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미하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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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인 탓인지 전학생이 거의 없는 미쓰미네 고등학교로 어느 날 괴이한 눈에 음침한 분위기의 시라이시 가나메가 전학 온다. 시라이시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미쓰미네의 교복이 아니라 차이나칼라 교복을 입고 다녔고, 다른 아이들이 말을 걸어와도 귀찮다는 듯 별다른 반응과 대꾸를 하지 않고 홀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런 그가 전학 온 첫날부터 반장인 하라노 미오에게 묵직한 시선을 던졌고 미오는 그 시선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시라이시의 학교 안내를 부탁하는 담임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미오는 방과 후 동아리에 늦게 간다고 전한 뒤 전학생 안내를 맡았다.

미오는 시라이시를 배려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고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시라이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학교 안내 도중 갑자기 미오에게 미오의 집에 가도 되냐고 물으며 무표정한 얼굴의 입꼬리를 올리며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입술 사이로 날카롭고 뾰족한 이가 드러나는 흉악한 미소였다.


놀란 미오는 동아리실로 도망갔고 그곳에서 평소 동경하던 선배 간바라 잇타를 만나 그의 번듯한 외모와 명랑한 말투에 위로를 받으며 오늘 겪었던 전학생 이야기를 한다. 간바라는 미오를 진정시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뒤 미오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다음날 여전히 시라이시는 미오에게 시선을 던지고 미오의 옆자리에 앉는 야나이에게 자리를 바꿔달라는 부탁을 하는 등 계속해서 미오를 향한 불편한 관심을 드러냈고, 급기야는 가르쳐주지도 않은 미오의 집 뒤의 대나무 숲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책은 크게 보면 연관되어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는 다섯 편의 단편 같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책을 펼쳐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책장을 넘겼다.

이야기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이야기였고, 그렇기에 더욱 무섭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불편함과 기분 나쁜 찝찝함과 섬뜩함을 안겨 주었다.


살아가다 보면 가끔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우리의 삶 속으로 밀고 들어와 간섭을 일삼는 타인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이 친근함의 표현이든 혹은 이 소설에서처럼 나쁜 의도이든 간에.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이 책에서 타인에게 그들의 사정이나 감정, 어둠을 일방적이고 교묘하게 강요하여 불쾌감과 공포를 주는 괴롭힘을 '야미하라'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단어는 어둠을 나타내는 일본어 야미()와 괴롭힘을 나타내는 영어 harassment를 결합한 신조어이다.


소설에서 사람들은 왠지 모를 기운에 사로잡히고 지배 당한 듯 자신이 자신이 아닌 상태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친다. 귀신이나 악령은 아니라고 하지만 시라이시를 만났을 때의 그들의 반응은 마치 영화 『엑소시스트』의 구마 장면을 연상시켰다. 그들을 파훼할 때 울리는 맑은 방울소리와 그들을 막아주는 대나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체 이 모든 현상과 그들이 품게 되는 악의의 발원은 무엇일까? 단지 그 집안에 내려진 저주나 그저 존재할 뿐인 악의라고 하기엔 모호하고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소설은 『야미하라』의 어둠의 구심점이 되는 가족 이외에 같은 현상을 겪는 또 다른 가족들이 존재함을 암시하며 야미하라가 끝이 아님을 말한다. 그것을 증명하는 듯한 섬뜩한 에필로그까지.

어둠과 악의로 인한 공포의 극한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은 『야미하라』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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