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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평점 :
『코로나와 잠수복』은 5편의 단편 모음집으로 따뜻한 감동과 힐링의 이야기이다.
<바닷가의 집>
무라카미 고지는 유명 문학상도 탄 적 있는 49세의 인기 소설가로 두 살 연상의 광고 회사 영업직의 아내와 결혼하여 대학생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아이들까지 다 키워서 안정적이고 평온할 것 같은 그의 삶에 아내의 외도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내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은 컸지만 차마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내거나 싸울 수는 없었기에 그야말로 약아빠진 아내의 의도대로 고지가 집을 나와 2개월 반 동안 체류할 집을 구하게 된다. 그렇게 새로 구한 바닷가의 집에 이사한 첫날부터 집안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파이트 클럽>
미야케 구니히코는 가전제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46세 회사원으로 회사의 조기 퇴직 권고를 거부해 총무과 위기관리부라는 신설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위기관리부 직원은 구니히코처럼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조기 퇴직을 거부한 45세 이상의 직원 다섯 명이었으며, 명칭만 위기관리부이지 하는 일은 경비원 업무였다.
그렇게 정상적인 업무에서 제외되어 경비실에서의 4시간 근무만 주어진 위기관리부 직원들은 방치된 컨테이너 안에서 운동기구들을 발견하고는 업무 종료 후 운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점쟁이>
프로 야구 선수인 남자친구 다무라 유키가 도쿄 메이츠 입단 3년 만에 드디어 실력을 발휘하며 슈퍼스타로 발돋움하자 아사노 마이코는 드디어 프로 야구 선수 부인이 되어 호사스러운 삶을 사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푼다. 그런 한편 치솟는 인기로 고스펙의 여자들이 유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쳐올까 불안에 떨었다. 유키가 마이코를 대하는 태도도 예전과 다른 것 같아 초조하고 불안해하던 중 소속 사무소 사장의 소개로 점쟁이를 소개받는데….
<코로나와 잠수복>
회사원 와타나베 야스히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구청에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자연스럽게 낮 시간 동안 다섯 살 아들의 양육을 맡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아들 우미히코가 막무가내로 할머니에게 전화하라고 하면서 아이에게 신기한 능력이 있음을 의심하게 되는데….
<판다를 타고서>
작은 광고 회사 사장인 55세의 고바야시 나오키는 아이들이 차례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 독립하자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셀프 선물을 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차를 사는 것이었는데, 요즘에 나오는 슈퍼카가 아닌 1980년에 처음 생산된 초대 피아트 판다였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초대 모델은 매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검색한 끝에 84년형 빨간색 판다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는데….
단편 소설집 『코로나와 잠수복』은 우리 주위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에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더해져 가슴 따뜻한 감동과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등을 보여주고 있다. 오컬트적인 요소라고 해도 기괴하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따뜻해지는 요소여서 그 현상으로 인해 지친 마음이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단편은 첫 번째 <바닷가의 집>과 마지막 단편 <판다를 타고서>였다.
<바닷가의 집>은 아내의 불륜으로 이혼 위기에 처해진 주인공의 이야기에 불륜을 저지르고도 뉘우침 없이 뻔뻔한 아내에게 합당한 고통과 벌이 주어지길 바라면서 인생과 인간관계의 부당함에 분노했다.
하지만 한여름 밤의 꿈인가 싶은 다케시라는 존재는 가슴 한켠에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박제시켜놓고 싶은 따뜻하면서도 찡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새겨졌다.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쉬운데… 고지와 다케시의 이야기가 계속되게 해 달라고 작가님께 살짝 떼써보고 싶은 기분이다.
<판다를 타고서>는 처음 제목을 보고서 진짜 판다를 타고 다니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피아트사의 자동차 이름이었다. 이렇게 민망할 수가…. 😅
이 이야기에는 80년대의 향수가 진하게 묻어 나오는데, 읽고 있노라면 새삼 잊고 지냈던 그때의 이야기와 정서, 유행 등이 떠오르면서 지금보다는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마음은 훨씬 풍요롭고 따뜻했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나오키가 판다를 타고 다니며 듣는 옛날 팝송들은 어린 시절 나 또한 많이 들었던 노래들인지라 유튜브에서 다시 검색을 해서 들으며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그런데 판다가 이끄는 추억 여행은 마지막을 정리하는 도미타가 눈앞에 그려지면서 울컥해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것으로 정말 충분한 거니?
『코로나와 잠수복』은 간결하면서도 뛰어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어 가독성이 뛰어났다.
전체적으로 각각의 단편소설들은 주인공의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성장을 보여주는데, 그것을 통해 삶이란 정체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금도 조금씩 어떠한 형태로든 앞으로 전진해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인생의 위기에 봉착한 그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미지의 존재들을 통해 힐링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었다.
꼭 읽어보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힐링하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