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툰 - 5분뚝딱철학 순한맛
김필영 지음, 김주성 그림 / 스마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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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 여기던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아가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논하는 학문이란 것에 매력을 느껴 그냥 막연히 철학을 동경하고 전공하고 싶어 했던 적이 있다. 왠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울어주어야만 될 것 같은 감성과 겉멋이 들었던 시기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철학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지 못하고 알아 갈수록 철학이 더 어렵게만 느껴져 '이건 내 길이 아니야.'라며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었다.


그렇게 산뜻하게 이별을 고했던 학문인데…, 대학의 전공 필수 과목 중 철학과 관련된 과목들이 끈질기게 나를 쫓아다니며 학점이라는 무기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그때부터는 철학은 더 이상 즐겁고 멋진 학문이 아닌 고역인 학문이 되어버렸다.

졸업 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라는 신념하에 웬만하면 철학과 가까이하지 않으며, 대학 때 학점을 위해 이해가 아닌 미친 듯이 암기했던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물어왔을 때 체면이 깎이지 않는 수준에서 지금까지 어영부영 버티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철학툰』을 접하게 되면서 철학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어려운 철학 서적에 적힌 길고 장황한 글이 아닌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설명과 곁들여진 그림은 철학자와 철학에 대해 그간 가졌던 거부감을 조금 무너뜨리게 했다.

물론 간결한 설명이라 여기 나온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벽을 세우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이 책은 크게 18장으로 나뉘어져 시대별로 그리고 주제별로 철학자와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쉽게 설명되어 있지만 결코 허투루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1장 <최초의 개척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기원전 6세기경 철학이 처음 등장했다고 하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퍼뜩 가늠이 되지 않지만 석가모니가 태어난 그 즈음이라고 생각하면 그 오랜 역사가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이때의 철학자들을 소크라테스 이전에 나타났다고 해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소아시아 서쪽 이오니아의 밀레투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흔히 '밀레투스 학파'라고 한다.

대표적 철학자로서는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가 있다.


원조라고 하면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자기가 원조라고 서로 우기며 항상 잡음이 많지만, 철학의 원조는 모두들 입을 모아 탈레스임을 인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탈레스는 철학자로선 보기 드물게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이며, 옵션의 발명자로 경제학 책에도 나온다고 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그는 인류 최초로 일식을 예측했고, 피라미드 그림자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계산했으며, 최초로 내접원을 이용해 삼각형의 길이와 넓이를 구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천문학자로서 한 달을 30일로, 일 년을 365일로 나눈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의문에 이성으로 논리적 답을 찾으려 했으며, 자연현상의 원인을 자연법칙 속에서 찾고자 했으며,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의 제자이며, 지금 보면 이상한 모양이지만 어쨌든 세계지도를 처음 그린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탈레스의 주장을 반박했으며, 지구가 물 위에 떠있다는 탈레스의 주장에도 역시 반박하며 지구는 허공에 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낙시메네스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로 '만물의 근원은 공기'라고 했다.




독일의 계몽철학의 서장을 연 라이프니츠는 세계가 기계적이고 논리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고, 기계론적 세계관과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통합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실체인 '모나드'가 존재한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이분이 바로 우리를 힘들게 한 미분을 취미로 발명한 분이다. 이외에도 오늘날까지 우리를 놀라게 하는 수많은 수학, 물리학, 공학 업적들을 취미로 연구했다고 한다.

덕분에 인류 문명이 발전한 것은 감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닥 감사하지 않다. 미분… 머리 아프게 공부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 번도 쓸 일 없었다. 😑



그리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에 관해서도 나온다.

그녀는 독일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보며 그가 가족들에게는 더없이 성실하고 자상한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그녀는 무죄를 주장하는 아이히만을 보며 그의 죄는 사유 불능성 중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녀는 아이히만의 경우처럼 악은 평범함 속에 어느 곳에나 있다고 했고,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 불렀다.



이렇게 수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 사상, 업적에 대한 설명이 각 장에 이어지고, 대부분의 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위의 사진처럼 <5분 뚝딱 인터뷰>라는 코너를 통해 각 장에 소개되었던 철학자들과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의 사상과 생각을 좀 더 알아보는 것을 이어나간다.



책의 말미에 있는 <부록>에는 위 사진처럼 QR코드가 정리되어 있어 저자의 《5분뚝딱철학》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어 듣고자 하는 철학 이론에 대한 설명을 좀 더 심도 있게 들을 수 있다.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한번 읽어 봤다고 해서 내가 완벽하게 이 책의 내용들을 소화했다고 감히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철학이 어렵고 딱딱한 분야라고 지금까지 느껴왔던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 책을 가까이 두고 매일 조금씩 읽는다면 철학에 대한 진정한 재미와 이해를 느끼며 진정으로 철학을 사랑할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철학의 재미에 눈뜨게 해 준 『철학툰』에게 감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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