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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기 전에 - 미리 보는 미술사, 르네상스에서 아르누보까지
아당 비로.카린 두플리츠키 지음, 최정수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6월
평점 :
미술관에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여행지에 가면 항상 하루 이상 시간을 비워두고 미술관에 가서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좋아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캐나다 몬트리올의 몬트리올 미술관 등이 머릿속에 확 떠오를 만큼 인상 깊었고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아마 내가 가보지 못한 다른 유명 미술관들을 선택해 갈 것이다. 결국 저 미술관들에는 이제 다시 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돌이켜보면 허무함이 가득하다. 너무 아무런 준비가 없이 무작정 갔었기에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어떤 것을 봤는지 사진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을 만큼 기억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단지 드넓은 미술관을 구석구석 돌아본다는 목표로 인파에 밀리고 시간에 떠밀려 사진만을 열심히 찍어대며 미술관 탐험에만 열중했었던 것 같다.
당시 이런 『미술관에 가기 전에』 같은 책만 있었더라면 미술관에 가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하고 좀 더 여유롭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미술 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니 어쩌면 그 먼 곳의 미술관을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고 느긋하고 알기 쉽게 미술 작품들을 접할 수 있으니까.
이 책은 13세기 중세 치마부에부터 19세기 말 상징주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와 예술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모든 시대를 통틀어 방대한 양의 작품들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가들과 그들의 걸작들만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도판들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려있는데 책에 실린 도판을 보며 실제 작품을 접하는 감동 또한 느낄 수 있다.
물론 책에서 밝힌 것처럼 도판이 미술관에 걸려 있는 원작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올리고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본문을 읽기 전에 서두에서 미리 책의 구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여 독자들이 이 책을 효율적으로 읽고 이해하여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다양한 미술 기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림과 조각, 데생과 부조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과 건축, 장식미술은 다음 권에서 따로 다룬다고 하니 이 책을 읽기 전에 다음 책에 대한 기대도 드높이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인들은 자기들 이전 시대를 중세라고 규정지으며 그들이 보기에 쇠락한 것 같은 중세 미술을 고딕 미술이라고 불렀다.
치마부에는 베네치아가 비잔틴의 지배하에 있을 때 모자이크 화가 밑에서 그림을 배운 피렌체의 화가로 종교적 그림인 이콘화를 마치 눈앞에 실제 존재하는 인물처럼 입체감 있게 표현하기 시작한 화가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만능 천재들이 활동한 시기는 15~16세기 르네상스의 전성기였다. 그들이 활동한 시기는 그야말로 '천재들'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중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혼외자로 시골에서 자라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무학자였음에도 다방면에 천재성을 드러내며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만능 천재 중의 천재이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은 15점 정도만 남아있지만, 그 작품들은 그가 최고의 화가나 예술가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이 외에 그는 수리학, 광학, 공학,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증명하는 데생 등을 포함한 육필 원고를 남겼다. 그는 다양한 지식 영역에 관심을 드러내고 연구한 학자이기도 했다.
16세기에 활동한 소小 한스 홀바인은 독일 화가로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 중 한 명이다. 우리에게 유명한 작품으로는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가 담긴 《대사들》이 있다. 그는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의 추천으로 영국에 정착하여 영국 귀족과 헨리 8세가 인정한 화가가 된다.
니콜라스 힐리어드는 영국의 초상화가이자 금세공사로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영국 세밀화 화파를 창시하였고 엘리자베스 1세의 공식 초상을 제작하였다.
17세기 프랑스의 니콜라 푸생은 고전주의를 구현한 프랑스 최고의 화가로 그리스인처럼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그는 신화나 고대사 등에서 제재를 골라 로마와 상상의 고대 풍경 속에 균형과 비례가 정확한 고전적 인물을 등장시킨 독창적인 작품을 그렸다.
17세기 스페인 바로크를 대표하는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이후 수많은 인물들에게 영향과 영감을 준 최고의 화가였다. 그의 걸작 중 하나인 《시녀들》은 여전히 불가사의로 남아있고 수많은 해석들을 낳고 있다. 《시녀들》은 많은 모작도 나왔는데 그중에는 피카소가 그린 58점의 연작도 있다.
영국의 화가로 낭만주의 회화의 완성을 보여주며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윌리엄 터너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에 대한 설명도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조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엄청난 천재성을 가지고 세계적 명성을 얻은 현대 조각의 아버지 오귀스트 로댕과 너무나 불운한 삶을 보냈던 로댕의 연인이자 제자였던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와 작품이 실려있다.
이 밖에도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예술가들이나 혹은 친숙하지는 않지만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작품들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차 있다.
마지막에는 이 책에서 언급한 미술가와 미술 개념, 미술 기법 등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용어 해설들과 이 책에 실려 있는 작품들을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각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들을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작품은 본 기억이 하나도 없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와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본 기억밖에 없으니 슬프기 그지없다.
이 책에 실린 예술 작품들을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으며 예술가와 작품에 대해 조금씩 더 많이 알아가고 이해해가며 지적으로도 충족돼 만족감을 얻었다. 이 책을 정독하고 반복하면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예술적 소양을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이 두고 매일 한 번씩 펼쳐 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과 건축, 장식미술 등을 다루는 다음 권도 무척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