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 인류의 진화를 이끈 미식의 과학
롭 던.모니카 산체스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이 책을 접하기 전엔 『딜리셔스』란 책 제목만으로 요리 연구가나 요리 평론가가 저술한 미식 기행 서적인 줄 알았다. 떡하니 표지에 부제로 '인류의 진화를 이끈 미식의 과학'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보고 싶은 것만 선별해서 해석하는 내 뇌가 『딜리셔스』라는 제목과 맛나 보이는 음식 그림만 인식했다.

뇌야 요즘 왜 이러니. 😅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에 관한 책이 아닌 부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미식의 과학' 즉, 물리학, 화학, 신경생물학, 심리학 분야의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생태학, 인류학, 생태학 분야의 지식들을 토대로 음식과 음식의 향미와 그 향미의 진화와 그것이 끼치는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미식에 대한 색다른 접근은 이 책의 저자들이 요식업 관계자가 아닌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와 인류학자였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미식의 과학과 인류의 진화를 연대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척추동물의 뇌는 생존과 생식 가능성을 높이는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쾌락을 인지하고, 반대로 불쾌라는 감각을 느낌으로써 생존과 생식을 저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음식 섭취 시 혀에 있는 많은 유형의 미각 수용체를 통해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다양한 화합물을 감지하여 위험한 것과 안전한 것을 선별하여 위험을 멀리하도록 하게 했다. 이때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쓰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위험한 것이며, 이 위험한 것을 섭취하면 구토를 일으키는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누구도 쓰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안전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동물은 진화하면서 생활방식이 바뀌었고 미각 수용체에도 진화적 변화가 일어났다. 각각의 동물은 입안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인지하게 되었고, 특정 화합물을 감지하는 능력이 각자에게 본질적으로 적합한 대상을 인지하도록 조율되었다. 그 조율이 단순하게는 한계치가 살짝 변하는 정도인 반면, 미각 전체의 상실과 파괴 같은 극단적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요리하는 법과 요리도구를 발달시키면서 어디서든 음식을 만들 뿐만 아니라 더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발견하여, 진화와 퇴화가 그들의 미각 수용체 유전자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하지 못한 다른 동물들은 자연이 그들의 유전자들 중에 무엇을 다음 세대로 대물림할지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러한 인류의 요리가 멸종을 불러일으킨 경우가 있다. 바로 매머드 고기!

매머드 고기는 한때 인류가 사랑했으나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린 향미의 상징이 되었다.

애리조나주 파타고니아 동쪽의 마른 계곡인 커리 골짜기에서 발굴된 구석기 클로비스 창 촉을 통해,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클로비스 창을 사용해 거대한 땅나무 늘보나 매머드, 마스토돈을 전문적으로 사냥해서 도축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창 촉과 같이 발굴된 변색된 흔적이 보이는 뼈를 통해 그들이 요리를 해 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사냥의 흔적은 갈비뼈에 클로비스 창 촉이 박혀있는 마스토돈의 발견으로도 뒷받침된다.


클로비스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향미가 있어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 향미를 만든 후 그 요리법을 대물림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계속해서 맛있는 종들을 사냥했고, 많은 사냥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종이 희귀해지게 되자, 오히려 희귀함이 그것의 맛을 더 특별하게 여겨지도록 해, 다시 그 종을 더 많이 사냥하게 되어 멸종을 불러왔다. 마치 지금의 일부 철갑상어처럼.



이외에도 책은 단순한 미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따 먹지 않는 발 냄새 나무의 열매가 어떤 진화의 과정을 겪었는지 그 비밀을 이야기하고, 돼지의 뇌와 송로버섯 향과의 관계성을 이야기하며 송로버섯을 채집하는데 이용하는 개와 돼지의 차이점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향신료의 기원과 그 향신료를 요리에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중요한 역할은 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구석기 시대 때부터 사용된 치즈 동굴과 치즈의 탄생 등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풀어내고 있다.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혹은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의 사피엔스는 원래는 '맛보다'라는 뜻이었다가 나중에 '지혜롭다', '슬기롭다'라는 뜻이 된 동사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생인류를 가리키는 호모 사피엔스는 '맛이나 향미를 통해 식별하는 사람'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동물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먹는 행위와 떼려야 뗄 수 없고, 특히 인간은 맛을 보는 행위를 통해 맛을 발전시킴으로써 미각의 자연적 진화 과정에 본의 아니게 어느 정도 인위적인 간섭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진화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고, 향미 또한 우리의 노력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끝나지 않은 향미와 인류의 진화의 세계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