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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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은 피렌체를 떠나며 오즈먼드에게 자신이 로마에 있는 동안 그도 로마에 방문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오즈먼드에게 전해 들은 마담 멀은 자신들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는 기뻐했다.

이사벨은 로마에서 그녀의 벗들인 스택폴 양과 밴틀링 씨, 사촌인 랠프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어느 날 우연히 세계 여행 중인 워버턴 경과 만난다. 그는 여전히 멋진 외모와 이사벨에 대한 변하지 않는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이사벨은 선을 그으며 그를 냉대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오즈먼드 역시 이사벨을 만나러 로마로 왔고 그녀는 오즈먼드의 음흉한 속내도 모른 채 그에게 한없는 호의를 보이며 얼굴을 붉혔다.

이사벨은 자신에게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워버턴 경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렇게 다시 자신에게 퇴짜 맞고 로마를 떠나는 워버턴 경을 보며 냉소했고, 오즈먼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한껏 자신에게 도취되어 잘난척하며 그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고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사벨은 로마를 떠날 때 오즈먼드가 했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피렌체에 있는 그의 집에 들러 그의 딸 팬지를 만난다. 원래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피렌체에 머무는 사흘 중 마지막 날에 그의 집을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마담 멀과의 대화 중 마담 멀 역시 토스카나 산속의 고성으로 떠나기 전 오즈먼드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마담 멀이 굳이 두 사람이 같이 갈 이유가 없다고 하자 이사벨은 자신이 혼자 방문하겠다고 이야기하고는 계획을 변경하여 바로 오즈먼드의 집을 방문했다.

이사벨은 팬지를 만나보고 팬지에게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팬지와 이야기하는 동안 오즈먼드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그로부터 약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이사벨은 오즈먼드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런 이사벨의 결심을 편지로 알게 된 굿우드 씨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최대한 서둘러 뉴욕에서 피렌체로 왔다. 그는 이사벨에게 오즈먼드가 누구이고 뭘 하는 사람인지 물었다. 그리고 이사벨이 그녀의 인생에서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었던 것에 대해 원망 섞인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이사벨은 자신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굿우드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며 사납게 되받아쳤고, 그녀의 마음이 변한 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하는 굿우드에게 자신은 그런 설명을 해야 할 하등의 의무가 없다고 쌀쌀맞게 이야기했다.

굿우드 씨가 떠난 후 이사벨이 터치트 부인에게 자신의 결혼 결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자 터치트 부인은 사나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오즈먼드를 택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그러자 이사벨은 아주 격렬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이모에게 소리치며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랠프가 케르키라 섬에서 요양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머니인 터치트 부인으로부터 이사벨과 오즈먼드 씨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큰 충격과 굴욕감까지 느꼈다. 그는 자신이 지금 가장 큰 관심을 느끼는 이사벨이 좀 더 중요한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랐다. 자신은 건강 때문에 꿈꿀 수 없는 매혹적인 미래에 그녀를 대입해 상상해 보곤 했었기에 이사벨과 오즈먼드의 결혼 소식은 그에게 실망과 혐오스러운 감정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사벨에게 그 결혼으로 그녀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지만, 이사벨은 귀를 막고 어떠한 충고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랠프를 비난했다.


그녀의 결정은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어느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했다. 두 언니는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그녀가 선택한 배우자에 놀랐고, 헨리에타 역시 그녀에게 항의하고 충고했지만 그녀는 오즈먼드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그런 주변인들과의 인연을 끊어버릴 수도 있고 그것은 그저 자신은 운명 중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장식품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사벨은 꿋꿋하게 자신의 결혼을 강행하는데….



이야기 설명을 보면 19세기 후반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미국인 이사벨이 저물어가는 유럽, 영국을 배경으로 성차별이 만연하던 시대에 여성으로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그녀가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고자 한 실제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이모인 터치트 부인의 도움으로 유럽에 오고 사촌 랠프의 배려로 랠프가 받아야 될 유산을 나누어 받아 그 돈으로 여행을 하고 편하게 지낸 것 외에 어떤 것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이었을까?

자신에게 올바른 충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날선 비판을 하며 귀 닫고 화를 낸 것? 오히려 그녀의 이모 터치트 부인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사벨에 대한 평가는 왜인지 모르게 순전히 그녀를 좋게 본 주변인들의 과대포장에 싸인 허상에 가까운 평가였고, 이런 평가들이 반복되니 이사벨은 자신이 그렇지 않아도 굳이 틀린 평가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주변인들로부터 받는 찬사를 당연하게 여겼다.


예를 들어 그녀는 랠프가 읽으라고 준 앙페르의 책을 열렬히 보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봤을지도 모르는 페이지 사이에 막연히 손가락을 끼워 넣고는 그것을 읽으려는 기미를 보이지도 않은 채 그 책을 그저 무릎에 올려두는 모습을 보인다. 남들에게 '나 이런 책 읽소'라고 보여주기 식인 것 같다.

또 그녀의 고모는 이사벨이 책을 쓰려고 시도한 적도 없는데 책을 쓰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퍼뜨렸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주변에서 그녀를 칭송하니 그녀 스스로 우월감에 사로잡혀 자신이 그런 인물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주변인들의 충고가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무시해버리고 듣지 않는다. 왜? 그녀는 스스로가 제일 똑똑하고 올바른 판단을 한다고 믿으니까.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빈방에 들어가서 벽에 대고 소리치는 것이 훨씬 더 후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그녀는 그녀가 그렇게 부르짖던 독립적인 삶을 스스로 팽개치고 가장 최악의 선택을 한다.

왜 모든 사람들이 권하는 워버턴 경과 굿우드 씨를 굳이 거부했을까? 성공하고 안정적이고 당시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신랑감들을 거부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이는 독립적인 여성의 삶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을까?


이사벨이 이런 인물이니 주변의 평범한 여성들도 전부 보이는 상황이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오즈먼드의 여동생 제미니 백작부인이 자신이 이사벨의 처지였다면 벌써 오래전에 짐작했을 거라며, 오즈먼드가 그녀와 결혼한 이유와 팬지의 생모에 대해 진짜 조금의 의심을 가져본 적도 없느냐고 물었을까? 표현이 좋아 순진한 거지 이건 멍청한 수준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백작부인은 그녀보고 대체 무엇 때문에 유산을 상속받은 거냐고 묻는다. 나도 정말 알고 싶다. 이사벨은 왜 유산을 상속받았을까?

결혼을 결정했을 때 이사벨이 오즈먼드가 돈을 좀 갖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에 터치트 부인이 그럼 그에게 돈을 주고 결혼은 다른 사람과 하라는 충고를 이사벨은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이사벨은 성공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고 생각한 걸까? 이건 순전히 사리분별 못하고 자신이 제일 똑똑한 줄 착각하는 이사벨의 호구 잡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끝까지 속 빈 강정 같은 이사벨의 바보 같은 판단을 보여준다.

해설에 나오는 민주주의와 자유와 평등의 이상적 표본이라는 것을 나는 도저히 이사벨에게서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 속 터지는 이사벨의 행보에 분개하며 책을 읽어서 내가 미처 그런 부분을 나왔을 때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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