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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6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6월
평점 :
9월 20일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침, 한 남성이 무방비 상태의 유치원에 난입해 유치원생 세 명과 교사 두 명을 칼로 무자비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곧바로 몽타주를 작성했으며, 그 용의자가 마약 소지 혐의로 현경 본부 수사부 조직범죄 수사5과가 쫓는 인물임이 드러나며 정체는 곧장 밝혀졌다. 그렇게 용의자 센가이 후히토를 뒤쫓던 경찰은 폐점한 편의점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저항하는 그를 체포했다.
올 2016년 7월에 장애인 시설에서 전후 최다 사망자 19명을 낸 살인 사건이 발생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포함해 다섯 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데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마약을 악용한 악질적인 센가이 후히토를 향해 언론과 여론은 '헤이세이 최악의 흉악범'이라고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언론과 여론 모두 센가이의 엄벌을 요구하며 검찰에 적절한 대처를 기대했다. 그에 부응해 사이타마 지방 검찰은 아모 다카하루 형사부 1급 검사를 담당 검사로 지목했다.
아모는 검찰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입청 10년차 시니어 검사로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열혈 검사였다.
그러한 아모의 강렬한 출세욕은 사법 연수생 시절 미사키 요스케와 같은 조에 있으면서 그에게서 받은 자극으로부터의 반동이었다. 미사키 요스케는 사법에 관해서나 음악에 관해서 아모가 범접할 수 없는 천재였고, 그런 그에게 굴복했던 자기 자신을 뛰어넘고 싶은 마음에 지금껏 항상 높은 곳만 보며 달려왔다.
아모가 기소할 센가이의 재판의 향방을 좌우할 요인은 센가이의 책임 능력 유무였다. 즉 유치원 습격에 계획성이 인정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형법 39조의 적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의 범행이 계획적이고 그가 마약을 하기 직전까지 제대로 된 판단력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센가이의 소환 조사 중, 센가이는 다른 부분에서는 명확한 대답을 했지만 정작 사건에 대해서는 범행 당시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 되풀이하며 자신의 심신 상실 상태를 계속 주장했다.
그렇게 조사를 진행하는 중 아모는 잠이 쏟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무리 바빠서 잠을 제대로 못 잤어도 피의자 소환 조사 중에 잠이 쏟아지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모는 그렇게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쏟아지는 잠에 당황하며 점점 멀어져 가는 의식과 사투를 벌였고, 옆에서 조서를 작성하던 검찰 사무관 우가는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며 자리를 비운다.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고 있었지만 어느새 정신을 잃은 아모를 누군가 세차게 흔들어 깨웠고, 눈을 뜬 아모는 아연실색하고 만다. 자신의 눈앞에 피의자 센가이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장 길 건너에 있는 현경 본부에서 온 감식반을 비롯한 형사들에 의해 현장 조사가 진행됐다. 흉기로 쓰인 총에는 온통 아모의 지문이 검출됐을 뿐만 아니라 아모가 입고 있던 양복 소매에서는 초연반응도 나타났다. 같이 온 검시관에 의해 센가이의 사망이 확인되자 아모는 검사에서 살인 피의자가 되어 체포되는데…….
이 작품의 이야기는 전작 『다시 한번 베토벤』에서 1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이다. 전작에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조인의 길을 걸어가려는 자신에게 음악가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용기를 준 아모가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미사키는 자신의 스케줄을 모두 뒤로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한달음에 달려온다.
가끔 문득문득 떠올리던 과거에 동경하던 이가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모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기대되고 설렜을까?
소설이 중반부를 향해 가는데도 미사키가 살짝 언급만 되고 등장하지 않아 그의 등장만 기다리고 있던 나도 그가 나타나 아모를 향해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 장면을 보고는 울컥해버렸다.
『다시 한번 베토벤』 이후의 현재의 미사키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모의 표현처럼 미사키 요스케는 여전히 미사키 요스케일 뿐이었다.
침착하고 진솔하고 예의 바르고 상대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며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 또한 상대를 한없이 신뢰한다. 그러니 미사키와 잠깐의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절망의 늪에 빠져있던 아모가 희망의 빛을 보며 기운을 차린 것이겠지?
10여 년 만의 갑작스런 미사키의 등장에 당황하며 얼떨떨해하는 아모. 정작 아모 본인은 자신이 미사키에게 음악을 선택할 용기를 주었다는 사실을 몰라, 미사키가 왜 자신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약속 때문에 거액을 들여가며 자신을 도우려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작가님의 큰 그림이 있었겠지만 읽는 내내 미사키가 왜 사법 연수원을 중간에 퇴소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사법 연수원을 완벽하게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이라도 얻은 다음에 음악가의 길로 들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겨우 몇 개월만 기다리면 가능했을 일이었는데.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더 멋있을 것 같다는 것은 그저 속물적인 내 생각일 뿐이겠지?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하면서 전개되는 모든 이야기는 설렘과 전율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는…. 꼭 이 소설을 읽고 내가 느낀 떨림과 흥분과 전율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소설은 크게 아모의 살인 혐의를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지만,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일본의 형법 39조의 이야기는 심신 상실에 관련된 법의 맹점에 대해 고민하게 했고, 국민감정을 살피는 것과 대중영합은 별개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포퓰리즘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심신 미약으로 인한 형의 감경, 특히 음주 후 심신 미약으로 인정받아 감경 받는 사건이 계속해서 되풀이되어 발생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마신 것이므로 심신 미약이 절대 적용되지 않는데, 한국만 유독 술에 취해 저지른 사건의 경우 심신 미약으로 감경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두순 사건'같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정서를 읽고 꼭 올바른 방향으로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렇게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가독성이 좋은 것과 동시에 읽으면서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은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인기 주인공인 악덕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법의학자 미쓰자키 교수, 경시청 수사1과 이누카이 형사 등이 등장하는데 미사키가 그들을 집결시킨다.
그들은 이 소설 속에서도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들의 역할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잘 해낸다. 그들의 이야기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미사키가 한 데로 모아 웅장하고 강렬하게 더욱 증폭시키며 정점을 찍는, 그야말로 제목처럼 베토벤의 〈합창〉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그야말로 나카야마 시치리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종합선물 같은 소설이니 후회 없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제 미사키 요스케가 귀환했으니 앞으로의 그의 새로운 활약이 기대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가 너무나 아쉬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