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드래곤 레시피 - 유전자 가위 3큰술, 창의력 2큰술, 최첨단 과학 풍자 1/2큰술
폴 뇌플러.줄리 뇌플러 지음, 정지현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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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의문, 호기심, 또는 그냥 도전 정신으로 시작을 한다. 단순히 용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 발단은 저자인 폴 뇌플러의 딸이 중학교 과학시간 발표 과제로 '용 만들기 프로젝트: 재미 혹은 세계정복을 위해'라는 주제를 선정하면서부터였다(역시 부모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일까, 중학교 발표 주제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내용이다). 폴 뇌플러와 그의 딸 줄리 뇌플러는 발표 이후 진지하게 용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였고, 그 방법으로 줄기세포와 유전자 조작 등을 생각해냈지만 끝내 용을 만드는 것의 윤리적 문제 등을 생각하며 이에 대한 생각을 접어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생각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일련의 생각들을 이 책에 담긴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하면서 정말로 현실에서 용을 만들려고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누가 봐도 용처럼 보여야 하고, 거대하지만 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불을 뿜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용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고민을 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제시된 문제점 중 하나로는 하늘을 나는 능력이다.

솔직히 말해서 옛날이야기까지 전부 털어 보았을 때 날지 못하는 용이 어디 있던가? 단지 현실에서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왼쪽 사진에 있는, 사람보다 거대한 수준의 코모도 드래곤조차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데, 거기서 더도 말고 평범한 코끼리 수준으로 크기가 키워진다고 생각해 보라. 자칫 잘못하면 저자가 말한 대로 '투석기에서 쏘아 날아간 소처럼 '철퍼덕' 떨어져 피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떻게' 날게 만들어야 하는가이다. 그에 대하여 저자는 깃털로 이루어진 새와 닮은 날개부터 날다람쥐나 날도마뱀, 박쥐 등의 것과 닮은 비막을 제시하며 각 방식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용이 잘 날지 못할 경우 제트팩을 달아주거나, 길을 잃을 때를 대비해 GPS도 달아주는 편법이 있다는 말로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비행에 대한 내용을 가벼운 유머로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이렇게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완벽한 날개를 만들어주고 또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용 만들기가 끝일까?

이렇게 탄생한 용이 만약 머리가 나빠서 제대로 비행하는 법은 둘째치고 착지조차 잘 못하고, 더 나아가 막대한 덩치와 힘, 그리고 불(만약에 불을 뿜을 수 있게 된다면)을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부수고 다니고 '고질라나 킹콩'처럼 난리를 벌인다면, '차라리 용이 없었으면'하고 빌게 되지 않을까?

그런 문제가 생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용의 지능을 담당하는 뇌이다.


『크리스퍼 드래곤 레시피』는 이렇게 용 만들기에 관련된 모든 과학적 지식을 본문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윤리 문제까지.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에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한글로 번역된 제목은 '크리스퍼 드래곤 레시피'인데, 맨 마지막 단어인 '레시피'에 꽂혀서 앞에 있는 '크리스퍼(CRISPR)'가 '크리스피(crispy, 바삭한)'로 보였을 정도였다. 영어 제목을 읽고서야 그나마 책의 주제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하지만 의아함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보통 '용', '드래곤' 등의 단어는 '마법', '신화', '주술' 등의 단어와 어울리지 '과학', '줄기세포', '유전자' 등의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저자의 의도가 이해가 됨과 동시에 저자의 뛰어난 상상력과 이를 과학과 연관 지어 이만큼 세세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써낸 창의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누가 용을 판타지 속에만 국한되는 것이라 했던가!

이 책은 과학적으로 용을 낱낱이 분석하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에게 선보인다. 그것과 동시에 용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그 실험이 어떠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며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가 용을 만들려는 것도, 또한 용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의 목적은 단지 새로운 과학 분야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부풀리는 과학을 풍자하고 윤리를 지키는 한도 내에서 과학적 상상력을 끝없이 펼치는 것이라고 했다.


자! 우리 다 같이 자신만의 용을 만들어 보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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