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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우리가 알다시피 그는 원본을 좋아했고, 희귀한 물건이나 탁월하고 정교한 것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영국인과 귀족 계층의 훌륭한 표본으로 간주될 만한 워버턴 경을 보았으므로, 그처럼 고귀한 남자의 청혼을 거절함으로써 자신이 까다롭게 수집한 물건들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을 갖춘 아가씨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더욱 새롭게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p.528
천하의 헛똑똑이 이사벨은 오즈먼드에게 자신이 로마에 있는 동안 그도 로마로 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해서 이사벨은 로마에서 우연히 만난 워버턴 경에게는 선을 그으며 냉대하고 그녀를 만나러 온 음흉한 계략남 오즈먼드에게는 호의를 표한다. 이사벨은 그렇게 다시 자신에게 퇴짜 맞고 로마를 떠나는 워버턴 경을 보며 냉소했고, 오즈먼드에게는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한껏 자신에게 도취되어 잘난척한다.
읽는 동안 이사벨과 이사벨의 친구에게 너무 화가 났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이사벨이 세상을 바르게 보려면 헨리에타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되면 안 되었다. 하긴 헨리에타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이사벨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총체적 난국이긴 했다.
헨리에타 역시 이사벨처럼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고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만 옳다고 주장하는 편협한 사고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타인을 낮추어 평가하면서 왜 자신들은 존중받으려고 하는지.
읽다가 오히려 오즈먼드가 하는 말에 수긍이 갔다. 주변에서 이사벨이 생각이 많고 똑똑하다고 말하니 오즈먼드는 그녀가 생각은 너무 많지만 다행히 틀린 생각들이라고 단언하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제발 현실을 똑바로 보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이사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