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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 신과 인간 1 -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ㅣ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김원익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것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조금만 오래되도 사람들이 금방 싫증을 내는 요즘 같은 시대에 몇 번을 읽어도 새롭게 느껴지고 재미있는 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워낙 재미있는 책들이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고 새로운 책들을 좀 더 많이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책을 읽을 때 그 책을 읽을 기회는 이번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책이 바로 신화에 관한 책이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는 여러 작가들의 각자의 방향성에 따른 다양한 집필로, 출판되는 각각의 책들마다 개성이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다.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고 내용도 다소 복잡하지만, 인간과 닮은 신들의 모습과 어쩌면 신들보다 위대하게 보일 수도 있는 영웅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그리스 신화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세창출판사>의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역시 신화연구가 김원익 박사님의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설명과 풍부한 시각적 볼거리로 우리를 매료시키고 있다.
아니, 내용을 보기 전에 예쁜 책표지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먼저라고 할까.
내지 또한 광택이 나는 두꺼운 종이로 되어있어 고급스러운데다가, 내지가 두꺼운 만큼 책을 들었을 때 벽돌 같은 묵직한 무게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는 〔신과 인간〕을 다룬 1권과 〔영웅과 전쟁〕을 다룬 2권, 총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1권 〔신과 인간〕에 관한 책으로 '그리스 신화의 생성과 전승 과정'부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이르는 '신화와 인간의 심리'까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목차에서 볼 수 있듯 길지 않은 그리스 신화를 하나씩 매일 10여 분, 85일 동안 꾸준히 접하면 어느새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1권에 나오는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에 통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선명한 컬러로 인쇄되어 있는 그리스 신화 관련 명화와 사진들과 잘 정리된 신들의 계보도와 가문의 가계도 등의 풍부한 볼거리로 읽는 과정은 즐거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은 신화의 시작부터 전쟁으로 시작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첫 전쟁은 최초의 하늘의 신이었던 우라노스와 티탄 신족의 우두머리인 크로노스 사이의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결과 티탄 신족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벌어진 전쟁은 티탄 신족과 올림포스 신족 사이의 전쟁이었다. 크로노스의 아들이었던 제우스는 자신의 형제자매들을 잡아먹은 크로노스로부터 형제자매들을 다시 구해내었고, 티탄 신족과의 전쟁 끝에 세상의 지배권은 티탄 신족으로부터 올림포스 신족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 후 올림포스 신족은 기간테스, 티포우에스와의 전쟁을 치르며 고전을 치른 끝에 어느 정도 안정적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헤라, 포세이돈, 아폴론이 힘을 합쳐 제우스를 몰아내려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판도라의 항아리' 이야기는 아마 그 자체로 그리스 신화와 연결 짓지 않고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명칭일 것이다. 물론 보통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하며,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은 개념을 항아리로 바꾸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원래 판도라가 여는 것은 항아리로, 정확히는 피토스(pithos)이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기에 여러 구전 과정 중에 '상자'로 바뀌어 전해진 것이다.
그 상자의 출처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하나는 제우스가 주었다는 것인데,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안 좋은 것들을 담고 판도라에게는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하여 호기심을 자극해 열어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동물과 인간을 창조하면서 나쁜 것들을 모아서 담아두었는데, 그것이 바로 판도라가 열어본 항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자 속에 어째서 '희망'이 들어있었는지는 의문의 대상이다.
이에 이솝이 우화를 통해 주장한 바를 보면, 원래는 좋은 것들만 담겨 있었는데 그 항아리가 열리자 희망을 제외한 것들이 날아가 버려서 지상에는 안 좋은 것들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희망고문'처럼 희망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보았던 니체처럼, 어쩌면 희망 또한 안 좋은 것들에 포함될지도 모른다는, 아니, 희망이라는 것은 영원히 잡히지 않고 언제나 희망으로만 남아 인간의 고통을 연장할 뿐인 '악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악'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는 원래부터 그리스 신화에 포함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 로마 시대의 작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의 『황금 당나귀』라는 책에 실려있던 것이 그리스 신화로 역수입된 경우이다. 그렇기에 원래 에로스가 아닌 로마식 이름으로 쿠피도(Cupido)라고 불렸다고 한다.
이야기는 아프로디테가 인간들에게 자신보다 숭배를 받으며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프시케를 질투하여 에로스를 프시케에게 보내 볼품없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프시케를 본 에로스는 사랑에 빠졌고, 결국 프시케와 혼인하게 되었다. 비록 에로스가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자신을 만나러 온 언니들의 꾐에 넘어간 프시케가 에로스를 의심하게 되어 얼굴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프시케의 의심에 상처받은 에로스는 떠나가 버렸다.
뒤늦게 후회를 한 프시케는 에로스에게 용서를 구하러 갔고, 아프로디테가 내준 시련들을 다 끝낸 뒤에야 비로소 에로스와 함께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향연들이 풍부한 볼거리와 함께 이 책에 펼쳐져 있다.
그리스 신화를 읽다 보면 어떠한 내용들은 약간씩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는 여러 출처로부터 이야기를 종합하였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책들은 일방적으로 출처에 뽑아낸 내용들을 엮어낸 이야기만을 제시한다.
그러나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러한 여러 출처의 내용들을 설명해 주어 독자들이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하고, 또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의 출처나 '판도라의 상자'가 사실은 상자가 아닌 피토스라는 내용들과 같이 소소하지만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유익한 정보도 알차게 포함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를 처음 접하더라도 완전히 빠져들 수 있을 것이며,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의 경우엔 몰랐던 디테일들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부터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 그리스 신화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를 통해 우주와 자연현상의 기원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치와 속성을 이해하고 서구 문명의 근간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신화 이야기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