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하는 아이 - 성장소설로 다시 태어난 6.25전쟁
줄리 리 지음, 김호랑 그림, 배경린 옮김 / 아울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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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북쪽으로 이백 리 떨어진 시골에 살고 있는 주인공 소라는 열세 살이 되자 농장일 가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인 영수와 지수를 돌보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동생 지수가 태어나기 전까지 학교에 다니며 마음껏 공부하고 친구들과도 마음껏 놀았던 소라는 지수만 아니었음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라는 맏딸로서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그날도 강에서 고기를 잡는 중 그물을 던지다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진 동생 영수를 강에서 끄집어내 옷의 물기를 대충 제거해 주고 조선소년단 모임에 보냈다. 조선소년단 모임을 한 번이라도 빠지면 영수뿐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당의 감시자 명단에 오르고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기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었다.


영수를 학교 건물로 들여보낸 후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 무리와 어울려 동생들의 옷가지를 빨고 있을 때 한 할머니가 헐레벌떡 뛰어와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 아주머니들이 심각한 얼굴로 마무리하지 못한 빨랫감을 대충 주워 담고는 부리나케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에 소라도 동생들의 옷을 대충 헹구어내고 빨래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급하게 걸어가는데 뒤에서 좀 전에 학교에 갔던 영수가 자신을 부르며 달려왔다. 그러고는 새로 부임한 선생 조 동무가 안내가 다시 나갈 때까지 수업은 모두 중단한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준다. 서둘러 영수와 집으로 돌아온 소라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는 아버지 옆에 앉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소라네 가족은 저녁을 먹으러 온 김씨 아저씨네로부터 마을을 탈출해 부산으로 갈 계획이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김씨 아저씨네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소라네가 믿는 존재로 그들은 소라네처럼 공산당에 반대했다. 어머니는 너무 위험해서 같이 갈 수 없다며 왜 그런 이야기를 해서 자신들을 위험에 빠져들게 하는 거냐며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그들이 도망치고 나면 경찰이 친하게 지내던 소라네에 분명 위협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김씨 아저씨에게 부산에 살고 있는 처남의 이름과 주소를 가르쳐 준다.


며칠이 지나 김씨 아저씨네는 마을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소라는 그들이 탈출에 성공해 부산으로 갔다고 믿었지만 마을에는 김씨 아저씨네가 수용소에 끌려갔다느니 총에 맞아 죽었다느니 하는 흉흉한 소문만 돌았다.

얼마 후 경찰들이 몰려와 소라 부모님을 끌고 가 심문한 뒤로 소라네는 동네 사람들의 표적이 된다. 그래서 소라네 가족은 항상 다 같이 모여 있고 집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마을은 점점 비워지기 시작했다. 소라는 어머니에게 다들 어디로 간 것이냐며 명기 오빠네처럼 도망간 것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고 다들 명기네처럼 잡혀가는 것뿐이라고 대답했다.

여전히 소라 아버지는 탈출하기를 원했고, 어머니는 완강하게 버티며 안된다고 반대했다. 그렇게 부모님 사이는 냉랭해졌고, 소라네는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라네 가족에게 몸 성한 사내들은 죄다 군대로 끌고 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에 어머니는 아버지가 전쟁터에 끌려가실까 봐 수수밭에 땅굴을 파 아버지를 숨기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 후 아버지는 줄곧 땅굴에서 지내고 밤에만 잠깐 집으로 돌아와 머무르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맥아더 장군의 인천 상류 작전 성공으로 미군이 마을에 입성하게 되면서 아버지는 땅굴에서 나오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도 공산당이 지배하던 때와는 달리 활기를 찾아갔다.

하지만 몇 주 뒤 라디오에서는 북한군이 다시 미군을 이기기 시작했다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하며, 결국 아버지는 이번이 마지막 남은 기회라며 가족들과 함께 탈출할 것을 결심한다. 가족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어머니도 결국 피란 가는 것에 찬성하며 소라네 가족은 그날 밤 당장 피란 길에 오른다.


그렇게 떠난 피란 길에서 마을을 이탈하는 사람들을 체포하는 무리들과 만나는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아버지가 아는 사람과 만나기도 하며 남쪽으로 향하던 중, 하늘에서 전투기 한 대가 구름 사이를 뚫고 피란 행렬을 향해 낮게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 전투기가 공산당 전투기인 것을 알아차린 순간 모든 사람들은 공포에 빠져 달리기 시작했고 행렬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소라는 가족들에게서 떨어져 혼자 남겨지게 된다. 혼자 남게 된 소라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리고 밟히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 흩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서 있는 동생 영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님과 지수는 보이지 않았다. 영수에게 달려간 소라는 영수의 손을 잡고 뛰어다니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다라 있는 언덕을 보고 어쩌면 부모님도 언덕 위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영수를 데리고 언덕을 향해 달리는데….



요즘 시대의 아이들에게 한국전쟁 즉 6·25전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영화나 소설 속에 어쩌다가 나오는 이야기로 <어벤저스>에 나오는 전투 이야기보다 더 와닿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 수업 시간에 우리나라는 종전 국가가 아닌 휴전국가임을 항상 강조하며 반공 교육시간이 반드시 있었는데 요즘은 반공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눈치를 봐야 하고, BTS가 6·25전쟁 70주년 기념으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며 '미국과 대한민국,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중국인들로부터 엄청난 인신공격을 받았으며 그들이 모델로 있는 상품들은 쇼핑몰에서 내려야 할 정도였다.


중국과 북한은 여전히 북한의 남침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을 침략국으로 보고 6·25전쟁을 미 제국주의에 대항해 조선을 도왔다는 의미로 항미원조 전쟁이라 부르며 북한이 먼저 공격하여 남침을 단행했다는 사실을 빠뜨린 채 한국과 미국을 가해국으로 말하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6·25전쟁에서 우리 군을 사살한 참전 군인들에게 훈장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정치·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역사를 왜곡해서 말하고 가르치는 것에 항의조차 하지 못하다니.


이 책은 한 집안의 장녀로, 누구누구의 딸로, 동생들을 돌봐야만 하는 누나의 역할만을 강요받은 소라라는 소녀가 6·25전쟁을 겪으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 소설이다.

소설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그리고 있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라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읽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울리고 있다.

같은 여자지만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고 남동생만 걱정하고 챙기는 어머니와의 갈등과 여자이자 맏딸이고 누나였기에 모든 것을 감내해 내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눈물샘이 터진 듯이 한없이 울었다. 힘든 상황을 혼자서 잘 버텨내고 동생을 보살폈지만 누구도 묻지 않는 소라의 안녕. 어떻게 그 모든 설움을 그 작은 몸으로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조선소년단 입단 나이 같은 부분에서 약간의 문학적 허용을 가미해 6·25전쟁의 실상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다시는 이런 아픈 전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소설은 이서윤 선생님의 추천도서로 6·25 때 아이와 함께 읽고 아이와 함께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기 좋은 책이다.

우리는 6·25 전쟁에 대한 진실과 그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 싸운 우리 군인들과 우리를 도와준 연합군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세상은 결코 멈추지 않기에 우리의 꿈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미래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감동의 이야기 『지켜야 하는 아이』를 아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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