿄는 일본의 동쪽인 간토 지방, 오사카는 서쪽인 간사이 지방에 속하는데, 신칸센을 타면 겨우 두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음에도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어느 쪽 줄에 서는지부터 사람들의 기질, 두 도시의 분위기, 음식 스타일, 심지어는 사용하는 전기 주파수까지 확연하게 다르다고 한다.


또한 여태껏 우리나라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던 일본의 한국 혐오 발언들에 대해 일본인 대다수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매스미디어의 특파원이 수도인 도쿄에 상주하며 그곳의 분위기를 전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본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오사카에서는 이러한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조례를 앞장서 도입했으며, 그런 발언을 한 인물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조례로 정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나의 일본이지만 하나의 문화가 아닌 일본이 신기하기만 했다.



3부에서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공존하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이해되는 그들의 사상과 문화를 우리나라의 더불어 하는 문화와 비교하여 언급하는 한편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성씨' 개념, 장수하는 일본의 콘텐츠와 요절하는 한국의 콘텐츠의 차이점, 김치와 기무치 등 한국과는 확연하게 다른 일본 특유의 문화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4부 '국경을 넘나드는 미디어와 한일 관계'에서는 한일 관계를 지배해 온 혐한의 실체가 실은 한국의 매체에서 시작되어 곧이어 반복된 한일 양국 매스미디어의 캐치볼 속에서 자랐다는 점과 더불어, 일본이 한국을 보는 시선이 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한국이 일본을 보는 시선의 변화와 함께 대중문화를 통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에 대해 언급하며 일본 사회 안에서 다시 불기 시작한 '제4차 한류'와 최근 인터넷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한일 간의 언어유희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낡은 관점에 머물지 말고 현대에 맞춰 변화된 일본 사회를 직시하라고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과는 확연하게 다른 일본 사회와 문화를 실감하며 여전히 우리의 입장에서 일본을 잘 표현한 한 마디는 '가깝지만 먼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일본에 대한 절대적인 특별함이 아닌 우리나라와 일본의 동질성과 이질성에 따른 상대적인 특별함을 다루고 있기에 읽는 내내 흥미를 계속 유지하며 능동적으로 두 문화를 비교해 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에 관심 있고 현대 일본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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