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김은하 감수 / 뜨인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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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우리 어머니께서는 '살아가면서 잘 다루는 악기가 한 가지 정도 있으면 좋다'라는 사고를 가지고 계셨고, 나는 대중적인 클래식 악기라고 하면 유일하다시피했던 피아노를 꽤 오랫동안 배웠었다. 그러다가 어머니 후배가 바이올린 교습소를 오픈하면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었다가 바이올린 선생님의 친구에게 플루트를 배웠다.

지금은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 중이니 중학교 들어가서는 국악반에 들어갔었던 이야기는 넘어가겠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목표인 악기를 하나라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었다기보다, 이것저것 다룰 줄은 아는데 어느 것 하나 특출나게 잘 연주하지는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악기를 배우면서 딱 한 가지 좋았던 것은 전공자를 제외한 일반 다른 아이들보다는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자주 접하면서 악기의 특성과 음색, 곡에서 각 악기들의 역할이나 연주하는 기교 등에 따라 곡 해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선생님들께 들으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때는 TV에서 예술가들의 인생과 그들의 작품 탄생 배경을 그린 영화를 자주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음악가들에 관한 영화를 보면서 클래식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그렇게 클래식 감성 충만하던 내 인생에서 어느 순간 팝이 귀에 꽂히기 시작하더니 그다음으로는 언제부턴가 세련되어지기 시작하고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한 가요를 듣게 되면서 클래식에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멀어져 갔다.

이제는 얼마나 클래식과 멀어졌냐면 예전엔 웬만한 곡의 중간 악장을 들어도 그 곡을 알아맞히곤 했는데 이제는 알던 선율도 머릿속을 맴돌며 가물가물할 뿐만 아니라 어떤 곡은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클래식을 들어도 작곡가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흥을 공감하기가 어려워졌다.

지인의 정기 연주 발표회에 갔을 때는 생소한 곡들도 있어서 졸음이 쏟아졌던 부끄러운 기억도 몇 번 있다.


이제는 내 인생에서 다시 클래식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클래식, 이젠 굿바이!'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 『클래식 감상 수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유니쓰, 루바토라고 해서 일본인인 줄 알았는데 한국인들이다.

이 책은 수백 년 전 고대 음악부터 우리가 일반적으로 클래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음악과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중 저자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곡을 100개 선정하여 다루고 있다. 또한 그 음악들의 전곡이 실린 것이 아니라 10분 내외로 감상할 수 있게 일부만 실려 있으니 클래식이란 길고 지루한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100개의 곡을 음악적 특징에 따라 크게 리듬, 선율, 화음, 구성, 음색, 테크닉의 6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음악적 특징에 따라 곡을 구분했다고 하더라도, 그 주제가 거기에 속한 곡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왜냐하면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 취향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사용한 분류의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최소의 기준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각 곡마다 QR코드가 있어 글을 통해서만 음악 설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귀로 들으면서 혹은 연주 실황을 보면서 들을 수 있어서 클래식 감상과 이해에 아주 효과적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예쁘고 기억에 남았던 곡은 에릭 사티'난 당신을 원해요 Je Te Veux'이다. 저자의 분류처럼 달달한 선율이 기억에 오래 남는 음악으로, 조수미의 아름다운 음색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선율이 전해지는 노래였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연주해 보고 싶은 곡이다.


각 곡의 시작 부분에 QR코드가 있다면 마지막 부분에는 <TMI>가 있어 각 곡이나 음악가에 대한 정보를 더 제공하며 클래식 이해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곡에 관련된 <오늘의 음악 이론>과 <작곡가의 다른 작품>소개가 있어 자연스럽게 클래식에 관한 이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을 듣는 일반 대중들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고, 특히 젊은이들의 클래식에 대한 불호가 심한 편인 것 같다. 그것은 일반 대중음악과는 다르게 평소에 자주 접하지 않아 클래식에 대해 갖는 막연한 거리감과 생소함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대중음악처럼 클래식도 매체를 통해 자주 눈에 보이고 자주 듣게 되다면 횟수를 반복할수록 그 매력에 심취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이 『클래식 감상 수업』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최상의 클래식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부담 갖지 않고 매일매일 한 곡씩 직접 눈과 귀로 클래식의 매력을 접해보면 어떨까?

지금도 반복해서 듣고 있는 에릭 사티의 '난 당신을 원해요 Je Te Veux'를 여러분과 같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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