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의 손길

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준세이카이의대 부속병원 펠로우인 다이라 유스케는 일류 흉부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지난 8년간 가혹한 근무도 견디며 가족과의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일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는 내년에 있을 파견에서 협력 병원 가운데서도 개흉 수술이 가장 많은 도심의 후지제일 종합병원으로 가 흉부외과의로 경험을 쌓기를 내심 희망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흉부외과 과장인 아카시 겐이치로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전공의가 줄고 있는 흉부외과에 이번에 올 인턴 세 명 중 두 명을 입국시키면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고 지원하는 후지제일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만약 인턴 유치에 실패하면 외과 의사 파견을 요청하는 오키나와의 작은 병원으로 파견 보내겠다는 뜻을 비췄다. 그곳은 흉부외과도 없는 곳이었다.

이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유스케는 세 명의 인턴 지도를 승낙한다.

어떻게 하면 셋 가운데 둘 이상을 입국시킬지 고민하던 유스케는 한 학년 후배인 순환기내과의 스와노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스와노는 흉부외과의 실태를 모르도록 흉부외과의 단점을 최대한 숨기고, 병원에서 먹고 잔다는 사실도 모르게 하며 흉부외과만의 다이내믹한 수술을 보여주고 귀가도 늦지 않게 보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뭔가를 더 이야기하려다 응급 호출을 받고 자리를 떴다.

유스케는 스와노의 충고를 받아들여 새로 온 인턴인 고노, 마키, 우사미에게 감당할 만한 업무와 이른 귀가를 시켜준다. 그러나 다시 만난 스와노는 어제 했던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지도의로서 흉부외과의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유스케는 인턴들이 흉부외과의 힘든 면을 알고 겁을 먹고 입국하지 않을까 봐 필사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시키며 흉부외과의 현실을 숨기고자 중환자가 있어 자신은 매일 병원에서 지내고 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국 다른 인턴에게서 그 사실을 들은 고노와 마키, 우사미는 유스케에게 그 사실에 대해 따지며 그를 비난한다.

유스케는 그렇게 인턴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며 최악의 시작을 끊었지만, 최선을 다해 그들을 지도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러던 중 각 과마다 괴문서 한 장이 팩스로 전송된다. 그 팩스를 읽은 모두는 숨을 삼키게 되는데…….

'흉부외과 교수인 아카시 겐이치로는 약제 임상 시험 결과를 조작하고 그 대신 사례금을 받아 챙기고 있다.'

이 소설은 준세이카이의대 부속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들의 치열한 생존과 암투, 의료현장의 실태와 의사들이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다이라 유스케는 환자와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여주며 환자를 잘 돌보고, 뒤떨어지는 재능은 시간이 생길 때마다 봉합 연습이나 내과 쪽을 공부하는 등 노력으로 보충한다. 하지만 성실한 반면 무능하다고 보일 만큼 너무 요령이 없다. 모든 것을 자신이 짊어지고 가려고 한다.

뛰어난 아카시 과장도 수술실에서 자신이 수술하는 부분만 하고 나머지는 어시스턴트를 믿고 맡기지만, 유스케는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모든 것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밑에 레지던트들이 있을 때도 그들에게 환자를 맡기지 못하고 자신도 레지던트와 같이 밤을 새워 근무하고 피곤해 했다.

물론 레지던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서라지만 그렇게 비효율적인 근무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과연 성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요령 없는 것은 병원 내 세력 다툼에서도 윗사람과 조직에 잘 보이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위해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환자에게는 이상적인 의사겠지만 읽는 내내 유스케가 조금만 더 계산적이고 정치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였다.

하리야는 세계적인 흉부외과의인 아카시 과장의 조카로 단지 배경이 좋아 병원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것만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밑에 있는 레지던트들을 믿고 그들에게 일을 분담했다.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일만을 했다. 그렇다 보니 그는 야근도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이 마치 특혜처럼 보였다.

이에 유스케는 자신이 실력은 하리야와 비슷하지만 그를 이끌어 줄 배경이 없기 때문에 하리야에게 계속 밀린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남다른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리야의 수술 결과물을 본 유스케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밀린 것은 배경이 아니라 실력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이 그토록 하리야를 원망하게 만든 상처가 아니었더라도 하리야만큼 완벽하게 혈관을 이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깨끗하게 인정하게 된다.

그렇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의 몸에 칼을 대어 목숨을 살리는 일에서 실력이 없는데 단지 배경이 좋다고 그 사람을 실력 있는 사람이라 포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분명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꼭 그 길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실감 있게 그리며 재미와 긴장과 감동을 주고 있다. 의학 드라마가 결코 실패하지 않는 것처럼 의학 소설도 선택하면 실패가 없는 것 같다.

읽는 내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눈물짓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많이 존재했다. 특히 환자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눈물 때문에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유스케와 최악으로 시작한 인턴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유스케는 과연 그들을 입국시킬 수 있을까?

괴문서는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작성하여 각 과에 보낸 것일까?

그리고 그 괴문서는 흉부외과와 유스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유스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게 될까?

소설로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