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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ㅣ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평점 :

중견쯤 되는 회사 사나다 건설 컨설턴트에 다니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회사일이 재미없어 그만두려고 하던 차에 사내보를 만드는 일을 전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학교 다닐 때 회지를 만들며 잠깐 편집장을 맡은 경험은 있었지만 거의 경험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와카타케는 같은 부서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내보 편집 방향을 정하고 제작 방법을 익히며 준비를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회의 시간에 사내보에 딱딱한 내용의 글이 아닌 오락성 짙은 하이쿠나 여행기나 소설을 실어 달라는 의견이 나와 고민하던 중 소설을 쓰던 대학교 선배 사타케 노부히로에게 편지를 써 한 달에 한 편씩 일 년 동안 연재할 수 있도록 12회분의 단편 소설을 부탁한다.
하지만 사타케는 자신은 불가능할 것 같다며 미스터리풍의 단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
사타케의 친구는 창작은 서툴렀지만 자신의 체험이나 실제 있었던 이야기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는 재능이 있었고 와카타케의 제안에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단, 그가 요구한 유일한 조건은 작가의 신원이나 이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타케는 친구가 쓴 원고를 와카타케에게 동봉했고, 와카타케는 그 익명의 작가의 단편을 사내보에 싣기로 결정한다.

사내보에 실린 익명의 작가가 쓴 12편의 미스터리 단편과 편집장 와카타케 나나미의 편집 후기로 구성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1991년에 발표된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이다.
그런데 데뷔작…맞나? '역시 와카타케 나나미는 와카타케 나나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소설 속 편집장의 이름이 와카타케 나나미여서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인가 하고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은 허구이다.
사내보에 실린 단편들은 각각 20~30쪽 분량으로, 화려한 미사여구 없는 간결한 문체는 최고의 가독성을 자랑하며 너무나 쉽게 잘 읽혔다.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보여주는 미스터리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마냥 허구라고 여겨졌던 단편들의 사내보 연재가 끝난 뒤, 편집 후기에서 소설 속 편집장 와카타케는 익명의 작가를 만나 모든 단편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추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충격을 받은 나는 소설 뒷부분에 나오는 와카타케와 익명의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앞으로 되돌아가 언급한 이야기 부분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헉, 단편들이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게나 치밀하게 관련이 있고 이게 그런 의미였다고? 나 대체 무얼 읽은 거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일상 미스터리,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매력과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 초보자 혹은 이미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사람 모두를 사로잡을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 생각된다.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