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너러블 스쿨보이 1 ㅣ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평점 :
소설은 조지 스마일리가 카를라의 끄나풀인 빌 헤이든의 정체를 밝혀내며 영국 정보부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실부터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배신자를 색출했음에도 이로 인해 영국 정보부는 완전히 몰락했고 전문 용어로 <사촌>이라고 부르는 미국 정보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선봉이었던 제리 웨스터비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장 요원이라면 누구든 그 정도는 했을 거라며 아무도 그의 활약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조용히 잊혀져 9개월간 이탈리아의 황폐한 농가에서 타자기나 두드리며 지내던 제리 웨스터비는 터프티 세싱어의 야반도주와 보안과 검열을 철저히 했음에도 영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발표된 크로의 스파이 세계에 대한 신문 기사 등의 일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 동양에 있는 같은 신문사 소속으로 복귀하게 된다.
몰락해버린 영국 정보부의 수장을 자진해서 맡은 스마일리는 영국 내의 전혀 안전하지 않은 안전 가옥, 일반 요원과 신입 요원에게 지령을 내리고 보고를 받던 새러트 보육원, 도청기기 훈련소, 가스 및 폭탄 연구소, 장거리 무선 송신 기지, 심지어는 지금도 암호를 해독 중인 암호 해독 본부마저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레이컨이 그것들의 운영은 영국 정보부의 예산이 아닌 외무부나 국방부 등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스마일리를 저지하였고, 모든 것이 궤도에 올랐을 때 처리할 것을 조언했다.
정보부 수장이 된 스마일리는 몇 주 뒤부터 공격적으로 돌아섰다. 그는 임무란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자원 없이 정보를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그의 다섯 명의 최측근들로만 구성된 인원으로 비공식 회의를 열게 된다. 그리고 그 회의를 통해 카를라가 헤이든에게 내렸던 지령들을 역추적하여 카를라의 출발점을 확보해 주도권을 쥐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에서 코니 색스가 모스크바 센터의 비밀 자금을 공개적인 채널로 옮기는 소비에트의 돈세탁 작전을 알아냈고 일부나마 경로를 파악했다. 그리하여 스마일리는 이전에 빌이 완전히 날리지 못했던 임시 요원 파일에서 제리를 찾아내 제리에게 전보를 보내 일이 끝나면 합당한 보상을 할 것을 약속하며 그가 다시 현장 요원이 되어 줄 것을 제안하는데….
이 책의 작가 존 르카레는 실제 유럽에서 활동했던 비밀 요원으로 첩보의 세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소설들을 발표했고, 동서 냉전기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그의 세 번째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성공을 거두자 첩보원 생활을 그만두고 본격적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소설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영국 정보부의 스마일리와 러시아 스파이 카를라의 대결 시리즈인 <카를라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나는 첫 번째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읽지 않은 상황임에도 수많은 첩보 영화 시리즈들, 예를 들어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혹은 <본 시리즈>처럼 전작을 보지 않아도 각각의 독립된 임무 수행과 다른 동료들과의 임무수행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며 호기롭게 소설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난무하는 스파이 은어와 영화에서처럼 와이어에 몸을 의지해서 침투를 한다거나 피 튀기는 총격전이나 허를 찌르는 신종 무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 인물과 심리와 상황 묘사가 두드러지는 소설에 잠시 당황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게 누구라고? 언제 나왔었는데? 뭐가 어쨌다고? 이런 말들을 남발하며 읽었던 부분을 계속해서 넘겨 보아야 됐다.
만약 <카를라 3부작>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순서대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먼저 읽은 다음 이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이 소설은 우리가 스파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제임스 본드나 제이슨 본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이것이 스파이 첩보의 세계라면 정말 나는 그 세계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스마일리와 그의 동료들은 우호적인 협력자, 아니 적극적인 협력자 제리 웨스터비가 입수한 정보로 모스크바 정부에서 비엔티안 루트를 통해 홍콩의 계좌로 자금이 흘러들어 갔고, 비엔티안 루트가 끝난 뒤에는 다른 루트를 통해 같은 곳으로 돈이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이 모인 곳은 장기 운용 계좌로 신탁 개설자는 드레이크 코.
과연 드레이크 코는 누구일까? 그리고 스마일리는 어떻게 코를 움직여서 그들이 그를 읽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스마일리는 그가 목표했던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처음에는 많이 헤맸지만 읽어갈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