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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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시인했듯이 그건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서 비롯되었다. 머나먼 새로운 곳을 향한 동경, 짐을 벗어던지고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벗어나고 싶은 욕구, 경직되고 차가우면서도 열정적인 일상의 작업장으로부터, 작품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었다.

p.15



작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는 오전 동안의 힘든 작업 후에 신선한 공기를 쐬며 기력을 되찾으려는 목적으로 점심 식사 후 산책에 나섰다. 영국 정원을 한참 거닌 후 황혼 무렵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북부 묘지 정류장에서 전차를 기다리면서 그 주변의 광경을 둘러보며 몽상에 빠져들던 중 비잔틴 양식 건물의 주랑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나무속껍질로 엮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아셴바흐는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그를 무례할 정도로 뜯어봤다. 그 남자가 아셴바흐의 시선에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자 아셴바흐는 그곳을 황급히 벗어났고, 자신의 내면에서 뭔가 꿈틀거리며 확장되어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여행에의 욕구였다.


모든 것을 누릴 경제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삶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창작의 의무에 사로잡혀 자신의 생활권을 멀리 벗어나지 않고 금욕적이고 고독하게 정신과 창작에 몰두하며 살아가던 아셴바흐. 그 삶이 그에게 명예를 가져다주었을지는 몰라도 권태로웠기에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떠난 여행이 그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이 될까, 아니면 떠나지 말았어야 하는 여행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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