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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28/pimg_7114282153463471.jpg)
너무나도 평범한 어느 날 프랑스 파리에서 광신주의자가 유치원에 들이닥쳐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을 향해 소총을 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을 시발점으로 인간 세계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내전이 발발한 것은 물론이고, 인간 사회 질서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그러자 거리에는 쓰레기가 쌓였고, 쓰레기 더미에서 바퀴벌레와 해충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때 지하의 쥐들이 슬금슬금 지상으로 올라와 세상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쥐들은 무서운 속도로 번식하며 페스트를 퍼뜨렸지만 광신주의자들의 손에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죽임을 당한 인간 사회는 감염병에 대처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인간의 문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고양이와 인간, 개, 돼지, 앵무새의 힘을 한데 모아 연합군을 형성한 후 프랑스를 점령해 버린 쥐들에 맞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목표로 치열한 전투를 거듭했다. 하지만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쥐들에게 계속 밀리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쥐들의 극악무도한 왕인 티무르가 바스테트의 목에 걸려있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을 저장해 놓은 USB를 노리는 바람에 결국은 <마지막 희망>호라는 대형 범선을 타고 프랑스를 떠나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으로 가게 되었다.
그들이 행선지를 뉴욕으로 정한 이유는 미국의 인간들이 초강력 쥐약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도달한 뉴욕은 그들이 떠나온 프랑스 파리보다도 훨씬 더 많은 쥐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뉴욕의 쥐들은 거친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다 위에 떠있는 범선까지 헤엄쳐 공격해 왔다. 이에 배 위에 타고 있던 고양이와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들의 승객들은 결사항전을 하였고, 결국 바스테트와 집사 나탈리, 나탈리의 커플 로망 웰즈 교수, 바스테트의 파트너 샴고양이 피타고라스, 바스테트의 아들 안젤로, 바스테트의 경쟁상대인 암고양이 에스메랄다, 앵무새 샹폴리옹 이렇게 일곱을 제외하고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항전의 잔해들을 정리하고 사체들을 정리한 뒤, 나탈리와 로망은 특별히 가까웠던 인간들과 동물들의 소박한 장례를 치러주었다. 그렇게 잠시 폭력으로 점철됐던 하루를 뒤로하고 쉬려고 하는데 멀리 해안의 한 고층 빌딩에서 반짝이는 불빛, 모스 부호가 보였다.
맨해튼 빌딩의 인간들은 바스테트 일행과의 몇 번의 신호 교환 후 빌딩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고, 그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으로 드론을 활용해 로프를 묶어 빌딩 꼭대기로 끌어올려 주겠다고 하였다.
먼저 나탈리와 바스테트, 안젤로, 피타고라스가 로프에 묶인 의자에 앉았고, 그렇게 빌딩 위로 끌어올려지던 중 갑자기 바람이 거세져 의자가 크게 요동치더니 로프의 움직임이 멈췄다. 의자가 아찔한 높이의 허공에서 흔들리자 나탈리는 의자를 부여잡았고, 바스테트는 나탈리를 피타고라스와 안젤로는 바스테트의 양 뒷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는 꼴이 되었다.
바람은 더욱 거세게 몰아쳤고 의자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바스테트는 자신에게 매달린 고양이들이 버겁게 느껴졌고, 슬그머니 피타고라스가 매달려 있는 뒷다리의 힘을 덜 주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피타고라스는 괴성을 지르며 추락한다. 그때 바스테트의 아들 안젤로가 말한다.
「후유, 엄마, 우린 이제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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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에서 시작한 <고양이 시리즈>를 한 편도 읽지 못하고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행성』을 처음으로 읽었다.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행성』만 따로 읽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소설을 시작했다.
일단 소설은 가독성이 엄청나게 뛰어나다. 내가 소설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성』은 막힘없이 술술 넘어가며 흥미진진하고 기발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엔 고양이 바스테트가 인간과 소통하며 자신이 모든 동물들의 리더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단순히 바스테트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착각인 줄 알았다.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카툰을 보면 인간과 그들이 키우는 애완동물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하지만 제3자인 관객이나 독자들이 볼 때는 묘하게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그런 상황을 상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혹성 탈출>처럼 인간 문명이 멸망하여 인간이 완전히 침팬지 같은 동물들의 노예가 된 상황도 아니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고양이가 지배자인 것처럼 행동을 하니 그런 오해를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이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라니.
하지만 인간들은 예로부터 마치 본능처럼 계층을 나누고 상대를 차별했던 것처럼, 공정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낸다.
주인공 바스테트는 오만하며 능력도 성격도 그다지 좋지 않은 이기적인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능한 자신의 모습을 거짓과 눈가림으로 적당히 포장해 다른 종들 위에 군림하기를 원하는 모습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른 동물들을 과감히 희생시키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들을 보니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흔히들 잘못된 모습들을 보이는 정치인들에게 따끔하게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들 말하곤 한다. 바스테트가 자신이 불리할 때 떠올리는 그녀 어머니의 대처 방법들을 보고 바스테트는 어머니로부터 인생 사는 법을 잘못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스테트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반사이다.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마치 그것이 처음부터의 계획이었던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바스테트는 절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것.
과연 2권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운명에 맞닥뜨리게 될까?
그들은 쥐 떼들을 없애고 평화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과연 지구의 패권은 누구에게로 돌아갈까?
모두가 만족하는 엔딩을 바라며 2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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