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시골 의사 책세상 세계문학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신>

그레고르 잠자는 전국을 떠도는 외판원이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꿈에서 깨어났을 때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갑옷처럼 딱딱한 등, 아치형의 각질로 뒤덮인 둥근 갈색 배, 몸통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무수한 다리들.

그레고르는 회사에서 해고당할까 봐 출근하려고 했지만 벌레로 변신해버린 몸을 제어해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사이 현관 초인종이 울리며 회사의 지배인이 찾아왔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그레고르가 걱정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레고르가 출근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그레고르가 얼마 전 거래처에서 수금한 돈을 횡령하는 것이라 의심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레고르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레고르는 예전보다 더 명확하게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레고르는 방 밖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믿고 있는 힘을 다해 열쇠를 돌려 잠긴 방문을 열고 가족과 지배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지배인은 도망쳤고, 어머니는 비명을 지르고 아버지는 지배인이 두고 간 지팡이와 식탁 위의 신문지를 각각 양손에 쥐고 발을 구르며 그레고르를 다시 방안으로 몰아넣었다. 아버지는 문에 낀 그레고르를 뒤에서 힘껏 밀어 넣었다. 그레고르가 피를 철철 흘리며 방 안에 처박힘과 동시에 뒤에서 방문은 '쾅'하며 굳게 닫히는데…….



소설에서 늙은 파출부가 '늙은 말똥구리'라 부른 그레고르는 어쩌다가 벌레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궁금했다.

우리는 변신이라는 것을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부터 현대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애니마구스에 이르기까지 흔히 접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변신을 했고, 반대로 벌을 주기 위해 벌받는 인간을 변신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레고르의 변신은 이 두 범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즉, 그의 변신은 마법이 아닌 그의 내면의 반영인 것이다.


카프카는 다른 글에서 『변신』의 그레고르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프카는 문학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었지만, 그런 아들의 문학적 감수성을 이해 못 한 억압적인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하게 된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두려웠고, 건강상의 이유로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수치심을 느꼈다.

그런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 바로 『변신』의 그레고르인 것이다. 소설에서 그레고르는 아버지의 빚과 가족 부양의 책임을 떠맡은 힘겨운 삶을 버텨야만 했다. 벌레로 변신한 후에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치명상을 입고, 스스로를 방어할 힘도 변호할 힘도 없이 외롭고 고독하게 죽어간다.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폭력과 억압, 그것이 바로 카프카가 말하고자 했던 현실에서의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인 것이었다.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해서 무거운 의무와 억압의 짐을 내려놓으며 해방되지만, 그것은 진정한 해방이 아닌 고립과 단절이라는 또 다른 억압의 현실이 된다. 그레고르에게 있어 진정한 해방은 바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었다.

가족으로부터 끝내 구원받지 못하고 삶을 멈추는 그레고르는 죽음으로 구원받았을까?



<시골 의사>

강한 눈보라가 치던 밤,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급한 중환자가 생겨 왕진을 가야 했으나 시골 의사의 말은 지난밤에 죽어 하녀가 말을 빌리러 온 마을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빌려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축사 안에서 한 사내가 말 두 마리를 이끌고 나타나 완벽한 마차를 준비해 의사에게 빌려주는 대신 하녀 로자를 겁탈하려 했다. 의사는 마부를 데리고 환자에게 가려 했으나 마부는 말을 출발시켰고, 의사는 마부를 남겨둔 채 눈 깜짝할 사이 환자 집에 도착했다.

환자인 앳된 청년을 진찰한 의사는 그가 혈액순환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건강하다는 것을 알고, 하녀 로자를 구하기 위해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너무나 비현실적인 사건들의 묘사가 이어져 이 소설은 단지 눈보라치는 겨울밤에 시골 의사가 난롯가에서 잠깐 졸면서 꾸는 악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상황들의 연속에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친절을 베풀다가 갑자기 하녀를 겁탈하려는 마부, 왕진 온 의사에게 럼주를 권하는 환자의 아버지, 눈물 흘리는 어머니, 피가 잔뜩 묻은 손수건을 흔드는 환자의 누이. 진찰했을 때는 건강했던 환자의 갑자기 드러난 오른쪽 옆구리 자상과 그 속에서 들러붙어 꿈틀거리는 벌레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의사의 옷을 벗기는 마을 원로들과 집 앞에서 노래 부르는 학교 합창단.


한마디로 그로테스크의 극치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좀처럼 믿기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 『시골 의사』를 읽으면서 소설의 시작 부분의 "무척 당혹스러웠다."라는 말처럼 무척 당혹스럽고 불편하고 찝찝한 감상만이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