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무녀 봄 : 청동방울편
레이먼드 조 지음, 김준호 그림 / 안타레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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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예비소집일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소희는 자신이 가방을 깜빡 잊고 교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같이 하교하던 절친 예하에게 먼저 노래방에 가 있으라는 말을 하고는 가방을 가지러 혼자 교실로 돌아갔다.

불이 꺼진 낡은 학교는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소희는 꺼림직한 기분을 떨치며 가방을 가지러 교실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가방을 가지고 문을 향해 돌아서던 소희는 뒷문 근처에 앉아 있는 머리 긴 여자아이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그 여자아이는 마치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고, 소희에게 기분 나쁜 웃음을 보이며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에 알고 있는 주문을 알려주면 소희가 미워하는 사람을 죽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소희는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고, 그런 소희의 뒤에선 울부짖는 듯한 소리와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줄을 잘 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국회의원 홍의원은 앞으로 어떤 줄을 타야 할지 알기 위해 재계 인사의 소개를 받아 '선녀집'이라는 무당집에 찾아갔다. 그러나 막상 대면한 무녀는 홍의원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조그만 여자아이였다. 소개해 준 사람에게 배신감까지 들었지만 기왕 왔으니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소녀에게 사진 세 장을 보이며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봤다. 하지만 소녀는 누가 뽑히든 홍의원은 끈이 끊어졌다는 말만 하며 그를 위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이에 분노한 홍의원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선녀집의 무녀를 구청에 신고한다.

그렇게 신고를 받고 찾아온 구청 주무관의 엄포와 마침 본인이 찾고자 하는 '천부인'이라는 신물의 행방을 찾기 위해 어린 무녀는 주무관의 도움을 받아 '봄'으로 개명을 한 뒤 종문중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소희가 다니는 학교이자 봄이 들어간 종문중학교에서 기이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송채영이라는 여학생이 과학실 안에서 독살당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송채영의 시신과 두 개의 찻잔을 발견했다. 찻잔에서는 모두 송채영의 입술 자국만 발견되어 처음에는 찻잔이 두 개라는 사실이 이상함에도 음독자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과학실 자물쇠가 밖에서 잠겨 있었다는 사실이 범인이 따로 존재함을 방증했고, 이것은 바로 미궁에 빠진 밀실 살인사건이 되었다.

학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민감한 학생들의 인권 문제 등으로 다들 맡기를 꺼려 했고, 자연스럽게 성북경찰서 내에서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며 검증된 수사력을 가진 이민우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형사가 무녀인 봄을 찾아와 죽은 송채영의 사진을 내밀며 송채영을 발견하면 잡고 있으면서 연락을 꼭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을 소희와 예하가 듣게 되는데….



오컬트적 요소를 엄청 좋아해 완전 오컬트 마니아였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있지만.

그런 나에게 단순한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아닌 오컬트적 요소가 들어간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출판은 엄청나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탐정단이라는 소희와 예하가 나와 대화하는 부분은 오글거리며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 애들이 나오는 부분 때문에 '청소년용 소설인가?'하며 소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등장인물 소개에도 나오지만 사회성 제로에 제멋대로인 봄이 선비에게 관심을 표하는 과정 또한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었다. 만약에 남학생이 봄이 했던 것처럼 여학생에게 관심을 표했다면?


중학교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밤에만 귀신을 볼 수 있는 이형사가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며, 우연한 기회에 봄의 능력을 알게 되어 봄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그 과정에서 종문중학교 탐정단 소희와 예하도 사건에 협조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주인공인 봄이 사건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없어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든 학교에 흔히 존재하는 괴담인 줄 알았던 종문중학교에 존재하는 저주가 진실로 드러난다. 거기에 대한 비밀을 밝혀 내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이다.

소설은 3부로 넘어가 본격적인 사건 해결 과정에 들어가면서 진짜 미친 듯이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사건의 범인과 전개를 예상하며 읽어 나갔는데 어느 정도 나의 예상대로 전개되었다. 채영을 죽인 범인을 제외하고.


그리고 이 소설은 단지 살인사건 해결과 괴담에 얽힌 비밀을 밝히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각자가 지닌 개인사들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왕따,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그 가족들의 힘듦과 고뇌, 현실 부적응, 가까운 사람의 상실, 사랑이 아닌 집착 등.

개인적으로는 선비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 아프게 심금을 울렸고, 소설이 끝날 즈음 보여지는 선비의 성장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동시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소설은 주인공인 봄이 찾고자 하는 천부인 중 청동방울만 찾고 나머지 청동거울과 청동검을 찾아야 한다며 다음 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찾기 위해 봄이 탐정단인 소희와 예하를 이용할 태세라고 하는데…. 그런데 봄이 스스로의 힘으로 청동방울을 찾았는데 다음 편에서 굳이 소희와 예하의 도움이 필요할까? 소희와 예하의 등장은 이번 편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다음 편에서는 봄과 이형사의 서사 위주로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임) 이번 편의 사건의 결론은 공식적으로 어떻게 처리가 되는 건지 소설에는 나와있지 않아 무척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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