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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결혼은 늘 모험이에요. 그분도 나 못지않게 모험을 하는 거고요.」
「그건 그의 문제야! 겁이 난다면 물러나라고 해. 그가 제발 그렇게 하기를 하느님께 빌고 싶으니.」
이사벨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잠시 사촌을 바라보았다. 「오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녀가 마침내 차갑게 말했다. 「오빠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르겠어요.」
랠프는 케르키라에서 요양을 마치고 돌아와서 터치트 부인으로부터 이사벨과 오즈먼드 씨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큰 충격과 굴욕감까지 느꼈다. 그는 이사벨이 좀 더 중요한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랐다. 자신은 건강 때문에 누릴 수 없는 매혹적인 미래에 그녀를 대입해 상상해 보곤 했었기에 이사벨과 오즈먼드의 결혼 소식은 그에게 혐오스러운 감정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는 그 결혼으로 이사벨이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지만 이사벨은 귀를 막고 어떠한 충고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랠프를 비난했다.
아무리 읽어도 이사벨은 총체적 난국이다. 본인이 똑똑하고 사리분별이 확실하다고 착각하기에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의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랠프는 왜 저런 여자에게 유산을 나누어 줬을까? 줬다 뺐는 것은 치사한 짓이지만 그냥 다시 빼앗아오라고 하고 싶다. 내가 랠프라면 정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누어줬던 유산을 도로 회수해 오겠다. 그게 이사벨을 위해서도 훨씬 나은 길인 것 같다. 돈도 없는 허영심에 깃든 이사벨이라면 오즈먼드가 알아서 떨어져 나갈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