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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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보안관 피터스 씨가 헤일 씨네 집에 들이닥쳐 조용한 시골 마을 딕슨 카운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현장의 목격자로 루이스 헤일에게 사건 현장에 동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와 동시에 피의자 물건을 챙기러 가야 하지만 겁에 질린 자신의 아내와 동행해 줄 여성 한 명이 필요하다며, 마사 헤일에게 동행을 부탁한다.

그렇게 헨더슨 검사, 피터스 보안관, 루이스 헤일, 마사 헤일, 피터스 부인은 외진 곳에 홀로 쓸쓸하고 음침하게 서있는 사건 발생 장소인 라이트 씨 집으로 갔다.


존 라이트는 한밤중에 침대에서 밧줄이 목에 감긴 채로 죽임을 당했다.

집에 총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죽였을까?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한 루이스 헤일은 발견 당시 상황을 묻는 헨더슨 검사의 질문에 기억을 더듬어가며 답했다.

전날 루이스는 아들 해리와 라이트 씨 집 근처를 지나던 중, 몇 집이 같이 전화를 놓지 않으면 전화선을 깔아주지 않는 당시 정책으로 전화를 함께 놓을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려 라이트 씨 집에 들렀다.

하지만 아침임에도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라이트 부인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존이 집에 있냐는 루이스의 물음에 죽었다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루이스는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존이 있는 곳을 물었고, 라이트 부인이 가리킨 방에서 목에 밧줄이 감겨 죽어있는 존 라이트를 발견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겠지만 나는 불륜, 범죄 같은 것을 극도로 혐오하고 싫어한다. 물론 억울하게 오해받거나 범죄 사실에 대한 누명을 쓰는 사례도 싫어한다.

또한, 법에도 정상참작이라는 게 있는데,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한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불쌍하니 무조건 봐주자, 덮어주자 하는 것도 싫다. 불쌍한 것은 불쌍한 것이고 죄를 지은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 법이 왜 필요할까? 오직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논리만 있으면 될 것 아닌가?


이 소설은 이 모든 요소를 거의 다 가지고 있다.

먼저 작가 수잔 글래스펠은 1876년에 태어나 당시 가부장적 사회에서 당당히 대학교 공부까지 마친 후 저널리스트로 맹활약을 펼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여성들의 사건을 주로 보도하며 세상에 알리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남인 조지 크램 쿡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쿡이 이혼하면서 결혼했다. 유부남인 상태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으니 불륜녀였던 셈이 아닐까? 같은 여자였던 쿡의 아내도 작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여성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쿡의 아내가 이혼을 안 해줬으면 우리나라 모 여배우처럼 영원한 불륜녀의 꼬리를 달고 살았을 것이다.


소설도 범죄 사실에 대해 여자라서 억울하게 담당 검사가 용의자로 낙인찍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그것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침입 정황이 없고 두 사람만 한 공간에 있는 상황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면, 여자든 남자든 같이 있었던 사람이 의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오히려 사건 현장을 훼손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마사 헤일과 피터스 부인을 비난해야 되지 않을까? 사건 범죄 현장에 경찰 관계자도 아닌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게 하는 모습은 현재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허술한 장면이지 않을 수 없다. 당시도 그렇게 허술하게 살인 사건 현장을 다루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미니 포스터가 처해졌던 상황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분히 분노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다. 결혼 전 그녀는 소심하지만 사랑스럽고 재능이 많으며 누구보다 빛이 나던 사람이었는데, 존 라이트와의 결혼 후 고립적 성향을 가진 남편에 맞춰 외딴곳에서 사람들과 단절된 생활을 해야 했다. 그것은 분명 힘들고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을 수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마음의 연대』는 마사 헤일과 피터슨 부인이 사건 현장에 남겨진 불행했었을 미니 포스터의 삶의 흔적을 통해, 그녀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자신들의 삶에 대해 그리고 당시 여자들의 삶에 대해 각성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유교 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가부장적 요소가 존재한다. 그것이 무조건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여전히 조금은 남아있는 남존여비 같은 사상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즘은 어떤 면에서는 남녀 역차별이 행해지고 있는 점이 있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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