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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6 : 다이달로스 이카로스 탄탈로스 에우로페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ㅣ 그리스·로마 신화 6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2년 6월
평점 :
『그리스·로마 신화 6』의 키워드는 '탐험'인데, 얼핏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탐험이 아닌 것을 찾기 어렵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충 생각해 보아도 탐험과 모험을 어느 정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의 8할 이상은 탐험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굳이 몇몇을 꼽자면,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십 년이 넘는 타향 생활을 가장 먼저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트로이 전쟁과 그 전쟁의 주역인 오디세우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매우 큰 공로를 세웠음에도 아이러니하게 다른 장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오랜 시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떠돌았던 비극적인 이야기는 아마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 중 인물이 가장 고생했던 이야기 가운데 으뜸이라 생각되는 것 중 하나인 헤라클레스가 겪었던 일들과 얼추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어떤 관점에서는 더 심하다 여겨질 정도로 참담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런 오디세우스에게 가장 처참했던 사건 중 하나가 이 책에 나오는데, 바로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의 호의로 고향인 이타케에 거의 도달할 수 있었으나 눈앞에 이타케를 두고 또다시 고향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일이다.
아이올로스는 포세이돈의 미움을 받는 오디세우스를 불쌍히 여겨 그의 항해에 방해되는 바람들을 가죽 주머니에 가두고 오디세우스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그 주머니를 열지 않으면 금세 이타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순항 끝에 이타케를 목전에 두게 되었으나, 오디세우스에 대한 질투심에 눈이 먼 부하 몇이 주머니 속에 보물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해 이를 열어 훔치려 하였고, 풀려난 바람들 때문에 배는 부서지며 오디세우스의 표류는 계속된다.
탐험에는 지혜가 꼭 필요한 것이나, 트로이 전쟁을 지혜를 이용해 승리로 이끌었던 오디세우스조차 자신 앞에 놓인 시련을 수월하게 헤쳐 나가지 못한 것을 보면 지혜가 탐험을 위한 모든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지혜, 혹은 자신이 지혜롭다고 믿는 과도한 자신감이 때로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을 탄탈로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탄탈로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프리기아의 왕이었다. 탄탈로스는 자신이 신들보다 우월하다는 자만심에 취해 신들 앞에서 거짓 맹세를 하며 속이는 등 각종 만행을 저질렀으나 제우스의 용서로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신들을 속일 수 있다는 자만심에 가득 찬 탄탈로스가 자신의 아들을 죽여 신들에게 음식으로 내놓았고, 이에 분노한 신들에 의해 지하세계에서 영원히 갈증과 허기, 두려움에 시달리는 형벌에 처해진다. 탄탈로스를 처벌한 신들은 탄탈로스가 죽인 펠롭스를 다시 살려주었다.
이처럼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는 단순히 용기로만 가득 찬 탐험들만이 아닌, 지혜를 통해 극복해내려 하는 시련들, 자신이 가져온 불행들과 같이 다양한 양상의 사건들이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 6』을 통해 여태껏 알고 있었던 전형적인 모습의 탐험을 벗어난, 다양한 양상의 탐험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