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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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강치우는 전 애인 소하윤의 실종과 관련하여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소하윤은 일 년 전 헤어진 강치우의 전 애인으로, 소하윤이 실종된 것은 육 개월 전이고 강치우가 소하윤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십 개월 전 이전에 빌렸던 노트북을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강치우에게는 당연히 소하윤의 실종과 관련된 혐의점이 없지만, 이번에 베스트셀러가 된 강치우의 소설 내용과 소하윤의 실제 이야기가 똑같다는 소하윤 친구의 제보로 경찰은 소하윤의 실종에 강치우가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의심을 품게 된 것이다.


이기동은 사람들이 사라지게 하고 싶은 물건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딜리팅이 직업인 인물로 스스로를 '딜리터'라고 칭한다. 그는 특이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불법 침입, 미행, 감시, 정보 수집, 소매치기 등과 같은 수법을 통해 의뢰인이 없애버리기를 원하는 물건을 몰래 빼내와 자신만의 스튜디오에서 딜리팅 영상을 촬영해 의뢰인에게 보내주고 돈을 받는다. 딜리팅이라는 것도 진짜 물건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용액에 담가서 형체도 없이 녹여버리는 것이다.

이기동은 강치우를 석 달 전에 알게 되어 여러 가지 의뢰를 받았고 그에 걸맞는 돈이라며 적지 않은 보수를 받았다. 이번에는 강치우로부터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조사를 해서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강치우가 흥미있어 할 정보를 알려준다.


이기동이 아는 마술사가 헤르메스주의를 좋아하는데, 이 헤르메스주의의 문장을 고대 마법사들은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헤르메스주의 안에는 '픽투스레이어'라는 현대에 만들어진 작은 비밀 집단이 있고 이것은 변질되기 전의 처음의 헤르메스주의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선택 받은 사람을 '픽토르'라고 하는데, 픽토르는 여러 가지 세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픽투스레이어는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이기동이 아는 마술사가 우연히 얼마 전 픽토르의 재현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강치우는 이기동이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 몰래 무단 침입을 계획했으나 그 주소에 살고 있는 사람, 조이수는 강치우가 찾아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강치우에게 이 년 전 자신에게 갑자기 나타난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네 개의 레이어로 나뉘어진 세상에서 인간이 속한 레이어 위의 여분 레이어를 자신이 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강치우는 만약 조이수가 여분 레이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자신이 찾던 사람임을 이야기하며 그녀의 능력을 시험한다. 조이수는 잠깐 자리를 비우고 홀로 남은 강치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 중 하나를 자신만의 능력을 써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데….



세상에서 물건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 그것은 축복받은 능력일까 아니면 저주받은 능력일까?

어떤 물건이나 사람에 집중하고 애정을 쏟으면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다니 결코 축복받은 능력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그 물건이나 사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기서는 그 공간을 여분 레이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딜리팅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여러 명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능력은 똑같지 않고 능력의 차이 또한 확연하다.


이야기는 단순히 현실에서의 소하윤의 실종사건과 그녀를 여분 레이어에서 데려오고 싶어하는 강치우의 이야기만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조차 몰랐던 마치 먹이사슬처럼 복잡하게 얽혀있고 물려있는 다른 등장인물과 그들의 사연들이 후반부로 가면서 하나하나씩 얽힌 실타래를 풀어간다.


단순하게 지워버리고 싶은 것을 지운다는 소재에 흥미를 가지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교묘한 플롯 전개와 더불어 차원을 넘어선 좀 더 넓은 세계관에 전율이 일었다. 이 소설에서 여분 레이어라는 것은 단순히 다른 차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좀 더 심오한 공간이다. 어찌 보면 여분 레이어라는 것은 영화 <매트릭스>의 가상공간을 연상케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가상이 아닌 현실의 위에 존재하는 공간…, 그리고 한 개가 아닌…, 소설을 통해 어떤 공간인지 꼭 확인하고 즐기길 바란다.


이야기 속의 강치우는 여분 레이어를 경험하고는 우리가 사는 현실이 실제 현실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덮어 두기 위한 장막 같은 공간인지 의문을 가진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신작 소설을 현실에서의 모든 가능성들을 위해 마침표를 빼버린다. 어쩌면 이것은 『딜리터』 역시 끝나지 않고 계속 나올 것이라는 작가의 암시일지도 모르겠다.


능력 만렙에다 성격 또한 시원시원하며 추진력 강한 주인공의 거침없는 행보에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겼다.

아! 이 책을 다 읽어 버렸다는 내 기억을 딜리팅하고 싶은 소망이 생겨버렸다.

(❁´◡`❁)

곧 『딜리터 2』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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